김구림, 김영성 2인전 ‘그냥 지금 하자’
김구림, 김영성 2인전 ‘그냥 지금 하자’
  • 강다연 기자
  • 승인 2015.09.04 1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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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4일~10월 25일 서울 OCI미술관

이달 4일(금)부터 10월 25일(일)까지, OCI미술관에서 아방가르드 예술의 선구자 김구림과 극사실주의의 젊은 작가 김영성의 2인전이 열린다.

이미 1970년대부터 퍼포먼스, 개념미술, 실험영화 등을 통해 한국 현대 미술사의 한 획을 그은 김구림은 까마득한 ‘제자의 제자’와의 2인전에 참여한다. 젊은 작가 김영성은 김구림 작가에게 언젠가 함께 전시를 해보고 싶다며 존경을 표현했는데, “뭘 나중에 해, 그냥 지금 하자” 라며 대가(大家)답게 여유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세대와 매체를 넘나드는 김구림의 실험적 태도와 포용력, 그리고 열정을 따르며 독특한 작업 세계를 구축하는 김영성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전시다.

▲ 김구림, '음과 양 12-S'

'현재’를 사는 두 작가의 거침없는 작가 정신

전시의 제목이 된 ‘그냥 지금 하자’는 시대의 유행, 조건 등과 타협하지 않고 오직 예술을 위해 ‘현재’를 사는 두 작가의 거침없는 작가 정신을 함축한 말이다. 또, 지금 이 순간의 삶을 성찰한다는 의미로 동시대 미술의 진의를 짚어보고, 우리에게 ‘핑계와 조건 없이’, ‘현재’, ‘행동’이라는 중요한 삶의 지침을 상기시킨다.

연결 고리가 없을 것처럼 보이는 김구림, 김영성 두 작가는 작품에서 ‘문명’과 ‘생명’이라는 키워드를 공유한다. 이들은 물신(物神)주의, 획일적 대중문화 등에 비판적 태도를 보인다. 특히 두 작가 모두 물질문명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표상하기 위해, 의미가 상충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개념과 요소를 작품 안에서 결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주로 인간의 신체, 자연의 요소와 기계 부속품 등 문명의 산물을 이질적으로 병치해 문명 속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을 암시한다는 점이 공통된다. 사진, 오브제, 페인팅을 자유롭게 활용한 해체적 콜라주와 입체를 활용한다는 점도 같다.

▲ 김구림, '음과 양 8-S'

문명이 파괴한 생명

전시는 세 개 섹션으로 나뉜다. 첫 번째 전시실에서는 ‘문명인을 위한 애도’라는 주제로, 전시장을 하나의 거대한 무덤으로 변화시킨 김구림의 설치를 통해 물질문명이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 현장과 대면한다. 같은 맥락으로 ‘사라진 자연에 관한 진술’에서는 옛 성현의 말씀과 붉은 입술을 담은 김구림의 영상과 네온사인 속 박제를 넣은 김영성의 입체 등을 통해 문명의 발달로 인한 자연 파괴를 고발하고, 동시에 정신적 가치를 경시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돌아본다. 마지막 섹션 ‘가장 작은 이들과의 만남’에서는 하찮게 치부되는 달팽이, 개구리와 같은 작은 생명체와 인공물이 함께 묘사된 김영성의 극사실 회화를 통해 물신의 사회에서 생명과 실존의 문제를 사유한다.

▲ 김영성, '無.生.物'

김구림은 이미 6·70년대부터 실험영화, 대지미술, 메일아트, 개념미술, 퍼포먼스 등 ‘한국 최초’라는 타이틀을 새긴 수많은 작품으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고, 한국 현대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80년대부터는 생성과 소멸, 자연과 문명 등 상반되는 여러 개념과 이미지, 상황을 포용하는 우주적 의미의 ‘음양’(陰陽)사상을 구축, 이후 전 작업의 근간으로 이어간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고찰과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사라진 현대 물질문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자연환경에 그 근본이 있다. 문명과 자연의 관계는 작가가 80년대에 미국 맨해튼에 거주할 당시부터 꾸준히 이어져 온 주제다.

김영성은 90년대부터 현재까지, 생명체들이 ‘생명 없는 물체’와 뒤섞여 그 생을 위협받는 물질문명 사회의 양상을 함축하는 ‘무·생·물(無.生.物)’ 개념을 도입, 작품을 통해 꾸준히 탐구한다. 초기에는 주로 인간과 동물의 신체와 인공물이 어우러진 입체, 설치, 콜라주 작품에 집중하다가 2000년대에 들어서 달팽이, 개구리 등의 작은 생명체를 극사실회화로 표현하는 것에 주력한다.

▲ 김영성, '無.生.物'

이번 전시에서는 90년대 해체적인 콜라주와 입체 작업을 비롯, 근작으로 치밀한 묘사가 인상적인 극사실회화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생명에 관한 작가의 지속적인 탐구와 형식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그는 대상의 ‘본질’에 가장 가까워지기 위해 극사실의 기법을 사용하지만 현실에는 없는, 가장 작은 이들이 의기양양한 주인공이 되는 세계를 그려낸다. 물신의 사회에서 ‘가장 쉽게 여겨질 수 있는 생명’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대한 존중을 일깨운다.

문의: 02-734-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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