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타바스코’ 배해선 “‘용팔이’ 황 간호사의 느낌은 없고 망가진 배해선만 있다고 할까봐 걱정”
[인터뷰] ‘타바스코’ 배해선 “‘용팔이’ 황 간호사의 느낌은 없고 망가진 배해선만 있다고 할까봐 걱정”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07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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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팔이’에 관심 가진 시청자가 연극을 찾아준다면 감사할 것

도그 쇼에서 우승한 개를 찾기 위해 뉴욕 변두리에 사는 네 명의 인물들이 벌이는 한바탕 소동극이 ‘타바스코’다. 알고 보면 개가 중요한 게 아니다. 네 인물이 처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 중요하다. 해프닝을 통해 네 명의 인물들은 자신들의 상황을 들여다보고, 그 전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자신을 들여다보게 된다.

▲ '타바스코'에서 리즈를 연기하는 배해선

리즈는 세 번 이혼하고 인기가 시들해져서 변두리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을 비참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아닌 척 하고 자신을 화려하게 꾸미고는 대단한 사람인 체 포장하며 사는 여자가 리즈다. 리즈는 도그 쇼에서 우승한 개를 찾기 위한 수색팀의 팀장이기도 하다.

도그 쇼에서 우승한 개의 행방을 좇는 가운데 핵심적인 두 인물인 돈과 애니에게 리즈가 얽히는 해프닝이 무대에서 관객을 기다릴 예정이다. 요즘 SBS 드라마 ‘용팔이’에서 신 스틸러로 화제를 모았던 배해선이 연극 ‘타바스코’에서 리즈를 연기할 예정이기에 ‘타바스코’에 대한 대중의 기대 또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그동안 많은 작품에 출연해 왔다. ‘타바스코’를 집필한 데보라 그레이스 위너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달라.
“영화 같으면서도 연극인, 소재 자체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집필한 작가다. 데보라 그레이스 위너는 극을 재미있게 집필할 줄 아는 작가다. 유진 오닐 재단은, 재단으로 접수된 몇 천 개의 많은 대본 중 16개 작품을 추렸는데 그중 한 작품이 ‘타바스코’다. ‘타바스코’는 우리나라 정서로 보아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 희곡이다. 소재 자체가 잃어버린 동물을 찾는 사람들의 해프닝이다. 작품이 너무나도 재미있어서 이 작품에 참여하면 좋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 '타바스코'에서 리즈를 연기하는 배해선

- 리즈가 왕년에는 잘 나가던 여배우라면 리즈는 허세로 관객을 웃기는가.
“웃음이 묻어나는 장면이 있지만 대놓고 웃기려고는 하지 않는다. ‘타바스코’의 네 인물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절박하다. 이 절박한 상황이 재미있게 보이는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면 ‘너는 말하는 것도 연기하는 것 같아’ 할 때가 있다. 배우는 손동작 같은 제스처에 익숙하다. 무대에서 사용하는 손동작 같은 제스처가 관객이 보기에는 웃기려는 제스처로 보일 수는 있다.

리즈는 봉사 활동을 많이 다닌다. 겉으로는 꼬장꼬장하고 속이 꽉 찬 것처럼 보이지만 리즈의 내면은 공허하다. 공허한 내면을 채우기 위해 외부 활동을 많이 하는 여자라고 보면 된다. 외부 활동을 통해 자신이 살아갈 이유를 확인하지만, 외부에서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자살할 것만 같은 앙면적인 인물이다.

남을 위해 필요한 사람이라고 느끼는 것에 삶의 무게중심을 두는 사람이 리즈다. 웃음 포인트를 어떻게 제시한다기보다는, 리즈의 이중적인 내면을 과장되면서도 가식적으로 들쭉날쭉 보이도록 만드는 게 연기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 포스터는 캐릭터들이 맥주병을 들고 있는 콘셉트로 찍어서 ‘음주 유발 공연’으로 보일 정도다.
“(웃음) 맞다. 이번 포스터 컷뿐만 아니라 턱시도를 입고 와인잔을 들면서 인생의 풍류를 즐기는 것 같은 촬영도 했다. 우아하게 차려입었으면서도 개를 찾기 위한 절박함이 묻어나는 촬영도 했다. 극 중 인물들은 변두리 인생이다. 실패했다기보다는 인생이 무료하고, 사회에서 중요한 인물이 아니다. 이들의 소소한 일상이 개 한 마리 때문에 새로운 인생을 꿈꾸게 만든다. 도그 쇼에서 우승한 개만 찾는다면 인생 역전이 일어날 것만 같고, 새롭게 세상이 열릴 것 같은 욕망이 포스터 컷 안에 담겨 있다.”

- 드라마 ‘용팔이’를 찍느라 연습할 때 애 먹지는 않았는가.
“연극에 폐가 되지 않도록 늦은 밤까지 최선을 다해 연습하고 있다. ‘용팔이’를 촬영하는 기간에도 연습에 참여했다. 드라마 촬영이 있을 때에는 드라마 촬영이 없는 타이밍에 연극 연습을 했다. 드라마를 하면서도 연극 연습을 꾸준하게 하려 노력했지만, 드라마 밤샘 촬영이 있을 때에는 연극 연습에 나오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 '타바스코'에서 리즈를 연기하는 배해선

- ‘용팔이’에 출연한 것을 계기로 자연스럽게 ‘타바스코’가 간접 홍보된다는 느낌도 드는데.
“‘용팔이’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 연극 무대를 찾아주신다면 너무 감사할 것 같다. ‘용팔이’에서 황 간호사라는 역할에 강한 인상을 받은 시청자 분들은 내가 무대에서 이런 연기 컬러도 가진 배우라고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는데, ‘황 간호사의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망가진 배해선만 있어’ 하실 수도 있어서 염려되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제가 연극 무대에서 어떻게 변신할지 궁금해 하는 분들이 많더라.

내가 다른 드라마나 영화를 찍을 때 어떤 이미지로 가야 하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신중해진다. 차기작에서 황 간호사와 비슷한 강렬한 콘셉트로 갈지 궁금해 하는 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기작이 황 간호사와는 다른 콘셉트의 연기로 간다 해도 배우 입장에서는 다른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다는 ‘기분 좋은 기대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