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스’ 안무하는 린 화이민, “쌀의 아름다움 표현하고 싶어”
‘라이스’ 안무하는 린 화이민, “쌀의 아름다움 표현하고 싶어”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0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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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 화이민, 문화적 학습이 무용에 중요하다고 생각

대만 출신의 세계적인 안무가 린 화이민이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과 ‘라이스(쌀)’라는 작품으로 12년 만에 한국을 찾아왔다. 린 화이민은 중국어권에서는 처음으로 클라우드 게이트라는 현대무용단을 만든 주인공이며, 세계 무용계에서 손꼽히는 거장이다.

▲ 9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린 화이민 (사진제공=LG아트센터)

9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린 화이민은 “‘라이스’는 아시아의 사계를 담는 작품”이라며 “‘라이스’와는 다른 작품인 ‘방랑자들의 노래’에서 3.5톤의 쌀을 사용한 적이 있다. 내년 런던에서 선보일 예정”이라며 쌀이라는 소재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쌀이라는 소재로 무용을 만든 모티브가 있을 터. 대만의 유명한 쌀 생산지인 남동부의 츠상(池上) 지역으로 찾아가 농부들과 린 화이민, 클라우드 게이트 단원들이 함께 농사에 참여하며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 ‘라이스’이다. 린 화이민은 “마지막에 쌀을 수확할 때 농부들과 함께 일할 수 있었다”며 “허리가 부러질 것 같은 경험이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린 화이민은 “논 하나를 2년 동안 친구에게 기록해 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다. 논의 쌀이 순환을 통해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보고 싶었다”면서 “쌀이 갖는 주기가 인생의 삶의 순환 주기와 평행하다는 근본적인 요소를 가지고 안무를 시작했다”고 밝히며 “공기와 흙, 물과 불, 바람과 꽃가루, 알곡으로 안무했다”고 덧붙였다.

▲ 9일 오전 강남구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린 화이민 (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 작품이 삶의 아름다움을 전했으면 좋겠다”는 린 화이민은 “농부가 농사만 짓는 것이 아니라 농업을 과학에 어떻게 접목하고, 농업을 위한 세미나를 가지며, 다른 나라의 농업을 배우느라 일본도 다녀와야 했다”는 대만 농부의 일상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쌀이 짝짓기하는 걸 무용으로 표현한다는 게 어려웠다”는 린 화이민은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에게 발레나 현대무용 같은 테크닉만 강조하는 안무가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었다. 그는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에게 명상과 기공, 무술을 강조한다”며 “서구의 무용수는 신체의 상승과 중력의 분할을 강조하지만 클라우드 게이트의 댄서는 신체가 내려가는 걸 배운다” 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 단원들과 미술관, 박물관을 같이 가기도 한다”는 린 화이민은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원에게 서예를 가르치기도 한다. 그 이유는 문화적 학습이 무용에 중요하다고 생각해서다”라고 밝히며 무용수의 내면이 예술과 친해질 때 무용수가 표현하는 무용이 외적으로 살아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었다.

린 화이민은 한국 전통 무용의 영향을 받은 무용가이기도 하다. 그는 “1973년 한국에 한 달 머무르며 한국전통무용을 전수받았다”며 “한국의 전통무용은 느려서 전수받는 데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한국전통무용을 전수받은 게 몸 안에 새겨졌다”며 한국전통무용이 어떻게 자신에게 영향을 미쳤는가를 설명했다.

린 화이민이 안무를 맡고 클라우드 게이트 무용단이 공연하는 무용 ‘라이스’는 9월 11일부터 12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