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에서 세월호의 상흔을 엿볼 수 있다니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에서 세월호의 상흔을 엿볼 수 있다니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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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미술관 2015 하반기 기획전시 3편 열려

최은주 관장이 경기도미술관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대규모 전시가 동시다발적으로 선보인다. 9월 한 달 동안 무려 3가지의 다른 콘셉트의 전시가 열리는데 그 첫 번째는 9월 5일에 열린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이다.

▲ 문봉선 작가의 ‘한강'. 길이가 22미터에 달하는 대형 작품이다.(사진제공=문봉선)

총 5부로 구성된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의 1부 타이틀은 ‘경기팔경구곡과 이름난 곳’, 동아시아의 오랜 전통인 소상팔경과 무이구곡을 짚어보고 경기도의 대표 명승인 수원팔경과 부계팔경, 벽계구곡을 그린 작가의 그림을 선보인다.

2부의 주제는 ‘산은 강을 품고’, 3부는 ‘강은 바다를 향하네’, 4부는 ‘사람은 마을과 도시를 만들고’, 5부는 ‘갈라진 땅 다시 만나리’라는 콘셉트로 산과 강, 바다와 사람, 마을과 분단이라는 6개의 키워드로 출품작을 연계하는 가운데 서사를 구성하게 된다.

여러 작품 가운데 ‘사이즈’로 눈길을 끄는 작품은 문봉선 작가의 ‘한강’이다. 한강을 분할하지 않고 하나의 화폭으로 담은지라 그림의 길이는 무려 22미터. 전시관의 폭이 30미터이기에 긴 그림의 폭을 경기도미술관이 충분하게 수용할 수 있다.

지리적인 정서로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장우성 작가가 그린 ‘단절의 강’과 손장섭 작가의 ‘한반도’, 박영균 작가의 ‘설날의 임진각’, 이진석 작가가 그린 ‘비단길2’를 손꼽을 수 있다. 이들 작가들의 작품을 보노라면 우리나라가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대치 상태에 있다는 걸 실감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 이진석 작가의 작품 '비단길2'는 남과 북이 하나의 길로 연결되는 건 물론이고 중국의 베이징과 쓰촨성, 지린성을 거쳐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연결되는 통일의 유라시아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이다.(사진제공=이진석)

홍선웅 작가의 목판화는 천안함 사건과 연평해전을 소재로 다뤄 눈길을 끈다. 이진석 작가의 작품 '비단길2'는 남과 북이 하나의 길로 연결되는 건 물론이고 중국의 베이징과 쓰촨성, 지린성을 거쳐 러시아의 모스크바까지 연결되는 통일의 유라시아 비전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남과 북이 통일을 이뤄 하나의 민족으로 합쳐진다면 육로를 따라 아시아와 유럽 대륙까지 광활하게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거시적인 시각을 제시하는 작품이다.

필자에게 가장 인상적인 작품을 손꼽으라고 한다면 최호철 작가의 ‘이루지 못한 귀향’이다. 거리에 청소년들이 평화롭게 거닐고 있는 일상을 묘사하면서, 동시에 창문 왼쪽을 보면 어머니와 딸이 정답게 포옹하는 장면이 눈에 띈다. 사실 이 작품은 평화로운 하굣길을 묘사하는 여느 평범한 작품처럼 보기 쉽겠지만, 그림 가운데 상단을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환영, 제주수학여행 귀환’이라는 문구를 엿볼 수 있다.

아니, 수학여행에서 귀환한 게 현수막으로 내걸 만큼 대단한 일일까? 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그림은 세월호에 희생된 단원고 아이들을 위한 알레고리로 읽어볼 수 있는 그림이다. 세월호에서 무사히 구출되어 살아남았더라면 그림 속 일상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못다 핀 꽃이 된 희생자를 위한 반어법적인 ‘진혼곡’으로 읽을 수 있는 그림이라는 이야기다. 세월호에 희생된 희생자의 시각으로 보면 어머니와 딸이 포옹하는 액자 속 사진은 딸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었을 수도 있는 가슴 찡한 여운을 남기는 그림이 아닐 수 없다.

▲ 최호철 작가의 ‘이루지 못한 귀향'. 세월호에서 무사히 구출되어 살아남았더라면 그림 속 일상처럼 평화로운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못다 핀 꽃이 된 희생자를 위한 반어법적인 ‘진혼곡’으로 읽을 수 있는 그림이다. (사진제공=최호철)

경기도미술관에서 열리는 두 번째 콘셉트의 전시는 ‘리듬풍경’, 9월 17일부터 열리는 ‘리듬풍경’은 현대미술의 동향을 진단하는 전시로, 현대인의 일상과 노동에 담긴 리듬을 파악하고, 그 리듬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 제도와 환경을 되돌아보는 콘셉트로 구성될 예정이다.
대표작으로는 요한나 빌링의 ‘풀하임 잼 세션’을 손꼽을 수 있다.

마지막 콘셉트의 전시는 ‘컬러풀’, 어린이를 대상으로 상설 교육을 펼치던 상설교육공간이 대상을 어린이에 국한하지 않고 청소년과 가족으로 확대해서 현대미술을 통한 교육 콘텐츠를 집약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전시 콘셉트로, ‘리듬풍경’과 함께 9월 17일부터 선보일 예정이다.

경기도미술관이 야심차게 기획한 특별기획전 ‘경기 팔경과 구곡: 산.강.사람’과 현대미술 동향전 ‘리듬풍경’은 오는 11월 15일까지 열리고, 온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상설교육전시 ‘컬러풀’은 오는 9월 17일부터 2016년 8월 28일까지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