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작품 선택해 주세요" 뜨거운 '해비치' 쇼케이스 현장
"저희 작품 선택해 주세요" 뜨거운 '해비치' 쇼케이스 현장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17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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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무대 위로,아트 콘서트',젊은 국악, 연극 등 팽팽한 긴장감 속 선보여

국내 최대의 문화예술축제인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에는 빼놓을 수 없는 행사가 있다. 바로 쇼케이스, 무용과 전통예술, 다원예술과 연극, 음악과 뮤지컬 등 6개 장르 19개의 작품이 콘텐츠를 구입할 의사가 있는 ‘예비 구매자’에게 하이라이트 시연을 선보이는 자리로 올해는 16일과 17일 양일에 걸쳐 이루어진다.

▲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케이스 첫날 오전 국악 앙상블 현이 선보인 ‘사랑가’

16일 오전에 이루어진 쇼케이스 작품은 네 작품, 첫 작품은 국악 앙상블 현이 선보이는 ‘사랑가’. 네 명의 아티스트가 국악기를 들고 나와 연주하며 노래하는 가운데서 객석의 청각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두 번째 작품은 아리수가 선보인 창작민요극 ‘세 여자의 아리랑 꽃’. 무대가 시작되면 세 여자가 무대에 앉아있다. 여자는 각각 다른 연령대의 여성을 대표한다. 첫 번째 여자는 20대 여성을 대표하는 캐릭터. 20대의 여성은 ‘멋진 여자’ ‘당찬 여자’를 표방하며 자신의 꿈을 추구하기를 갈망하는 주체적인 여성을 캐릭터화하고 있었다.

▲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케이스 첫날 오전 아리수가 선보인 창작민요극 ‘세 여자의 아리랑 꽃’.

두 번째 여자는 결혼 후 달라진 남편과 육아에 치이는 30대 여성. 결혼 전에는 다정다감하기만 하던 남편이 결혼 후에는 아내는 안중에도 없는 남편으로 변했다고 ‘창’을 불러 한탄하고 있었다.

세 번째 여성은 공부 못 하는 아들의 과외비를 벌어보겠다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은 아줌마. 갈비집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12반찬을 나르다가 손님 발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반찬과 갈비 양념을 고객에게 공중부양하는 해프닝을 노래하고 있었다. 이들 세 여자의 소원을 비는 ‘비나리’로 극을 마무리했다.

▲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케이스 첫날 오전 예술집단 페테가 선보인 ‘페다고지

세 번째 작품은 예술집단 페테의 ‘페다고지’. 모든 악의 근원이 술집이라고 판단한 교회 장로가 기도를 하는 바람에 술집이 망해가고, 이에 술집 사장이 기도를 한 장로를 법정에 고발하는 내용을 담은 연극. 이채로운 점은 장로를 고발한 술집 사장이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라기보다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는 점이다. 술집에 손바닥 만한 바퀴벌레가 나타난다는 설정은 성경 출애굽기 가운데 이집트에 내린 ‘10가지 재앙’을 연상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작품은 김일동 작가의 ‘아트&토크’. 대형 스크린에 작가의 작품이 비치면 이 작품에 대한 해설을 김일동 작가가 유쾌한 해설을 통해 들려주는 토크 콘서트로, 이날 시연에는 토크만 있었던 게 아니라 왼쪽에는 키보드, 오른쪽에는 해금 연주로 멋진 음악을 장식했다.

▲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케이스 첫날 오전 김일동 작가가 선보인 아트&토크’.

‘나랑 같이 세상 구경하러 가자’며 수행 중인 달마를 꼬신 작가는 달마에게 ‘산에서 내려와 세상에 오면 좋은 게 많다’고 설득한다. 이에 달마는 ‘환쟁이(김일동 작가)가 뭘 아느냐’며 불같이 화를 내지만 결국에는 작가의 꼬임에 산에서 내려와 세상으로 발걸음을 행한다. 작가의 꾐에 빠져 세상으로 내려온 달마는 햄버거를 먹고 콜라와 커피를 마시며 눈에 휘둥그레진다. 그동안 몰랐던 문화적인 충격을 경험하며 자신이 타고 다니는 구름에 BMW 로고를 붙이기까지 한다.

김일동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처럼 다양한 동작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작가가 만들어놓은 콘셉트를 ‘미디어 아트’로 구현하면 그림은 애니메이션처럼 다이내믹하게 관객과 만날 수 있게 된다. ‘트로이 목마’는 목마 속에 있는 병사들이 습격을 위해 밤을 새며 목마의 눈을 통해 트로이를 바라본다. 진짜 눈이 아닌 목마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목마 속 군인의 모습은, 오늘날 휴대폰의 뉴스를 통해 세상을 보는 우리의 눈과 다를 게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미디어 아트다.

▲ 제주 해비치 아트 페스티벌 쇼케이스 첫날 오전 김일동 작가가 선보인 아트&토크’.

백만 개의 눈을 가진 공작새는, 눈이 무수히 많아서 세상의 모든 걸 다 안다고 착각하지만 너무 정보가 많아서 자신의 꿈을 대답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오늘날 정보는 많지만 자신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는 현대인의 모습을 백만 개의 눈을 가진 공작이 표상하고 있었다.

김일동 작가의 ‘아트&토크’는 미술 작품을 미디어 아트로 기획해서 만든 1시간 30분 분량의 콜라보레이션 토크 콘서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