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뉴 로맨스’, 기계 미학은 낭만일까 파국일까
국립현대미술관 ‘뉴 로맨스’, 기계 미학은 낭만일까 파국일까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09.2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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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호주가 국제교류로 만나는 뉴미디어 전시회
▲ 정승의 ‘우는 남자’는 우리 사회 가운데서 벌어지는 메르스 같은 다양한 사고들을 정화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고 기획된 작품이다.

사이버스페이스를 이야기한 소설 ‘뉴로맨서(Neuromancer)’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와중에 ‘뉴 로맨서(NewRomancer)’, 새로운 로맨스로 탈바꿈되었다면 이는 귤이 바다를 건너서 탱자로 변한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이번에 호주현대미술관과 공동으로 기획하는 전시인 ‘뉴 로맨스’는 문화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독에서 착안한 전시로, ‘뉴로맨서’가 ‘뉴 로맨서’로 우연히 의미가 뒤바뀌는 것처럼 기계 미학과 뉴 미디어 분야에서 나타나는 낭만성의 의미가 뒤바뀐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전시 콘셉트 안에 담겨있다.

전시 공간을 가상 세계에나 존재하는 공간으로 설정, 관람객이 전시 공간을 찾을 때 다양한 미지의 생명체와 만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한 게 특징인 이번 전시는 14명의 한국과 호주의 작가들이 뉴 미디어 영상과 디지털 조각, 생태적 설치, 로봇과 같은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단순히 기계 미학의 아름다움과 뉴 미디어 분야의 호기심만 자극하는 게 다가 아니라 예술의 윤리적, 환경적 문제에 대한 예리한 비판도 담고 있는 전시다.

22일 오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홍철 학예연구사는 “인간과 과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인공 생명이 등장한다”며 “새로운 존재들과 만나면서 예술 과학이 윤리 환경적인 문제에 질문하고 성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전시 콘셉트를 설명했다.

이번 ‘뉴 로맨스’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한국 작가 7명(강애란, 정승, 이소요, 진시영, 양원빈, 이기봉, 이상현)과 호주 작가 7명(스텔락, 패트리샤 피치니니, 레베캐 바우만, 헤이든 파울러, 패트리샤 피치니니, 레베카 바우만, 이안 번즈, 웨이드 메리노우스키)다.

▲ 스텔락의 왼팔을 자세히 보면 피부 안에 귀가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들을 수도 있는 청각적인 능력을 가진 귀를 자신의 팔에 이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작가는 스텔락, 그의 왼팔을 자세히 보면 피부 안에 귀가 있다. 인터넷으로 연결하면 들을 수도 있는 청각적인 능력을 가진 귀를 자신의 팔에 이식하는 것처럼, 스텔락 자신의 신체를 실험 대상으로 하는 퍼포먼스를 로봇 팔과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헤이든 파울러는 직경 8m의 돔 안에 사람과 동물로 연출되는 디오라마 세트로 인공 생태계를 만들고 작가가 거주하면서 촬영하는 콘셉트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레베카 바우만은 색채를 언어로 이용하는 작가로, 플립시계를 응용한 ‘오토메이티드 컬러 필드’를 선보인다.

이안 번즈는 일상의 물건을 모아서 기계 장치로 설계한 작가, 반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노래를 부른 영국 펑크 록 밴드인 섹스 피스톨즈의 ‘프리티 베이컨트’에서 영감을 받은 ‘블렌더’는 렌즈를 굴절시킨 듯한 궤적으로 알파벳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웨이드 메리노우스키가 만든 검은 옷을 입은 로봇은 관람객을 맞이하는 가운데서 로봇이 관객과 의도하지 않은 대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 저스틴 솔더는 작가의 신체를 가공의 ‘키메라’라는 디지털 이미지로 변형하는 퍼포먼스를 23일과 25, 26일 사흘에 걸쳐 선보인다.

패트리샤 피치니니는 테크콜로지가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가, 아니면 부정적으로 변화시키는가에 관심이 많은 화가이자 조각가다. 저스틴 솔더는 작가의 신체를 가공의 ‘키메라’라는 디지털 이미지로 변형하는 퍼포먼스를 23일과 25, 26일 사흘에 걸쳐 선보인다.

진시영은 무용수의 몸에 센서를 붙여 무용수의 움직임을 선의 흐름으로 표현한다. 정승의 ‘우는 남자’는 우리 사회 가운데서 벌어지는 메르스 같은 다양한 사고들을 정화할 수 있을까에 관심을 갖고 기획된 작품이다.

강애란은 책의 활자가 사방으로 발산되는 콘셉트의 작품을 선보이며, 이소요는 선인장을 이용한 프로파간다를 선보인다. 이상현은 배금주의로 일그러진 인간상을 묘사하며, 이기봉은 기계적인 눈으로 시물을 관찰한 다음 이를 사람의 동작으로 디코딩한 작품을 선보이고, 양원빈은 도시 환경이 로봇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탐구한다.

▲ 헤이든 파울러는 직경 8m의 돔 안에 사람과 동물로 연출되는 디오라마 세트로 인공 생태계를 만들고 작가가 거주하면서 촬영하는 콘셉트로 구성된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과 호주의 국제교류전인 ‘뉴 로맨스’는 2016년 1월 2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한국 전시를 마친 후에는 2016년 6월에 호주에서도 개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