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미술시장 대중화, 작품 값 거품부터 빼자.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미술시장 대중화, 작품 값 거품부터 빼자.
  • 조문호/사진작가
  • 승인 2015.09.27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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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사진가

미술품이 투자의 대상이 된지 오래다.
소위 말하는 블루칩 작가나 인기 작가들의 비싼 작품은 작은 집 한 채 값에 맞먹는다. 그건 ‘그림의 떡’이 아니라 ‘그림의 거품’이다.

'돈 놓고 돈 먹기’란 말처럼, 비싼 작품을 사야 이득을 많이 남긴다는 말은 화랑가의 오랜 상설이나, 더 많이 남기려는 화랑 측의 음모도 있을 것이다. 거기에다 돈 많은 대기업들이 합세해 판을 부풀린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의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치부할 것이 아니라, 이젠 다수의 대중들이 나서 그 가치 기준의 틀을 깨 부숴야 한다.

예술이란 유명작가나 가진 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좋은 작품이 무조건 비싼 것도 아니고, 싸다고 예술성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배부른 작가보다 배고픈 작가의 작품이 훨씬 치열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이란 작가의 유명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장하려는 개개인의 가치기준에 있다. 자신의 생각은 내 팽개친 채, 작가 이름이나 신경 쓰는 정신 나간 짓은 더 이상 하지말자.

제일 큰 문제는 작품을 작품으로 보지 않고, 돈으로 보는 현실에 있다.그래서 미술품 경매에 작품도 내지 못하는 작가들이 있는가하면, 미술품이 좋아도 구입할 엄두를 못내는 보통사람이 200만 명을 넘는다고 한다.

몇 십 만원에 팔더라도 작업에 힘이 되고, 몇 십 만원 들여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이들이 우리 미술을 살찌울 수 있는 힘이다. 작가들도 작품 값으로 자신의 가치를 높이려는 잘못된 생각은 버려야 한다. 팔지 못한 작품을 잔뜩 쌓아놓고, 돈이 없어 쩔쩔매는 작가들이 부지기수다.

그리고 작품가격 형성도 객관적인 판단아래 더 맑아져야 한다. 사진계의 일례지만, 6년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사진60년 전’의 일이다.

한국의 대표적 사진작가 106명이 작품을 내놓았는데, 그 작품 값이 천태만상이었다.같은 가격으로 제일 많이 나온 게 30여명이 내놓은 300만원이었지만, 간 큰 어떤 친구는 1억을 부르기도 했다.

더 놀라운 것은, 몇 년 전 돌아가신 최민식선생은 단돈 50만원에 내놓았다는 점이다. 한 평생 인간을 향해 카메라를 들었고, 인간을 위해 사진을 찍었던 최민식선생 다웠다.

미술관에서 보험가 산정을 위해 가격을 물었겠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말이 되지 않았다. 지금은 그 때보다야 나아졌겠지만, 이게 사진판의 작품가격 실태다. 한 컷의 사진으로 몇 장 프린트하느냐, 크기는 얼마냐 에 따라 다 다르지만, 기본적인 룰은 정해져야 할 것 같다.

요즘 “한 가정 한 작품” 바람도 불고 있고, 작품 대중화를 위한 기획전들도 여기저기서 열리고 있다. 이에 맞추어 작가들도 거품 뺀 투명한 가격을 제시해 미술시장 대중화에 나서야 한다.

작품가격의 거품을 거둬내는 것이야말로 미술시장 대중화로 가는 지름길이다.

*사진가 조문호 선생은 30여 년 동안 사회 환경을 기록해 온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동아미술제’와 ‘아시안게임기록공모전’에서 각각 대상 수상. ‘전농동 588번지’, ‘87민주항쟁’, ‘동강백성들’, ‘두메산골 사람들’, ‘인사동 사람들’, ‘장날 그 쓸쓸한 변두리 풍경’ 등 열 여섯 번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저서로는 <동강 백성들> 포토 에세이집, <두메산골 사람들> 사진집, <인사동 이야기> 사진집,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사진집, <전농동 588> 사진집 등을 출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