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대학의 전통공연예술 관련 학과가 변해야한다
[김승국의 국악담론]대학의 전통공연예술 관련 학과가 변해야한다
  • 김승국한국문화예술회관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 승인 2015.09.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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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한국문화예술회관회관연합회 상임부회장/시인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사회 전반이 사활을 건 생존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공연예술계도 예외가 아니어서 빙하기에 접어들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 중 전통공연예술계의 사정은 더욱 어렵다.

전통공연예술계가 악전고투를 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의 예술이 낯설고 정서적으로 와 닿지 못해 대중화되지 못한 데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의 예술적 행위가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상당한 눈높이에 와 있는 관객들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한 데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전통공연예술인들의 예능 수준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다. 전통공연예술인들의 기예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은 정부의 문화재제도에 힘입은 바 컸다. 수많은 예능종목과 그 전승자들이 지속적인 행·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그 이외에도 국립 중등 전통예술 교육기관들과 각 대학 국악과와 무용과 등 전통예술 관련 학과에서 매년 수많은 전통공연예술인들을 배출하고 있어 우리 주변에서 탄탄한 예능을 보유한 전통공연예술인들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한 원재료에 속하는 우리 전통공연예술 유산이 그 어느 나라에도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은 종묘제례악, 판소리, 남사당놀이, 가곡, 줄타기, 농악 등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의 사례를 보면 자명하다. 전통공연예술인들의 예능 수준이 문제가 아니라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 기획력이 부족하다. 무슨 공연을 준비하든 먼저 철저한 환경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올리고자 하는 공연이 관객의 공감과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예술성·작품성·독창성이 있는 가를 철저히 점검하고, 그 작품의 출연진이나 연출가 등이 가지고 있는 강점으로 보아 타 공연에 비하여 과연 경쟁력이 있는가를 면밀하게 점검해야 한다. 또한 공연 시기의 적절성과 사업성, 시장여건 등을 두루 점검해야 하는데 그 점이 늘 허약하다.

둘째, 제작 능력이 부족하다. 원재료에 해당되는 전통문화유산을 관객의 눈높이를 뛰어 넘을 수 있는 가공능력, 즉 재창조 능력이 늘 부족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이 필요한데 그것이 늘 부족하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우수한 작곡가 층이 부족하다. 이 부분은 매우 중요하며 시급한 문제이기도 하다.

현재 전통공연예술계는 작곡가 양성 시스템이 없는 것은 아니나 작곡가를 길러내는 양성 기반이 허약하다. 그리고 작품의 아이디어를 무대작품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대본 작가와 전문 연출가 층이 빈약하다. 전통공연예술 연출가는 전통공연예술 전반에 걸친 깊은 이해와 폭넓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함은 물론 작품을 관객의 눈높이를 능가하는 작품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력과 구성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아울러 필요한 것은 연출가의 의도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무대기계, 조명, 음향, 영상, 의상, 소품 등의 전문 인력 층이 두터워야하는 데 늘 부족하다. 이러한 전문 인력을 키워낼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문학의 경우 좋은 작품을 많이 읽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다. 전통공연예술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다양하고 퀄리티 높은 공연예술작품을 많이 보아야 좋은 전통공연예술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성공한 공연들이 어떠한 점들 때문에 성공을 한 것인지 면밀하게 분석해 보아야한다.

셋째, 홍보와 마케팅 능력이 부족하다. 홍보와 마케팅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한 의사소통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을 만들어 놓아도 고객을 설득하여 관객으로 창출해내는 노력이 부족하면 흥행에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표적 고객의 취향과 기대심리를 자극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 그리고 입장권 구입으로 연결시키는 고객 중심의 다양한 마케팅 전략이 늘 빈곤하다.

지금까지 전통공연예술이 왜 현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정서와 공감대를 이루지 못하고, 상당한 눈높이에 와 있는 관객들의 요구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가에 대한 원인과 이유를 살펴보았다. 그 이유를 알아내었다면 대책을 마련하면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통공연예술계의 기획력 및 제작능력, 그리고 홍보와 마케팅 능력을 높이면 된다. 문제는 무대에 오르는 전통공연예술가가 아니라, 작품을 기획하고, 만들어내고, 널리 알려, 고객을 극장으로 오도록 하게 하는 전문 인력의 부족이 문제인 것이다. 다시 말해 전통공연예술 작품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와 마케팅을 전담하는 전문 인력이 문제인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 대학에 산재한 대부분의 국악과와 무용과는 아직도 예능실기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실기 중심의 교육만을 받고 사회로 진출한 전통공연예술가들이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공연을 기획하고 제작하고 홍보하고 마케팅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된 작품이 만들어질 수 있겠는가?

이제는 대학에서 실기인만 양성해낼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에 대한  전문 인력을 양성해 내야한다. 일단 사회에 나온 후에는 너무나 늦다. 국악과와 무용과 졸업생들이 일단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생업에 뛰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사회에 마련된 전문 교육기관에서 그간 접해 보지 못한 전문교육을 받아 숙달되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문제인 것은 문화부 산하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 전통공연예술 전문교육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기는 하나, 전문가를 키워낼 수 있는 본격적인 시스템으로 보기는 어렵고, 본격적인 전통공연예술 기획, 제작, 홍보, 마케팅 전문 사회교육기관은 현재 전무하다고 보아도 좋다. 또한 국악 작곡 전공이나 안무 전공의 경우, 대학을 졸업하고 나오면 이들의 재능을 신장해주고 진로를 열어줄 수 있는 투자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모든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변해야 한다. 대학이 변해야한다는 지적은 십년 전에도 똑 같이 있었다. 그러나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지적은 고쳐질 때 까지 계속되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전통공연예술이 현 시대의 예술이 되고, 세계 공연 시장에 경쟁력 있는 공연예술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