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낯설게하기]뉴스, 대중 유혹의 기술이 초래한 악순환
[대중문화낯설게하기]뉴스, 대중 유혹의 기술이 초래한 악순환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09.28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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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뉴스(news)는 “새로운 것”, “소식” 또는 “정보”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뉴스는 인간이 살아가면서 알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하나의 ‘꺼리’를 제공한다. 하지만 인터넷, SNS 등 실시간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뉴스의 new라는 의미는 점점 퇴색되고 있다.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은 찾아볼 수 없고 사실을 가장한 정보만 나열 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뉴스들의 클릭 전쟁이 심화되다 보니 자극적인 기사 제목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장식한다. 뉴스가 대중들의 구미를 당기기 위해 사실보다는 자극적 판타지로 여론의 형성을 주도하는 것이다.

클릭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터넷 뉴스에는 다양한 댓글들이 달리는데, 댓글에는 호감과 비호감으로 의견이 나뉜다. “호감 투표”를 많이 받은 댓글은 베스트 댓글이 되고, 수 많은 댓글들을 제치고 가장 많은 노출로 대중들의 시선을 끈다. 때문인지 대중들은 언젠가부터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댓글 경쟁에 열을 올리고, 베스트 댓글이 마치 여론을 대표하는 것처럼 각인된다.

많은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있다고는 하지만 베스트 댓글이 여론을 주도한다는 오해는 대중들의 생각까지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다. 뉴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이 아닌 구성된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는 사실을 안다면,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미디어의 행태가 어떻게 대중들을 기만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기자들의 제목 뽑아내기 기술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장 원초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들만이 클릭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자극적인 기사는 포털사이트를 장식하고 악플을 조장하는 기사는 언제나 대중 곁에 함께한다.

얼마 전 배용준-박수진 커플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결혼으로 축하는커녕 대중들의 뭇매를 맞았다. 결혼 소식이 알려지기 시작한 6월 초,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는 소식으로 많은 축하를 받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들은 이상하게도 민폐 커플로 낙인이 찍히고 말았다. 언론사들의 취재 경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배용준-박수진 커플의 일거수일투족이 인터넷을 장식했고, 대중들에게 큰 위화감을 조성하였다. 급기야 비공개 결혼식까지 모두 공개 되면서 대중들의 짜증은 극에 달했다. 뿐만 아니다. 비공개 결혼식에서의 영상까지 공개되면서 배용준-박수진은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고, 급기야 배용준은 악플러 고소라는 초 강수까지 두게 되었다.

배용준의 악플러 고소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정보의 홍수라는 원치 않는 바다에 빠지게 된 대중들은 기자들의 자극적인 낚시 기사에 댓글로 화답하였다. 대중들은 위화감을 조성하는 기사들로 피로감에 쌓였고, 배용준 결혼에 더 이상 호감을 갖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여론 악화를 아는지 모르는지 후속 기사들은 계속 쏟아졌고 악플을 부르는 자극적인 타이틀이 넘쳐났다. 원치도 않았던 정보에 노출되어 반감이 쌓인 대중들은 팬에서 악플러로 돌변하였고, 악플러 고소라는 악순환이 빚어졌다.

반복적인 기사로 상처받은 대중에 대한 어떠한 사과 없이 자신의 상처만을 운운하는 스타에게 우리는 무엇을 요구 할 수 있을까? 또 직업 윤리 없이 특종에만 급급한 기자들의 행태는 무엇을 시사하는 것일까?

이제 뉴스는 객관적 사실을 상징적 현실로 구성하는 과정이 아니다. 단순히 사실 관계를 나열 하는 것을 넘어, 사실이 더 이상 팩트도 아닌 시대가 되고 말았다. 언론의 시각은 필연적으로 우리의 사회문화적인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언론은 자신들의 직업 윤리 의식은 버린 체 자극적인 타이틀, 광고, 클릭 전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중들은 무엇을 보고 믿어야 하는 것일까? 악플러가 발생하는 것이 꼭 악플을 작성하는 대중들에게만 잘못이 있는 것일까? 어쩌면 대중들은 자극적인 기사에 베스트 댓글이 되기 위한 전쟁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