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태’ 박호산이 관람하며 눈물 흘린 까닭은?
‘변태’ 박호산이 관람하며 눈물 흘린 까닭은?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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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구성원 중 그 누가 자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1일 오후 2시 종로구 동숭동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변태’ 프레스콜에서 최원석 연출가가 연극 ‘변태’에 대해 “시에 관한 이야기이자 시의 몰락과 재탄생을 그리는 작품”으로 묘사했다.

▲ 1일 오후 2시 종로구 동숭동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변태’프레스콜 가운데 한 장면

“2009년 우연한 기회에 이 연극의 대본을 썼다”는 최원석 연출가는 “당시 동네에 조그마한 도서대여점이 있어서 ‘도서대여점이 운영될까?’ 하는 질문을 해보았는데 얼마 안 돼 문을 닫았다”며 “도서대여점을 하는 사람은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해서 대본을 집필했다. 시인처럼 생존하기 힘들 거 같은 사람도 집어넣었다”며 작품을 집필한 동기를 밝혔다.

최원석 연출가는 “한국 사회 구성원 중 그 어느 누가 자본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며 연극 ‘변태’의 주제 의식을 밝혔다.

‘변태’의 주제 의식은 최원석 연출가만 언급하지만은 않았다. 박호산은 “이 연극은 사회의 변해가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시인과, 사회가 변하는 속도에 최적화된 정육점 사장이라는 자본의 논리, 그리고 시인의 부인이 겪는 변태의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라며 “시인은 순수예술의 지표로 느낀다. 이 연극을 보며 눈물을 흘렸는데 왜냐하면 대학로 연극배우와 극 중 시인이 다르지 않아서다”라며 극 중 시인과 연극배우가 순수예술에 있어 동일선상에 있음을 밝혔다.

▲ 1일 오후 2시 종로구 동숭동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변태’프레스콜 가운데 한 장면

뮤지컬 배우로도 유명한 박호산은 “연극적이면서도 대학로에 이런 작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되었다”며 “연우무대 출신 배우라 연우소극장에 익숙하다”고 연극에 출연한 계기를 밝혔다.

민효석은 자신이 연기하는 도서대여점 사장이자 시인에 대해 “정육점 주인이 시를 배우겠다고 해서 시를 정열적으로 가르쳐 주다가 자신이 지은 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몰락하는 인물”이라며 “(세상이 보기에는) ET처럼 사회 부적응자와 같이 순수예술만 지향하는 시인같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정육점 사장을 연기하는 김귀선은 “시를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시를 배우다가 시인에게 선의를 베푼다는 게 큰 파문을 일으킬 줄 모르는 인물”이라면서 “정육점 사장은 시를 배우려는 의지가 엄청나게 강한 인물”로 묘사했다.

▲ 1일 오후 2시 종로구 동숭동 연우소극장에서 열린 ‘변태’프레스콜 가운데 한 장면

2014년 제1회 서울연극인 대상에서 대상과 연기상, 극작상 3개 부문을 수상하며 한국연극베스트 7으로 선정된 연극 ‘변태’는 인간의 모든 활동이 물질적, 경제적인 가치만 따지는 실용적 가치에 의해서만 재단되어도 괜찮은가를 관객에게 묻는다.

동시에 지식인이나 예술가는 사회에서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지는 ‘변태’는, 시인과 그의 부인, 정육점주인이라는 삼각관계가 자본주의에 예속된 현실 가운데서 관객에게 ‘당신이라면 극 중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연극이다.

연극 ‘변태’는 대학로 연우소극장에서 12월 31일까지 관객을 맞이한다.
전석 2만원. 만 18세 이상 관람 가능하다.
화~금요일 오후 7시 30분 / 토,일,공휴일 오후 4시 / 월요일 공연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