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정원박람회에서 엑소 찬열과 카이 스타일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면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엑소 찬열과 카이 스타일의 정원을 감상할 수 있다면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0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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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가 끝나도 전시된 정원은 지속적으로 유지할 예정

‘2015 서울정원박람회’에서 엑소 찬열과 카이 팬들이 기금을 모아 만든 정원을 볼 수 있다면? 월드컵공원 안에 있는 평화의 공원을 찾아가기만 하면 된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스타정원'에서 엑소 찬열의 팬클럽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정원

평화의 공원에서 열리는 ‘서울정원박람회’중 ‘스타 정원’은 엑소 찬열과 카이뿐만 아니라 에이핑크 손나은과 씨엔블루의 정용화, 성시경과 박시환, 보이프렌드 민우와 f(x), 서인국의 팬클럽이 조성한 정원이다. 박시환 같은 경우에는 팬클럽뿐만 아니라 본인도 직접 기금을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스타정원'에서 엑소 카이의 팬클럽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정원

스타 정원을 기획한 임춘화 작가는 “10명의 팬클럽이 기금올 모아서 이들 스타들의 이름으로 만든 콘셉트가 스타 정원”이라면서 “스타 정원은 이들 10개의 팬클럽만큼이나 다른 색을 넣어야 했다. 노래 용어로 키워드를 넣었는데, 성시경 같은 경우에는 ‘돌체’, 엑소 찬열 같은 경우에는 ‘에로이코’ 등 10개의 키워드로 각각 다르게 배치한 의미를 담아 ‘가든 오브 송 라이브러리’라고 명명했다”고 밝혔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스타정원'에서 에이핑크 손나은의 팬클럽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정원

그렇다고 서울정원박람회가 스타 정원이라는 아이돌 위주의 콘셉트로 젊은이의 취향으로만 꾸려진 정원으로만 생각하면 곤란하다. 세계 최고의 정원박람회인 영국 첼시플라워쇼에서 2011년부터 2년 연속 금메달과 최고상을 수상한 황지해 작가가 선보이는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은 역사 문제를 인식하게 만드는 정원이다.

이 정원의 부제는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대체 어떤 소녀들을 기억해 달라는 의미일까. 황지해 작가는 “이 정원은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 연행되기 이전 12살 앳된 소녀시절에 보는 정원의 풍경으로 기획된 콘셉트”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넘어서서 위안부 이전에 소녀였던 이들을 기억하고, 위안부 피해자의 상처와 아픔을 모두 헤아리지는 못해도 잊지 않을 수 있게끔 어린 소녀들의 햇볕과도 같은 따스한 희망과 행복한 시절을 정원으로 표상한 것.

20미터 길이의 담장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소장품과 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정원과 그림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해도 좋을 법한 기획인 셈.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희망과 행복을 추억하고 그들을 영원히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클라우딩펀드와 기업 후원을 통해 조성되었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 정원 바닥에 전시된 김말순 할머니의 어록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은 관람객의 시선이 발 아래로도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 정원 바닥에는 쇠로 된 세로 형태의 조형물이 깔려 있는데 자그마한 문구들이 적혀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황지해 작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이 일본에 연행될 때의 나이대에 읊조렸을 노래 가사를 새긴 것”이라며 “위안부 피해자의 어록과 기억의 잔상을 바닥에 새김으로 후대가 기억하고 헌정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초청작가인 황혜정 작가는 ‘다연’이라는 콘셉트의 정원을 선보인다. 다연은 ‘차를 마시며 즐긴다’는 의미. 황혜정 작가는 “‘다연’은 창살이라는 한국적인 콘셉트에 서양의 대칭구조를 삽입함으로 동서양의 콤비네이션을 이루는 정원”이라며 “남녀노소. 연령대 구분 없이 모든 사람이 찾아와서 편하게 즐기고 휴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정원의 목적”이라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소녀들을 기억하는 숲'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이 직접 그린 작품이 벽면에 전시된 장면

‘다연’이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공간임을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오브제는 바로 소파. 정원 한가운데에 소파를 배치해 놓음으로, ‘다원’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을 소파라는 오브제를 통해 관객에게 상기하게끔 만들어준다.

위안부 할머니의 소녀 시절을 기념하고, 팬클럽이 기금을 모아 조성한 다양한 콘셉트의 정원은 아깝게 단 한 번만 전시되는 정원일까. 그건 아니다. 홍광표 조직위원장은 “시민이 지속적으로 이용 가능할 수 있도록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며 “정원의 대중화, 생활화를 통해 도시를 재생할 수 있는 축으로 정원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2015 서울정원박람회' 중 '모퉁이에 비추인 태양'에서 위안부 할머니의 족적을 설명하는 황지해 작가

‘2015 서울정원박람회’는 12일까지 월드컵공원 안 평화의 공원에서 축구장 면적의 7배에 해당되는 80개의 다양한 정원이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