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벤 콰르텟' 재즈와 현악의 경계가 무의미한 트랜스포머형 현악4중주단 내한
'에벤 콰르텟' 재즈와 현악의 경계가 무의미한 트랜스포머형 현악4중주단 내한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5.10.11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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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9일 LG아트센터에서 6년만에 내한공연 가질 예정

실내악에서 역동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현악 4중주단 '에벤 콰르텟'이 2009년 이후 6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

▲ 현악 4중주단 '에벤 콰르텟'이 2009년 이후 6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사진제공=LG아트센터)

“어느 때고 재즈 밴드로 변모할 수 있는 현악4중주단!”이라는 뉴욕 타임즈의 수식어가 말해주듯, 현재 클래식 음악계에서 가장 독창적이면서 자유분방한 현악4중주단으로 손꼽히는 프랑스의 에벤 콰르텟(Quatuor Ebène)이 오는 10월 29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1999년 창단되어 2004년 세계적 권위의 독일 ARD콩쿠르에서 현악4중주 1위를 포함하여 관객상 등 다섯 개 부문을 휩쓸며 음악계에 등장한 에벤 콰르텟은 구(舊) 버진 클래식 데뷔 음반인 <라벨, 드뷔시, 포레  현악4중주집>이 나오자마자 독일 ECHO 상을 비롯하여 2009년 그라모폰상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음반상”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며 ‘차세대 스타’ 앙상블로 단번에 떠올랐다. 

하지만 에벤 콰르텟이 단순히 촉망 받는 젊은 앙상블을 넘어 오늘날 가장 앞서 나가는 4중주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유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뿐 아니라 독창적으로 편곡한 재즈, 영화음악, 팝 등을 클래식과 다름없는 열정을 쏟아 연주하면서 현악4중주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증명해 보이는 그 다재다능함에 있다.

영화 “펄프 픽션(Pulp Fiction)”의 메인 테마와 재즈, 탱고, 비틀즈의 명곡 등을 직접 편곡하여 노래까지 선보여 발매한 <픽션 Fiction>(2010)이나 보사노바와 삼바 리듬을 유명 팝에 멋들어지게 버무린 <브라질 Brazil>(2014) 앨범은 편견 없이 활짝 열려있는 마인드와 젊음이 가득한 자유로움, 그리고 음악적 창의력이 결합된 결과물로서 평단과 관객의 열렬한 호응 속에 각종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며 두 개의 ECHO상을 거머쥔 바 있다.

에벤 콰르텟의 내한공연은 바로 이러한 진지하면서도 유연한 면모를 흥미롭게 보여줄 예정이다. 1부에서는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와 함께 2009년 첫 내한에서 이미 깊은 인상을 남겼던 베토벤의 현악4중주 제14번 Op.131을 통해 클래식을 다루는 탁월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존 콜트레인의 Giant Steps, 피아졸라의 리베르탱고(Libertango) 등 재즈/탱고의 명곡을 4중주로 편곡하여 들려주는 2부에서는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에벤의 번뜩이는 다재다능을 한껏 펼쳐 보일 것이다.

▲ 현악 4중주단 '에벤 콰르텟'이 2009년 이후 6년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온다.(사진제공=LG아트센터)

정통 클래식의 진지함과 재즈 즉흥의 열기를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에벤 콰르텟의 두 번째 내한에서 왜 이들이 앞서가는 현악4중주단으로 인정받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4명의 프랑스 연주자들은 나름의 클래스가 있으며, 어떤 4중주단도 상이한 스타일의 음악을 똑 같은 열정으로 용이하게 옮겨 다니지 못하니 아마도 에벤 콰르텟을 가리켜 오늘날 세계 실내악계에서 가장 창의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에벤 콰르텟의 곡예에 가까운 스타일 크로스는 처음엔 거부감을 줄지 모른다. 어쩌면 별반 뛰어나지도 못하고 불필요하게 느껴지는 연주들에 “크로스오버”라는 용어를 남용하는 세태로 인해 거부감을 주는 경우가 더 많을지 모른다. 하지만 에벤의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언제나 돋보이는 취향과 감각, 그리고 무엇보다 연주자들의 진실성을 담고 있기에 전세계 관객들에게 더욱 어필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에벤이 연주하는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가 이들의 재즈 사랑에 묻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그와는 반대로, “다른 쪽”을 탐구하는 에벤의 경향은 정통 클래식 레퍼토리의 해석과 연주에 신선한 생기를 불어넣는데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다.

프랑스 연주자의 신세대인 이들은 전통에 대한 가득한 열정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킬 뿐 아니라 이들을 열렬한 실내악 애호가로 변모시키고 있다. 에벤의 연주는 설득력이 강하고, 무대 위에서 카리스마가 넘쳐 이들이 연주하는 음악에 마법이 걸리지 않을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