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유족 “어머니 안장된 장소, 제발 알려 달라”
천경자 유족 “어머니 안장된 장소, 제발 알려 달라”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27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족사 외부로 알려져 오해되는 걸 원하지 않아
▲ 2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화백 추모에 관련한 유족의 입장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답변하는 김정희씨

어머니는 2달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났는데, 어머니의 별세 소식을 뒤늦게 접한 자녀들의 심정은 어떠할까? 더불어 어머니의 장례식이 있었는지 없었는 지도 모르고 어머니의 유골이 어디에 안장되었는가도 모르는 자녀의 심정은 대체 어떤 심정일까?

이런 세간의 궁금증을 알리는 유족의 목소리가 언론에 공개되었다. 2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화백 추모에 관련한 유족의 입장을 알리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천경자 화백의 장남인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과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사위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와 며느리 서재란(차남인 고 김종우의 아내) 세종문고 대표가 배석한 가운데 장녀 이혜선씨는 참석하지 않았다.

어머니인 천경자 화백이 작고했다는 소식은 언제 접했을까. 차녀 김정희씨는 “어머니가 지난 8월 6일에 별세했다는 이야기를 이혜선 언니에게 연락받지 못하고 10월 19일(미국 날짜로는 18일)에서야 알았다”고 밝히면서 “10월 19일에 한국에 있는 은행으로부터 천경자 화백의 은행 계좌 해지 동의에 대한 전화를 받고서야 알았다”고 밝혔다.

“(두 달이나 지난) 8월 6일에 돌아가셨다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며칠 동안 이 일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시름에 젖었다”는 김정희씨는 “어머니의 유골함이 서울시립미술관 수장고를 한 바퀴 돌고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이런 일이 가족과 언론에게 알려지지 않았는가, 어머니에게 애도를 표할 기회도 없이 어머니를 떠나보내야 했나에 대해 망연자실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보도에 의하면 천경자 화백의 부음을 접한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계 최고의 영예인 금관문화훈장 추서를 고려했다가 철회했다. 그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최근 천경자 화백의 작품 활동이 활발하지 못해서고, 다른 하나는 천 화백의 사망을 둘러싼 의혹 때문에 금관문화훈장 추서가 철회되었다는 이유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천 화백의 금관문화훈장 추서를 철회한다는 결정에 유족들은 유감을 표명했다. 김정희씨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서를 철회한 첫 번째 이유에 대해 “어머니의 나이가 91세이고 지병이 있어서 연로하신 분이 작품 활동을 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 천경자 화백의 장남인 이남훈 팀-쓰리 엔지니어링 건축사사무소 회장과 차녀 김정희 미국 메릴란드주 몽고메리 칼리지 미술과 교수, 사위 문범강 미국 조지타운대 미술과 교수와 며느리 서재란(차남인 고 김종우의 아내) 세종문고 대표가 27일 간담회를 가졌다.(왼쪽부터)

두 번째 철회 이유인 작고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 김정희씨는 “자식이 못나서 상상할 수 없는 일(두 달 후에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가족이 아닌 한국 소재 은행을 통해 안 것)이 벌어져서 비통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화백의 작고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석연찮게 본 데에는 천 화백 자녀의 가족사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김정희씨는 “부모님 가운데 한 분이 유명인이면 그분에게 누가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하며 자란다. 자녀들이 참고 포기하고 가만히 있으면 어머니에게 누가 되지 않는 걸로 생각해 왔다”며 “언니에게 다른 자녀들이 항의하는 게 외부에 알려지면 분쟁으로 비쳐질까 조심스러웠다”고 해명했다.

“다른 문화인의 가정에서 돌아가신 분의 재산을 가지고 분쟁이 나는 기사를 어머니가 생전에 보셨을 때 ‘추접하다’며 싫어하는 걸 보고 자랐다”는 김정희씨는 “어머니에게 누가 되지 않기 위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겨울에 어머니가 많이 편찮았을 때 수차례 만났다”면서 “미국 법은 허락받지 않고 타인의 자택에 들어가지 못한다. (언니에게) 많은 차단을 받았다”는 가정사 일부를 공개했다.

“어머니는 한국 국민을 사랑했고 한국에 오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는 김정희씨는 “어머니를 모시던 언니는 일반인이 납득하기에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행동과 인격에 대해 분석할 수 없었다”고 털어놓으면서 “정확한 해명이 없었던 점에 대해 사과하겠다. 언니의 심정에 대해 이해하지만 이건(어머니 작고 후 두 달이 지난 다음에야 자녀가 안 일) 너무했다”며 “이때까지 참고 있던 저희가 기자회견을 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천 화백의 부음을 자녀가 직접 보지 못했다면 살아있는 사람이 죽었다고 가정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유족의 입장은 ‘아니오’였다. 김정희씨는 “미국 법 제도는 의사가 사망을 위조하지 못한다”면서 “미국은 사람이 죽으면 병원에 가든가, 의사가 사망 신고를 하든가 둘 중 하나다. 사망진단서를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점에 대해서는 100% 확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27일 오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화백 추모에 관련한 유족의 입장을 알리는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며느리 서재란씨

“가족사가 밖으로 나가서 오해되는 걸 원치 않았다”는 김정희씨의 바람은 과연 이뤄질 수 있을까. 김정희씨는 “언니에게 바라는 게 있다. 어머니를 어디에 모셨는지 알려 달라”는 애끓는 심정을 이번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참고로 김정희씨는 천 화백을 마지막으로 만난 게 지난 4월 5일이고, 현재 언니와는 연락이 끊어진 상태다.

* 기사 2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