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춤추는 허수아비’ 어린이의 집중도를 살린 무용계의 ‘뽀로로’
[리뷰] ‘춤추는 허수아비’ 어린이의 집중도를 살린 무용계의 ‘뽀로로’
  • 박정환 칼럼니스트
  • 승인 2015.10.3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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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는 비트댄스 코미디 무용

재작년 ‘춤추는 허수아비’가 ‘국내 공연계의 새바람’이라는 거창한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 때만 해도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많았을 것이다. 창작물을 내놓았을 때의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 ‘춤추는 허수아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시무용단)

그런데 ‘춤추는 허수아비’는 달랐다. 첫 공연부터 호평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 관객의 집중도도 붙잡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포획하는 일에 성공할 수 있었다. 어린이 관객의 특성이 무엇이던가. 조금이라도 지루하다고 느끼면 금세 집중도가 떨어져 몸을 비틀거나 엄마에게 이야기를 걸기 일쑤인데 ‘춤추는 허수아비’를 관람하는 어린이의 태도는 어린이의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뽀로로’를 시청할 때만큼의 몰입도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울시무용단의 창작 레퍼토리 ‘춤추는 허수아비’가 다른 무용과 차별화하는 지점이 무엇일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 해답은 바로 이 공연이 무용이라는 장르성에만 천착하지 않았다는 점을 손꼽을 수 있다.

서사를 구성함에 있어서 언어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특성 때문에 어린이는 조금이라도 이해되지 않으면 딴청을 피우거나 재미있는 다른 게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하고 공연에 집중하지 못한다.

서울시무용단은 어린이의 집중력이 어른보다 현저히 떨어진다는 약점을 철저히 분석하고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는 전략을 썼다. 무용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난타’와 같은 리듬감을 살린 비트 댄스와 코미디 등 무용 외의 다른 장르를 접목하는 데 있어 주저함을 나타내지 않았다.

▲ ‘춤추는 허수아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시무용단)

무용에만 천착하지 않은 결과 어린이는 공연에 딴청 한 번 피우지 않고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필자의 바로 옆에 어린이 관객이 있었는데 딴청 한 번 피우지 않았다는 건 그만큼 ‘춤추는 허수아비’가 어린이에게도 몰입도가 강한 공연이라는 걸 방증한다. 만화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과장된 몸짓과 빠른 동작, 느린 동작이 교차되면서 어린이의 집중과 이완을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었다.

어린이가 정서적인 친밀감을 통해 1분 이내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친근한 캐릭터로 다가설 수 있던 점, 흑과 백의 심플하지만 뮤직비디오처럼 강렬한 영상 활용을 통해서도 어린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던 건 서울시무용단의 ‘신의 한 수’였다.

극에 등장하는 닭은 ‘마당을 나온 암탉’처럼 헌신적인 이미지의 닭이 아니다. 주인공 허수아비를 괴롭히는 밉상 캐릭터라 ‘마당을 나온 암탉’ 이미지와는 대극을 이룬다. 하지만 극 중 닭은 별안간 ‘백조의 호수’ 속 백조로 돌변하면서 가족 관객의 웃음보를 사정없이 공략한다.

개와 고양이처럼 으르렁거리기 바쁘던 허수아비와 닭이 화해하기가 바쁘게 새로운 적으로 등장하는 개발지상주의를 표상하는 인물의 등장은, 자연과 문명의 대립을 보여주면서 토착 세력과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이주민의 대립으로도 읽을 수 있는 대립을 보여준다.

▲ ‘춤추는 허수아비’의 한 장면 (사진제공=서울시무용단)

무용이 어렵다는 선입견을 타 장르와의 융합을 통해 깨뜨린 ‘춤추는 허수아비’는 잘만 만들면 얼마든지 어린이가 ‘뽀로로’를 시청할 때와 같은 몰입도를 무용도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는 창작무용의 시금석이 될 수 있는 공연이다.

11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R석 3만원/S석 2만원.
평일 19:30 / 토 15:00, 18:00 / 일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