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인사동에 돈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 인사동에 돈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5.11.0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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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평생 사람이 좋아 사람을 찍어왔는데, 왜 사람만 모이면 망가지는지 모르겠다. 인사동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하루 평균 오만 명의 관광객이 몰린다고 한다.

모이는 사람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사람이 꼬이면 돈이 개입되기 때문이다.돈에는 원칙도 윤리도 정의도 아무 것도 소용없다. 비정할 뿐이다.

고유의 전통적 예술풍류를 바탕으로 한 인사동의 정체성은 이미 풍비박산 난지 오래다.전통문화를 이어가는 장인들, 인사동 풍류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들, 예술과 전통문화를 유통시키는 상인들, 정체성을 지켜 온 이러한 주체들이 발붙일 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지금은 프랜차이즈 업체 매장들이 하루가 다르게 땅따먹기를 하는 중이다.

수공예 장인이나 예술가, 영세 상인들은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하나둘 인사동을 떠나고 있다. 그 권리금 분쟁도 시끄럽다. 모두 전통이고 나발이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돈만 보이는 것이다.

인사동이 썩는 돈 냄새에 똥파리 같은 돈 파리들이 들끓고 있다. 심지어 대기업까지 아가리를 들이대며 호시탐탐 노린다.

지금은 좋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몰려들다가도 별 것 없으면 돌아서는 게 군중심리고,
그와 함께 사라지는 것 또한 돈의 속성이다. 그래서 인사동 정체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게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무엇 때문에 사람들이 몰리는지 조차 알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인사동에서 전시되는 전람회 리프렛을 주단위로 만들어 거리에 내 놓자는 제안도,예술가들의 거리를 조성하자는 제안도 모두 감감소식이다. 지역 상인들도 똑 같다.

대표적인 사례 하나 들겠다.
인사동에서 제일 큰 갤러리가 ‘아라아트’다. 그 ‘아라아트’는 시인 김명성씨가 인사동 르네상스를 꿈꾸며 전 재산을 털어 넣은 건물이다. 한 층이 100평이나 되는 9개 층 전부를 갤러리로 만들어 인사동을 미술의 메카로 만들 작정을 한 것이다. 주위에서 말렸으나 그의 고집은 꺾을 수 없었다.

근 10년 가까이 끌어오며 당하는 고통을 고스란히 지켜보았다. 그 이야기들을 묶으면 책 한 권은 족히 될 정도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더라. 그렇게 어려움에 처해 있으면서도 가난한 예술가들을 도와주거나 전시를 지원하는데 게을리 하지 않았던 사람이다.

엊그제 그를 만나 “빈손으로 물러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인사동의 마지막 등불마저 꺼지나 싶었다. 걱정이 태산이다.

인사동이 돈에 중독된 사람들로 가득한데, 그 병은 구할 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돈보다 사람이 먼저 서는 세상이 되어야 하고, 또 바꾸어야 한다. 우리 인사동만의 풍류와 문화로 되돌리는데, 다 같이 지혜와 힘을 모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