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아이유 사태, 대중 예술의 표현과 예술가의 책임 의식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아이유 사태, 대중 예술의 표현과 예술가의 책임 의식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5.11.1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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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대중문화도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평가되면서, 범접할 수 없는 영역쯤으로 여겨지던 예술은 이제 대중 속으로 들어왔다.예술이 가져다주는 현존성과 유일무이성은 이미 사라졌고, 사실상 누구나 원한다면 예술의 공급자, 수용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발터 벤야민은 본인의 저서 <문예이론>에서 이러한 현상을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어떤 먼 것의 일회적 나타남” 다시 말해 예술 아우라가 붕괴되고 있다고 말하였다.

예술이 가지고 있던 제의적,종교적 가치가 무의미해졌으니 일시성과 반복성을 통한 예술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예술의 콧대가 점점 낮아지면서, 이를 생산하는 소위 아티스트의 범위도 넓어졌다. 자유롭게 생각하고 표현한 하나의 콘텐츠가 예술이 되고, 이 예술이 대중문화의 이름으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향유되고 있다.

산업과 예술 고유의 영역이 모호해졌으니, 그 예술이 얼마나 대중들에게 향유되고 있는지 액수로도 환산이 가능하다. 문화산업과 예술 영역의 교집합은 대중문화를 풍성하게 만들고는 있지만, 다양한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벌어진 아이유 사태는 대중문화의 예술화, 예술 표현의 범위, 그리고 예술 표현의 도덕성 문제까지 불러일으켜 그 논란이 매우 뜨겁다. 그래서인지 일련의 논란들은 5살 소년의 성적 대상화 문제를 넘어 아이유가 아티스트인가?에 대한 영역까지 확대되었다. 아이유 음악에 대한 논란이 이제는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아이유가 아티스트인가? 하는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의미 없는 논란일지 모른다. 현대사회에서 대중음악이 예술이 아니라면 무엇이 예술일 수 있겠는가? 다만 중요한 것은 그 예술에 대한 표현과 가치는 아티스트 자신의 생각과 논리를 그대로 담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 역시 아티스트 당사자에게 있다는 사실이다.

아이유는 자신의 생각을 예술이라는 하얀 백지에 있는 그대로 담아냈다. 그동안 여성 아이돌로서 억누르고 있던 감정까지도 모두 가사에 써내려갔다. 그만큼 솔직하고 대범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가냘픈 아이유의 생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라웠다. 그 놀라움은 많은 대중들에게 사실상의 불쾌감을 주었고, 결국 로리타, 소아성애라는 자극적인 비난이 난무할 정도로 큰 물의를 일으켰다.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한다. 예술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표현해 내는 것이 왜 문제가 되느냐고 말이다. 그 예술 표현을 받아들이는 것은 대중의 몫, 예술가는 자신의 표현을 마음껏 해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어쩌면 그 말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대중문화라는 예술영역의 확장은 소통이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다.

고전 예술처럼 자신만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예술을 하던 시대가 아니라, 산업의 영역에서 함께 확장되어 나가는 예술이 대중문화이기 때문이다. 예술가의 윤리적 도덕을 벗어난 표현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들리고 읽힌다면, 그 사상이 가져다 줄 폐해는 상상을 초월 할 수 있다.

레프 마노비치는 자신의 저작 <뉴미디어의 언어>에서 현대사회는 하이퍼링크 현상, 다시 말해 다른 사람의 정신구조를 자신의 것으로 오인하고 동일화 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만큼 과도한 자유와 정보가 이제는 스스로 사유할 수 없는 상황까지 만들고 있는 상태에서 이러한 주장은 매우 위험하다. 대중들은 그 심각성을 모른 체 예술가의 그릇된 표현에 서서히 물들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 평론가들의 말처럼 예술은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표현을 했다면 이에 대한 정확한 사유와 해석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 사상에 책임을 져야하는 것도 예술가 본인의 몫이다. 소속사의 뒤에서, 내가 안일한 생각을 했던 것 같다고 사과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자신의 예술 모티브의 차용이 정말 소설 속 5살 제제와 전혀 무관하다면, 대중에게 이를 납득이 가도록 설명해야 할 것이다. 또 만약 그렇지 않고 표현대상이 말 그대로 소설 속 5살 제제였다면 이 음원에 대한 스스로의 현명한 판단이 이루어져야 한다.

단 한 페이지의 주제를 벗어난 사과 성명만을 내고,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못할 것이라면 이러한 예술은 감히 예술이라는 신성한 이름을 가질 수 없다.

아이유는 자신의 예술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책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계속 예술가로 성장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사태를 조용히 관망만 하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