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대학로‧해방촌 등 6개 지역 예술인 등 보호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막는다
서울시, 대학로‧해방촌 등 6개 지역 예술인 등 보호 위해 ‘젠트리피케이션' 막는다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11.24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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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억원 투입, 문화‧예술인 ·영세 소상공인등에 저렴한 가격 임대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되면 그 열매는 상업자본가가 독식하는 현상의 하나인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발 벗고 나섰다.(*Gentrification,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

시는 내년 예산 199억원을 편성해 부동산을 매입 또는 임차해서 지역 특성을 대표하는 앵커(핵심)시설을 만들고 이를 영세 소상공인, 문화‧예술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준다. 이는 시의 내년도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를 위한 7대 사업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서울시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심각한 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 지역에 대해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서울시 내의 젠트리피케이션의 특징을 보면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공방․갤러리 등 예술가들이 하나 둘 들어오면, 이를 따라 카페․식당이 자리 잡는다. 이후 이 지역은 문화'거리' 등으로  지역의 독창적인 문화가 형성된다. 이후 유동인구 급증으로 상업시설이 늘어나면서 땅값과 임대료가 급등하게 되면서 거리를 활성화 시킨 문화예술인 등은 또 다른 외곽으로 밀려나는 수순이다.

이들이 밀려난 자리에는  대형 프랜차이즈를 기반으로 하는 커피전문점,카페,음식점 등이 대체된다. 여기에 영세자영업자, 원주민까지 외부지역으로 밀려나면서 결국에는 지역 정체성이 상실되고 지역의 형태가 바뀌는 것이다

따라서  시는 사회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문화자산, 전통전승, 마을공동체 관련 지역과 市 역점사업인 도시재생 지역에 대해서는 市 자원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편의점 등 프렌차이즈 업소가 들어서는 것도 규제를 강화한다.

시는 우선,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심각한 대학로, 인사동, 신촌‧홍대‧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을 먼저 주목했다. 그 이유로 지역 내에서 극복의 움직임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시 정책수단과 자원을 총 동원해서 앞서서 지원하고 모범사례를 발굴해 시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시가 이번에 내놓은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은 크게 7개 사업으로 추진되며, 각 지역별로 구성된 혹은 구성 중인 '민관협의체'가 주축이 되도록 했다.. 협의체에는 임대인, 임차인, 지역주민, 전문가와 시‧구 공무원 등이 참여한다.

시가 건물 매입해 대학로, 성수동 등에 앵커시설 확보 후 저렴하게 대관‧임대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경로. 문화예술가 등의 초기 유입으로 유동인구 증가로 결국엔 높아진 임대료로 이탈할 수 밖에 없는 현상이 눈에 띈다.

첫째, 서울시는 앞서 언급한 6개 전 지역에 건물주가 임대료 인상 자제에 자율적 동참을 약속하는 건물주-임차인-지자체간 '상생협약’을 체결을 하고 지역별 민관협의체가 중심이 돼 임대인, 임차인, 지역주민들에게 꾸준히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상생협약'에 따라 ▴건물주는 임대료 인상 자제,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에 앞장서고 ▴임차인은 호객행위 같이 손님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위를 하지 않으며 ▴시‧구는 가로환경개선 등 행정적 지원을 서로 약속한다.

▲인사동에 1990년 대 말 처음 들어선 대형프렌차이즈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 스타벅스가 인사동에 들어선 이후 시점부터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속화됐다. (서울문화투데이 DB사진)

둘째, 시가 부동산을 매입 또는 임차해서 지역 특성을 대표하는 앵커(핵심)시설을 만들고 이를 영세 소상공인, 문화‧예술인 등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임대해준다. 이를 위해 시는 내년도 예산안에 7개 사업 중 가장 많은 199억 원을 편성했다.

대학로에 100석 규모 소극장 약 20개가 몰(mall)형태로 건립 예정인 연극종합시설(지상3층~지하2층, 연면적 5,521㎡)이 대표적이다. 내년 설계 공모를 마치고 '17년 착공 예정으로, 완공 후 창작 연극‧뮤지컬 극단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관해준다는 계획이다.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인 성수동과 해방촌에는 박스숍 등 영세 소상공인과 사회적기업을 위한 마중물 시설을 설치한다.

셋째, 서울시가 노후 상가 건물주에게 리모델링‧보수 비용을 최대 3,000만 원까지 지원해주고, 그 대신 건물주는 일정기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임대기간 보장도 약속하는 '장기안심상가'를 내년 초 공모를 통해 전국 최초로 운영한다.

공모는 지역과 거리를 대상으로 하며, 대상지가 선정되면 이중 참여를 원하는 상가를 장기안심상가로 지정한다. 방수, 도장, 보일러, 상하수, 전기 등 일체의 리모델링 비용을 지원하며 내년 하반기 중으로 마무리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이 직접 상가 소유 유도 '자산화 전략'… 매입비 최대 75% 장기저리융자

넷째, 소상공인이 아예 상가를 매입해서 소유할 수 있도록 시가 8억 범위 내에서 매입비의 최대 75%까지 시중금리보다 1%p 낮게 장기(최장 15년)로 융자해주는 이른바 '자산화 전략'도 우리은행과 협력해 빠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한다.

현재 시중 금융기관에서는 통상 건물 매입비의 50% 수준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75% 중 25%는 서울신용보증재단 보증지원으로 추가 대출을 받고, 1%p 금리는 시가 이자차액을 보전해준다.

금리가 시중금리(3.67%)보다 1%p 낮아지면 5억 원을 대출했다고 가정했을 때 당초(월 153만 원)보다 매달 42만 원 정도 이자부담을 낮출 수 있다.

시는 장기적으로는 자산화 전략을 전문적으로 추진할 지역별 '지역자산관리회사'를 민관 합자 방식으로 만드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역별로 펀딩을 해서 자금을 모으고, 부동산을 사서 목적에 맞는 임차인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빌려주는 방식으로, 내년 중 TF를 구성해 본격적인 사업설계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마을변호사‧세무사 60명 무료 '법률지원단', 조례 제정 및 특별법 제정 건의

다섯째, 마을변호사와 마을세무사 총 60명으로 구성된 전담 법률지원단도 운영한다.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지만 법과 제도에 대해 잘 몰라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없도록 무료 법률‧세무 상담을 지원하는 것으로, 자발적으로 동참을 희망한 마을변호사 33명, 마을세무사 27명을 선정 완료했다.

법률‧세무 상담을 희망하는 사람은 각 지역별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통해 시 담당부서에 연락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

▲서울시가 지역 특성에 맞도록 대응책을 강구한 젠트리피케이션 총괄 대책.

여섯째, '서울시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해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한 시 차원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 주요 내용은 ▴시 투자‧출연기관 보유 상가건물 임대차 기존 5년 보장, 최장 10년 장기임대 ▴'장기안심상가' 운영 ▴'상가건물 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 구성‧운영 등이다.

조례는 현재 시 의회에 상정돼있으며 제254회 서울시의회 정례회 의결을 거쳐 내년 1월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특히,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 서울시설공단 등 시 투자‧출연기관이 보유한 상가건물 약 5,700개에 대한 임대기간 보장은 공공이 임대인으로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해소에 앞장서서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억제하겠다는 차원에서 실행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는 이와 같은 사업 추진에 앞서 지역별 민관협의체를 중심으로 토론회, 공청회, 컨퍼런스를 수시로 개최해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의식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공론화 과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일부 지역에서만 나타나고 있어 일반시민에게 아직 낯선 개념인 만큼 종합대책이 원활하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시민 공감을 얻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서울시는 이와 같은 내용의 대책을 6개 지역에 종합추진하되, 지역상황에 따라 전략분야를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대학로.아르코대극장 앞. 예술은 삶을 예술보다 더 흥미롭게 하는 것이라고 쓰여있는 글귀가 깊게 다가온다.(서울문화투데이 DB사진)

▴대학로, 인사동, 성미산마을에는 시가 건물을 매입‧임대해 '앵커시설'을 집중시키고 ▴신촌‧홍대‧합정 지역은 '장기안심상가' '자원화 전략'을 ▴북촌‧서촌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종이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것을 일부 제한하고 커뮤니티 활성화 시설을 조성한다.

7대 사업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 통해 시 정책‧자원 총동원 앞장서 지원

한편, 시는 지구단위계획, 정비사업 등 관리계획을 수립할 때 '젠트리피케이션 예방대책'을 함께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등 도시계획적 수단을 적극 활용한다. 또,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과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 제정을 중앙정부와 국회에 건의할 계획이다.

예컨대, 지구단위계획 수립시 영향평가를 통해 지역 내에 젠트리피케이션 발생 가능성 여부를 우선 판단하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앵커시설을 미리 확보하는 등 예방적 대책을 함께 세우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건의 주요내용 : ①임대차 존속기간 10년으로 연장 ②임대료 인상률 지자체 조례로 위임 ③임차인 퇴거보상제도 도입 ④강제조정권한을 갖는 ‘시도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이다.

 「젠트리피케이션 특별법」은 성동구 조례('15. 9 공포)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시도지사가 ‘지역상생발전구역’을 지정해 일정한 영업형태 또는 업체 진입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혁재 서울시 기획조정실장은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그 개발이익이 골고루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구성원들이 모두 상생하는 길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개발이익이 건물소유자와 상업자본에만 돌아가는 것은 우리사회의 정의관념에 반하고 궁극적으로는 도시의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있는 만큼 서울시가 종합대책을 통해 최선을 다해 지원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에서는 자본과 시장이 자신들의 더 큰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일에 얼마나 동참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든다고 다소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지만, 서울시의 이같은 정책이 열심히 일하고 고생하는 상인들이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임대료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