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제가 문화부장관이라면 개혁 드라이브 걸수 있죠!
[인터뷰 -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제가 문화부장관이라면 개혁 드라이브 걸수 있죠!
  • 이은영 편집국장
  • 승인 2015.11.30 02: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화는 권력적 속성에서 벗어날수록 좋아, 지시 보다 자율성을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한국음악협회부이사장 역임/국립극장. 세종문화관 자문위원 역임/문화저널 21 논설주간 역임/K-클래식 조직위원장/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 ‘한강’/오페라 ‘메밀꽃 필무렵’, ‘소나기’ 외 창작 50편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은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 한 후 서울시합창단 창단 멤버로 무대를 접했다. 그 때 겪었던 관시스템 극장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법인화를 주도했다.

이후 개혁적인 프로젝트들을 ‘비평그룹 21세기 문화광장’을 통해 일궈냈다. 90년대 화려하게(?) 방송 등에 '문화'의제 관련한 발제와 토론자로 나서며 활동을 했다.

‘KBS 열린음악회 이대로 좋은가’. ‘국공립 예술단체평가제 도입’,’ 문예진흥원 개혁안 등 굵직 굵직한 주제의 담론을 만들어 토론회에서 반대편 발제자와 맞섰다. 그러나 그런 활동들이 보수성향의 기관들로부터 왕따를 자청한 셈이 됐다. 어느 순간 각종 심사나 평가회 등에서 배제됐다.

달변의 해설가인 그는 80년대 중반 수백 회의 지역 투어 해설음악회를 진행했다. 방송 뉴스의 단골 인터뷰어이기도 했던 그는 90년 중반에 그는 창작으로 옮아갔다. 칸타타 ‘송오브 아리랑’ 칸타타 ‘한강’ 등 대본작가로서도 역량을 보였고 세계시장에서 큰 공감을 얻었다. 이런 가운데 오페라와 가곡 50 여 편도 만들었다.

한류문화에 관심을 갖고 정책위원장을 했고, K- 클래식, K- 오페라브랜드를 만들어 세계화에 올인하고 있다. 해초 떠들썩했던 '한예진 립오페라단 예술감독 인선'에 반발해 ‘오페라계 동지’들과 힘을 합쳐 53일간의 투쟁으로 결국 감독직에서 사퇴시켰다.

그가 돌연 돈키호테’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인, '문화부장관을 하겠다'고 나섰다. 비평적 직관, 특유의 돌직구로 탁비평가가 또 무슨 일을 꾸밀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강 건너 양평에 머물고 있는 그를 만난 이유다.

 ◇방만했던 세종문화회관 법인화 밀어 붙였죠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합창단원을 시작으로 줄곧 문화예술 현장에서 40년을 뛰셨는데요. 지금 돌아보니 어떠신지요?
제가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합창단에 들어 간것이 1978년이니 40년이다 되어 가죠. 세종문화회관 법인화를 주도한 것은 1998년의 일이고요. 관주도 시스템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 법인화 카드를 뽑아 든 것입니다. 반발이 컸었고 문제는 법인화 이후도 결코 순탄치 않았어요. 구청장 대기 발령소였던 관장 자리가 10년에 11번 주인이 바뀌었어요. 법인화 이후에도 사장이 여럿 바뀌면서 만신창이가 돼 버렸어요. 관장마다 인사를 하다 보니 자기가 데려온 식구와 내부 갈등이 심했죠.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면서 덜컥 노조가 만들어졌어요. 시향 오디션 처리를 잘못해서 빌미를 준 것입니다. 이로 인해 장기 파업이 이어지고 이명박 시장이 정명훈 지휘자 카드를 뽑은 겁니다. 골치 아픈 시향사태를 좀 정리해 달라는 것이었죠. 만사형통할 것 같았던 세종문화회관이 당시 바람 잘 날 없는 전국 예술계 노조 사태의 진원지로 변한 겁니다.

당시 한 일간지에 세종문화회관 사장 후보로 하마평에 올랐었는데요.
그건 제가 법인화를 주도했으니 그랬나 봅니다. 아무튼 세종법인화 이후 많은 것들을 경험했지요. 정책이있다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이때깨달았습니다. 창의력, 유연성, 지속성이 하나가 되지않으면 역기능이 일어나고 예술단체 파행은 그 때 그 때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문화융성 후반기에라도 점수 올려야

장관을 하시겠다고 했는데(웃음), 단도직입적으로 박근혜 정부 문화융성 3년을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점수로 말하자면 70점 정도라고나 할까요? 人事(인사)가 호응을 받지 못했죠. 국립오페라단 한예진 예술감독 사퇴만 해도 그렇고요. 장관이 문화를 모두 꿰고 있을 수 없는 것이기에 현장과의 대화를 해야 하는데 원로들과 덕담만 나누는 형식 모임에 그칩니다. 개관식에 테이프 끊고 賞(상) 주고 하는 게 장관의 일이긴 하지만, 국정 후반에라도 높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 기대가 느껴지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세월호, 메르스 사태 거치면서 관피아 척결을 외쳤지만 문화계는 이 보다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는데요. 경직성을 풀고 더 소프트한 시스템 창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우리 토양에선 빌게이츠도 스티브잡스도 존재할 수 없다고 하잖습니까. 규제 철폐 아무리 외쳐야 한계가 있는 것이 지시, 하달, 복종문화가 원인입니다. 무조건 3년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야 하고, 담당 바뀌면 또 새로 시작하고 이래서 경쟁력이 생기기 어렵죠. 개인 역량은 쇼팽 콩쿠르 조성진인데 시스템에만 가면 예비군 훈련장 아저씨가 되고 마는 게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직설적 화법과 개혁 성향으로 敵(적)들이 많지 않습니까.
저는 敵(적)과의 동침도 안되죠. 그래서 양평에서 어부사시사 윤선도 버전으로 살고 있습니다. 차기 정권에 들어서 운좋게 문화부장관이라도 된다면 그때 준비한 개혁 실탄들을 쏱아 낼 겁니다. (웃음) 머리 좋은 관료들이 일 맛나게 하려면 우선 주방장인 장관이 요리의 達人(달인)이 돼야죠. 시킨다고 일하는 때가 아니기에 설득할 수 있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일을 안 하려는 쪽과 필이 당기면 저지르고 보는, 탁상과 예술 열정 사이를 어떻게 소통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기득권은 호주머니에서 동전하나 빠질세라 살금살금 살얼음을 걷기만 하죠. 예술이, 문화창조가 공장처럼 시끄러워야 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
니라 점차 재미를 잃어가고 있어요.

◇정명훈 서· 울시향 사태, 정치권 해석 안돼, 미래 고민해야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

저희 신문에서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서울시향 사태와 정명훈감독의 비리의혹은 점점 커져가고 서울시향 사태가 새로운 국면입니다. 박현정 전 대표의 반전카드가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가요.
박현정 전 대표를 지난해 사건이 터지기 전엔 이름조차 몰랐어요. 계속 보니까 이게 문제가 좀 복잡한 방정식이란 것을 알았죠. 서울시 입장은 곧 박원순 시장의 意中의중인 바, 서울시도 ‘박현정 문제 있다’ 란 판단을 내린 만큼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정명훈 지휘자는 지휘료 안받겠다고 선언하고,... 마치 물의를 일으킨 기업총수들 사회 공헌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나하는 의구심도 있어요. ‘눈총’도 ‘총’이니까 이거 무서운 겁니다. 백건우 선생이 계시지만 조성진이 나오듯 지휘계도 권력적 군림 형태 보다는 미래에 대한 안목을 찾아서 시선을 잃지 않아야 합니다. 지금 당장보다도 천리마를 찾아나서는 용단이 그래서 필요하다는 겁니다.

최근 예술계에 ‘검열’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박근형 연출의 작품 일부삭제 문제가 점점 커지고 무용가들도 잇달아 국악원 공연 취소에 이어 엊그제 국립국악원 ‘토요공감’ 예술감독이 또 사표를 냈어요.
제가 그 작품들 관련은 직접 못 보았어요. 그렇지만 예술은 자유가 우선이죠. 옛날에 장발. 미니스커트 많이 잡았지만 지금 길러라 해도 안해요. 기분에 취해서 하는 것에 인위적 잣대를 들이대기보다 여유롭게 보고 기다리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숙으로 가는 코스니까요.
일본 문화 개방할 때 찬반양론이 극심했지만 우리 입맛에 맞지 않으니까 이내 죽어 버리잖아요. 한 두 번하다 관객이 눈길 주지 않으면 뻘쭘해지고 마는데 그것에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현명하지 않다고 봅니다. 우리가 이런 것 다 거쳐 온 것인데 새삼스럽게 논쟁에 휘말릴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 보다는 미래를 향한 것들을 위해 창조적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K- Pop 보세요. 학교에서 가르친 것 아니고요, 또 상업베이스에서 잘 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원한다면 성과주의죠. 이보다는 혼자서 설 수 없는 기초 순수 예술 육성을 해야 하는데, 이건 당장 성과 아니라고 등을 돌린다면 때를 놓치는 것이죠. 그래서 저라도 K-클래식, K- 오페라 운동하는데 지원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니까요. 제발 이젠 좀 바뀌었으면 해요. 예술계만이라도, 문화계에서 만이라도 甲(갑)과 을의 위치가 말입니다.

예술을 ,예술가를 존중하지 않는데 무슨 예술이 나오겠어요. 단군 이래 아직도 관존민비인가요. 우리의 우수한 전통과 그 전통을 토대로 현대적 해석하는 작업이 창작자의 몫인데 이들이 임시직 아르바이트 수준에도 못 미친다면 과연 누가 해결해야 합니까.이게 정부 정책의 몫 아닙니까. 대통령 지시 없으면 아무것도 안되는 문화라서 그런가봅니다.(웃음).오죽하면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의 저자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가 우리 것을 사랑하지 않는 표피적인 문화에 비판을 날렸겠어요.

◇人事 바로 잡고 전문성 확보하면 체증 현상 풀릴 수 있어

▲K-Classic 전파를 위해 오는 12월 유럽의 첫 교두보로 삼은 K-Classic in Paris 로고.(위)/ 탁계석 회장이 직접 대본을 쓴 작품으로 내년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재연되는 한강칸타타 로고.(아래)

음악평론을 주로 하고 계시고 작사와 음악대본도 쓰고 계신데 정작 하시고 싶은 일은 무엇입니까?
한국의 얼과 정신을 살리는 창작을 할 겁니다. 지구촌 문화영토를 넓히자는 것인데 ‘송 오브 아리랑’이 곳곳에서 공연 되고 있고요, ‘한강 칸타타’가 내년 3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再演(재연)됩니다.

오페라도 여러 편 있고요. 이거 힘은 들지만 뿌리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최근에 로고도 만들었습니다. 이걸 널리널리 퍼뜨리려고요.(웃음)

탁선생님께서는 단체나 매체 네이밍도 잘 하시는 걸로 알려져 있고, 우리 음식노래들도 만들기도하셨는데요.
몇 개 매체 제호를 지어주기도 했고 음식과 관련한 노래도 만들었지요.(웃음) 그건 오래전 일이고요. 앞으로는 우리가 클래식을 역수출해야하는 일이 관건입니다. 우리가 100년 넘게 클래식 수입했으니까. 아시다시피 연주가들은  세계 정상에 도달했어요. 작곡도 퀸에리자베드 콩쿠르우승을 연이어서 했거든요. 이런 기운을 살리지 못하는 게 안타까워요. 교향악축제에 창작 쿼트 묶고 싶은데 극장 쪽은 티켓이 안 팔린다는 입장이니까요, 제가 문화부 장관이라도 된다면 풀 수 있는 문제이고요. 상황이 이럴진대 저는 그냥 조용히 입 다물고 제 일만 하렵니다. 모처럼 기회 주시니까 좀 흥분해서 입바른 소리를 또 했나 봅니다. (웃음)

한예진 전 국립오페라단장 사퇴 촉구에 앞장서셨고, 그 때 만든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축이 돼 후에 오페라융성위원회도 만드셨는데요. 현재 활동은 어떻게 진행중이신지요?
여러 가지 정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오페라는 돈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여러 구상중입니다. 지난 11월 16일 서울오페라단 40주년을 맞아 위원회에서 그간 휴면 상태에 있던 오페라단을 살려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했고요. K-오페라 시장 확대 가능성을 저도 여러 면에서 타진해 보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오페라 ‘천생연분’이 큰 호응을 받은 사례가 있으니 유럽시장 개척에 청신호라고 봅니다. 12월 중에는 저도 유럽에 들러서 우리 성악가들의 활동 상황도 좀 보려고 합니다. 정책이 현장에 와 닿지 않으니 많은 예술가들이 고통받고, 양적으론 풍성한 것 같지만 속빈강정처럼 예술인들의 삶이 팍팍합니다. 개인이든, 국가든 안목이 하루아침에 키워지는 것 아니지 않습니까.

뮤지컬, 클래식, 연극, 미술, 출판, 어느 쪽도 다 어려워졌어요. 본질은 두고 겉만 덮으니 눈덩이처럼 고민이불어나는 겁니다. 그런데 최근 대구를 가보니까, 오페라도 그렇고 대구시민회관이 아주 잘 하고 있더라구요. 상당히 혁신적인 방식으로 관객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어요.

즉 클래식을 더욱 클래식하게 하는 운동이 먹히고 있어요. 극장 운영도 대관이 아니라 기획으로 바꾸고, 알게 모르게 관객 수준이 質(질)을 찾기 시작한 것이라고 봐요. 이런 기류가 문화 전반에, 지방 도시들에 확산된다면 전문성을 더욱 찾게 되고 문화융성으로 가는 길이라고 봅니다. 그래도 우리가 세계를 향한 희망을 가져야죠.

엊그제 한 유명 첼리스트 교수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우울증을 가진 예술가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 그들이 사회의 밝은 햇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좋은 문화 환경, 예술인복지가 만들어지기를 바랍니다.

이은영 편집국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