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 개인전 의미 묻는 ‘개인전-프로젝트’ “헛기술” 1 of 7
이정민, 개인전 의미 묻는 ‘개인전-프로젝트’ “헛기술” 1 of 7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5.12.04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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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7일까지,워크온워크 스튜디오서, 디자이너 큐레이터 작곡가 동료와 작가의 교류 드러내는 전시로

작가에게 있어 전시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밀착의 관계다. 작품을 그리거나 만들거나 혹은 쓰거나 이 모든 것들은 ‘작가’라는 이름 속에는 타자에게, 좀 더 나아가 불특정 다수의 일반에게 ‘보여주기’를 하는 행위를 한다는 것이 포함된다.

특히 개인전은 자신의 작품을 온전히 내 보이는, 그야말로 ‘발가벗기우는’ 과정이다. 작가의 생각과 내면을 밀도있게 바라볼 수 있는 개인전에 대한 고찰을 하는 독특한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이정민, 산책-형태, 2015 캔버스에 먹 , 아크릴, 오일, 60.5x72.5cm

지난 달 26일부터 오는12월 27일까지 워크온워크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이정민 작가의 “헛기술”이 그것이다.

이정민 작가의 “헛기술”은 작가 한 사람이 걸어온 작업의 여정을 도드라지게 보이는 개인전이라는 양식에서 한 발짝 거리를 둔다. 유령(Spectre)처럼 존재하며 작가의 전시에 관여하는 동료와 공간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만든다.

전시 제목 “헛기술”은 전시를 한다는 것의 의미, 작가의 개인전이 가질 수 있는 의미를 묻는다. 전시를 통해 작품을 보일 때, 작가는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의미를 만든다.  이는 이정민 작가가 오랜 시간 고민해온 주제로 전시에 ‘등장 인물’로 함께하는 큐레이터, 디자이너, 작곡가 동료들은 작가의 첫 번째 관람객이 돼 각자의 방식으로 대화를 시도하고 의미를 함께 만들어 나간다. 작가는 전시 기간 동안  작가와 동료들이 쓴 글을 모아 소책자를 출판할 예정이다.

▲이정민, 감필(減筆) 연구2, 2014 캔버스에 먹, 아크릴, 오일, 46x53cm

회화를 주요한 매체로 작업하는 이정민 작가의 개인전에서 비롯되는 이 프로젝트에는 작가, 디자이너 김형진, 작곡가 강이다, 큐레이터 장혜진과 박재용이 등장한다. 디자이너 김형진은 명왕성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가 등장하는 짧은 소설을 쓰고, 전시 공간 창문에 그래픽 작업을 하며, 헛된 타이포그래피에 관해 세미나를 연다. 작곡가 강이다는 음악 만들기에 대한 고민을 바탕으로 ‘전시 공간을 위한 음악’을 만들고, 큐레이터 박재용은 작가를 소개하는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하는 대신 이정민 작가가 던지는 질문의 대상이 된다. 장혜진 큐레이터는 70 년대부터 명상을 수련한 명상가와 함께 그룹 명상을 진행한다.

개인전을 계기로 벌어지는 이 프로젝트는 ‘워크온워크 스튜디오’라는 사무실과 서가에서 진행된다. 이 공간은 큐레이팅 동료인 각기 다른 작업을 하는 작가들의 작업 공간이자 작은 도서관으로 이번 전시를 위해 공간을 비운다. 덩그러니 작품을 놓는 대신, 일을 하고 책을 읽는다는 공간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서가 한 켠에 작가와 동료들이 고른 책을 두고, 작품을 감상할 공간을 만들면서도 일을 할 수 있도록 공간 배치를 바꾸는 것이다.

▲이정민, 더 많음과 더 적음, 2014 캔버스에 먹, 아크릴, 오일, 27.5x35cm

이정민 작가는 동양화 필법(筆法)에 대한 관심과 직관적 해석을 강조한 회화 작업을 2000년대 초부터 진행 중이다. 회화 작업과 더불어, 예기치 않게 주어지는 삶의 조건과 전시 환경 자체를 작업의 과정으로 수용하는 태도를 취하며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다. 개인 작업 외에도 “옥인 콜렉티브”(http://okin.cc)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이 작가의 평면 10여 점, 입체설치 1점과 부대 프로그램 그룹 명상, 팩스 보내기와 타이포그래피 세미나, 얕은 지식 토크, 작 곡, 작은 서가, 전시장을 지키는 작가 등이 진행된다. 전시 시간은 오후 2시~9시까지로 늦잠을 자거나 바쁜 사람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오후로 늦췄다 한다.
문의: info@workonwork.org / 010-3507-9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