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연못터' 무시하고 지어진 역사문화관 논란
'신라 연못터' 무시하고 지어진 역사문화관 논란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01.04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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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못 훼손 안 되도록 건립 중'이라는 입장 밝힌 문화재청

신라시대 연못터가 발견됐음에도 그 위에 역사문화관이 건립돼서 논란이 되고 있다.

▲ 신라시대 연못 유적의 모습 (사진 =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2010년 3월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조사원들이 경주 황룡사터 서쪽 외곽의 황룡사연구센터(현 황룡사역사문화관) 건립 예정터를 발굴하다, 신라시대 연못터를 발견했다. 연못터는 남북으로 최대 길이 33.7m, 동서 최대 너비 22.3m, 면적 244평이다. 경주의 신라시대 연못터들 가운데 장방형 연못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밤자갈층의 바닥과 배수로, 쌓인 석축, 석축 앞 귀틀석, 연못 안에 다리로 연결되는 인공섬의 흔적 등 신라 귀족의 저택 정원의 일부임을 보여주는 단서들이 발견됐다. 이전에도 연구소에서 분황사 동쪽 일대 사전 조사에서 연못이 발견돼 건립을 포기한 적이 있다.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신라 연못터 위에 2013년부터 건립되고 있다. 연구소는 연못터를 조사하고 이듬해 11월에 발굴보고서까지 냈지만, 문화재청은 건물이 착공된 뒤에도 보고서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았다. 시 측은 심의를 맡은 문화재위원들에게 가건물로 지어놓고 다시 걷어내 것이라고 설명하고 허가를 받았고, 관람편의와 건물 안정성을 내세워 콘크리트건조물을 바꾼다며 재승인을 받기까지 했다.

주민들의 반발도 거세다. 문화재보호로 재개발을 불허하는 곳이 있음에도, 황룡사역사문화관은 짓도록 해준 것에 대해 민원이 계속 일고 있다. 국립박물관의 한 연구자는 “유적 경관 파괴뿐 아니라 건립과정 자체도 사기에 가까운 졸속투성이 흉물”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같은 한겨레 보도에 대해 문화재청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황룡사역사문화관 건립 부지에 대한 발굴조사 결과 연못터가 확인돼, 관계 전문가 자문회의 및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못 유구가 훼손되지 않도록 애초 위치를 변경하여 건립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관련 발굴조사 보고서는 언론에 배포했으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한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