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감(同感), 그리고 수(數)’ 김민소 개인전
‘동감(同感), 그리고 수(數)’ 김민소 개인전
  • 김승용 인턴기자
  • 승인 2016.01.29 11: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3 ~ 2.16, 스페이스 선+에서

스페이스선+에서는 20대 작가의 첫 개인전을 지원하는 '청춘몽 프로젝트'로 김민소 작가의 개인전을 연다.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시대이다. 김민소 작가는 객관적 성질의 기계가 만드는 데이터를 통해 사람 사이의 인연과 소통을 드러낸다. 데이터와 인연의 조합은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으나 작가는 실상 우리가 매일의 소통을 위해 언어라는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음을 짚어준다.

▲ 김민소 <Lost in translation>

‘안녕하세요’, 다섯 음절은 소리데이터의 영역에서 상대의 인지를 통해 관계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의 첫 인사말 ‘안녕하세요.’는 단순하지만 선명하게 허공을 관계의 자리로 바꾼다. 작가에게  언어는 개관적 데이터와 주관적 관계를 이어주는 고리인 셈이다.

‘Hello_World' 연작은 한국어, 러시아어, 중국어, 불어, 벵갈어 5개국의 인사말 ‘안녕하세요’가 내는 음의 높낮이를 기반으로 데이터로 만들어졌다. 음의 높낮이는 모터의 진동으로 변환돼 목탄가루가 올라간 얇은 한지를 두드린다.

목탄가루는 진동에 의해 다양한 방향으로 흩뿌려지고 각 언어의 높낮이에 따라 각기 다른 우연적 이미지의 작품들이 드러난다. 같은 뜻을 담지만 모두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품의 모습은 관계의 우연성과 인연의 잠재적인 방향들을 암시하는 듯하다.

▲ 김민소 <Hello_world> 연작

작가는 “본인의 작업은 청중에게 시각적이고 경험적인 방법을 통해 인식할 수 있는 감각을 남기며, 아날로그와 디지털, 주관과 객관,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중간을 깨어 들어갑니다. 최근의 작업은, 언어의 한계와 텍스트 기저에 담긴 순수한 의미를 시각예술을 통해, 대화에서의 관계성과 환경(자연, 도시 등) 속에 있으나 깨닫지 못하는 순간의 느낌들을 채집, 수집해 시각적, 공감각적 작품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고 전한다.

‘Hello_World’, 'Lost in translation', 'A letter to you' 시리즈들은 미묘한 언어의 다름과 그로 인한 변화들을 차분한 동양화처럼 흑백의 이미지로 담는다. 김민소 작가의 작품들은 같은 언어에서 출발해 다른 의미, 혹은 다른 해석으로 이어지는 관계의 지도들이다.

도시사회에서 여러 존재와 소통해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가는 맑고 조용한 목소리로 묻는 듯하다. ‘우리는 동감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