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4. 인성이 실력이다-(3) 밟고 싶은 스승의 그림자
[예술가의 세상을 보는 창]4. 인성이 실력이다-(3) 밟고 싶은 스승의 그림자
  • 유승현 도예가/심리상담사
  • 승인 2016.02.2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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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현 도예가/심리상담사

4. 인성이 실력이다.
(1)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
(2) 부모의 인성이 아이의 스펙
(3) 밟고 싶은 스승의 그림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한다” 우연히 대학가 영상물속에서 마주한 한 줄이다.

현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 참으로 어색한 문장 같았으나 스승의 권위가 바닥으로 떨어진 요즘이라 그 의미를 진중히 생각해 본다. 한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죽기까지 마주하는 스승들은 몇이나 될까? 돌봄으로부터 시작하여 주보호자를 제외한 양육의 보조자, 또 많은 지식의 전달자들 삶의 멘토까지 그 수를 헤아려보면 한사람이 만나는 스승은 몇 백 명쯤 될 듯하다.

그럼에도 존경심을 유발하며 그림자도 밟을 수 없다던 스승이 몇이나 될런가? 공교육기관에서는 스승의 날도 각종 촌지 문제로 기념행사 한번 제대로 치루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모학교는 학교봉사를 하러갈시 학부모손에 들린 종이백마저 교문에 모두 두고 입실해야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촌지문제이며 이것의 심각성은 끝이 없다. 주는 학부모가 있으니 받는 교사가 있는 것이고 잘 받는 교사가 있으니 잘 주는 부모가 있는 것 아닌가! 아이가 학교적응문제로 매우 힘들었던 친한 지인의 경우 교실 환경 판을 모두 바꿔주고 소풍갈 때 담임도시락 밑에 돈봉투를 깔았더니 이후 아이가 학교가는게 나아지더라는 말을 부끄럼없이 술술 해댄다.

막상 교사로 있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간단한 상담에도 선물을 내미는 엄마들을 보면서 교사로서 큰 수치를 느낀다는 말을 전하기도 하지만 본인도 신경 써서 뭐라도 들고 제 아이 학교를 찾아간다는 말도 한다. 누군 한술 더떠서 왜 학교에 들고 가는가? 백화점에 어느 학교 어느선생 이름만 말하면 알아서 주소지 배송으로 끝난다는 말까지 늘어놓는다. 그런 일 전혀없이일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좋은 선생님들조차 부끄럽게 만들어 놓은 이 슬픈 현실은 무엇이 문제일까?

대한민국의 교육열 높고 유별난 학부모들 때문에 생겨난 특수한 교육상황인 것은 맞다. 우리사회가 요구하는 것이 인격적으로 훌륭한 교사보다 선발된 기준에 맞추어 결국은 성적으로 배출된 교사들이기에 입시에 높은 적응력을 보이듯 성과위주로 교사를 평가하니 교과서적인 가르침 외에 당연히 정서적인 여유가 있겠는가?

사실 학생들과 정서를 통할 통로도 없다. 초등생 경우 일기조차 개인정보에 관한 보호를 들먹거리니 자주쓰라고 했다간 학부모들에게 야단이 나고 교사의 빨간펜 답글도 편치 않으니 정작 손해는 아이들이 보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교육에 지쳐 그나마 툴툴거리며 몇 줄 쓰는 일기조차 그 마음 헤아려줄 수 있는 누군가가 사라져가고 있다.

시간만 나면 게임기를 드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는 통로가 괴로울 수 있겠지만 어린시절 일기만큼 좋은 대화의 장이 어디 있을까? 필자는 어릴 적 담임선생님과 일기를 쓰며 소통을 했고 나의 꿈에 대한 빛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생각에 대한 답을 써주시던 선생님의 글이 늘 궁금했으며 비록 어린아이의 세상이었지만 사람을 귀히 여기고 삶의 멘토가 되어주신 선생님덕분에 많은 문제해결능력과 바른 가치를 배울 수 있었다.

선생님의 하루일과를 적어주시기도 하였고 어릴 적 꿈이 무엇이었는지 어떻게 노력했는지 낱낱이 적어주시기도 하였다. 교과서와 상관없는 더 큰 가르침이었다. 어린 필자는 선생님의 그림자를 정서적인 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존경심과 믿음은 당연하였고 선생님의 인성에 따라다니는 그림자를 쫓아 늘 닮기를 원했다. 타인에게 양보하며 미덕을 베푸시는 분이었고 그럼에도 자기 계발에 힘쓰는 분이셨다. 특히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셨고 올바르게 세상을 보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그분의 삶이 일관적으로 그러했기에 작은 사람이었던 필자는 아직까지 그 분을 존경하며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세상은 예전과 많이 다르다. 그러나 교실과 교사는 여전히 남아있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원한다면 책이든 사람이든 여행이든 우린 지속적으로 ‘선생님’을 찾게 되고 평생 배움을 사모하며 밟고 싶은 그림자가 많아진다. 누구든 그림자가 되어 가르침을 멋지게 수놓는 일도 생길 것이다. 참다운 스승은 스스로를 낮추고 늘 섬기는 자세로 학생들을 마주하여야 한다. 진심으로 인간에 대한 예를 갖추되 정서적인 공감을 유도하여야 한다.

감각적으로 힘들면 훈련을 통해서라도 가능하게 만들어야 그게 참된 스승이다. 그간 지덕체를 강조하며 바른 사람을 만들겠다는 세련된 말들은 교육기관 홈페이지 알림용만이 아니었기를 바란다. 새해에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참된 스승으로부터 제대로 가동되기를 기대해 본다. 인성적으로 바른 교사와 바른 학생이 바른 이 나라를 만드는 원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