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태양의 후예,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사전제작?
[이현민의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태양의 후예, 중국에 의한, 중국을 위한 사전제작?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03.1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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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인기가 대단하다. 시청률이 27%까지 치솟으며 수목극 1위는 물론이고 시청률 30%는 거뜬히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지난하반기부터 이미 제작에 착수했고, 드라마가 방영되고 있는 현재 모든 촬영이 이미 끝난 상태이다.

그동안 드라마의 완성도, 쪽 대본, 열악한 촬영 환경 등의 문제로 사전 제작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따라서 <태양의 후예>는 국내 드라마 중 100% 사전 제작 작품의 첫 성공사례로 평가되며 더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사전제작이라는 시스템이 아이러니 하게도 중국 정책의 변화로 실행되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정부는 2012년 이미 발표한 바 있는 ‘해외 영화드라마 수입 및 방영관리 강화에 관한 통지’에서 새로운 규제 정책을 추가하여 한류 콘텐츠 수출에 제동을 걸었다. 2014년부터 해외 저작물 수입 규제 정책을 강화하여 1. 2014년 새롭게 심의를 통과한 해외저작물을 중국 국산 영상물의 30%로 수량을 제한하고 2. 동영상 사이트에서 방영되는 영상물의 내용을 건전, 제작 정교, 선양 할 만큼 바르고 아름다운 내용의 저작물이어야 한다고 명시하였다.

또 가장 핵심인 3. 해외저작물은 사전 심의와 검열을 통해 한 시즌이 모두 끝난(종영) 저작물을 자막과 함께 당국 심사에 제출하고 심사 통과 후 허가증을 발급받아 방송 하도록 한다는 규정을 명시하였다.

이는 최소 3~6개월 이상이 소요되는 심사를 위해 방영 전에 작품을 완성하고 자막을 입혀 중국 당국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콘텐츠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의 정부 심의 통과를 위해 사전제작 및 검열은 불가피하게 되었다. 그동안 중국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짧은 시간차로 중국 송출이 가능했던 한국 방송계에는 위기가 된 셈이다. 하지만 사실상 그 위기가 국내 방송 제작 시스템의 선진화에는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그 변화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국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아쉬움을 남긴다.

<태양의 후예>는 중국의 한 기업이 회당 25만달러에 중국 방영권을 사들였다. 그 조건으로 한중 동시 방영을 내걸었다. <태양의 후예>의 총제작비가 130억 원인데 이 중국 수출 계약 건으로 이미 제작비의 1/3이상을 충당한 셈이다. 중국 심의 통과는 물론이고 중국 자본의 영향도 크게 받았다는 이야기이다. 이에 중국 언론에서는 <태양의 후예>의 완성도와 성공을 중국 정책과 자본의 승리라고 자평하고 있는 상태이다 .(참조:《太阳的后裔》先拍后播大热 韩媒:中国资本给力-环球网) 

<태양의 후예>는 높은 완성도와 재미로 중국에서도 인기몰이를 시작하여 제2의 별그대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언론에서는 <태양의 후예>의 성공과 완성도를 중국의 힘으로 포장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국내 드라마의 스토리, 기술, 콘텐츠성에 대한 칭찬은 이미 사라지고 자본과 정책의 승리로 자축하는 분위기이다. 물론 중국 정책이 한국 제작 시스템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도한 것은 맞다. 하지만 콘텐츠 자체에 대한 창의성보다는 자본의 힘에 결정되는 현재 한국 콘텐츠 시장의 문제가 앞으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 우려된다.

<태양의 후예>의 성공으로 국내 사전제작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중국 측에도 좋은 선례로 남아 중국 수출 가속화에 청신호가 될 것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심의 규정과 중국자본으로 인해 콘텐츠 창작력은 물론이고 우리 고유의 색깔을 잃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콘텐츠만의 독창성과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있다. <태양의 후예> 성공과 더불어 중국이 기다렸다는 듯이 중국의 파워를 선전하는 것처럼 자칫 잘못하면 우리콘텐츠 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 자본에 휘둘려 우리 콘텐츠 시장이 걷잡을 수 없이 변질되기 전에 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