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춤, 어렵고 지루하다고? 천만에!"
"한국춤, 어렵고 지루하다고? 천만에!"
  • 오를레앙 허 작곡가/재즈피아니스트
  • 승인 2009.08.1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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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기획공연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 9년째... 바리바리 마니아 생길 정도로 인기몰이

서울 남산 중턱 장충동에 위치한 정부소속기관인 국립극장. 1973년에 완공된 좌석수 1563석인 대극장 해오름극장 이외에도 예쁜 이름을 가진 3개의 극장이 더 있다.

그 중 실험무대를 지향하는 74석 규모의 블랙 박스형 극장인 별오름극장에서는 한국 전통춤의 현대화 작업에 대한 국립무용단의 고민과 열망이 담긴 공연이 무대에 올려지고 있었다.

대주제에서부터 한국적인 리듬이 느껴지는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 이야기>

‘바리바리 촘촘디딤새’ 예쁘게 솟은 버선발이 촘촘하게 내딛는 잦은 발동작을 의미하는 데 2001년 배정혜 현 예술감독이 단장으로 재직할 당시 시작한 이 기획공연은 9년째 이어오고있는 국립무용단의 인기레퍼토리로서 올해에는 7월 22일(수)부터 8월 9일(일)까지 6개의 작품으로 올려졌다.

국립무용단의 ‘실험정신’과 ‘대중화 작업’의 열매라고 할 수 있는 <바리바리 촘촘 디딤새>  ‘대화가 있는 무대’라는 부제에서 밝히듯, 일방적인 춤 공연이 아니라, 안무자, 출연자, 관객 등 무대를 중심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다양하게 보고 느끼고 또 참여할 수 있도록 워크숍과 공연을 하나로 묶은 새로운 개념의 프로그램이라고 소개되고 있었다.

1부에서는 전통춤을 보여주고 그 춤에 대한 해설을 한다. 이어 2부에서는 전통춤에서 정한 주제를 바탕으로 새로운 창작춤을 보여주고, 공연이 끝난 후에는 안무자와 관객들과의 격의 없는 질의문답 시간이 이어진다.

별오름극장은 무대와 객석간의 간격이 좁아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가능하다. 그래서인지 관객들은 관람료 대신 참가비를 내고 입장한다. 상큼한발상의 전환이다. 필자가 찾아간 마지막날 공연의 주제는 현 국립무용단 단원인 김남용씨의 안무로 만들어진 창작무 <거울의 방>.

1부에서는 지역적 특색으로 본 춤의 변화 (살풀이를 중심으로) 문창숙씨의 시연으로 남도살풀이와 중부살풀이가 이어졌다. 민속무용의 대표적인 것 가운데 하나인 살풀이춤은 살풀이 장단에 맞춰 일반적으로 흰 치마, 저고리에 흰 수건을 들고 추는 데 조용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으며 움직이는 가운데 고요함을 지닌 한국무용의 미가 극치를 이루는 춤사위이다.

음악과 춤이 분화되지 않고 하나의 악(樂)으로 나타나는 전통적인 민속악의 모습, 남도살풀이는 잘다듬어진 기방예술의 산물이라고 한다. 즉흥성이 더 강조되는 반면에 중부살풀이는 드라마틱한 요소가 강하다.

그러고보니 약간 고답적인 춤사위로 느껴졌던 남도살풀이에 비해 중부살풀이는 장단이 한배빠르기로 점점 빨라지면서 춤도 함께 경쾌해지는 클라이막스로 여길만한 순간이 있었다.

살(煞)은 사람이나 물건따위를 해치는 독하고 모진기운, 다른 말로 액(厄) , 푸리는 그것을 물리치는 일종의 의식이자 예술행위이다.

2부 창작무용인 거울의 방에서는 신의 형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 호기심이란 사과를 발견한 후에 깃든  나태, 정욕,교만, 분노들이  4개의 거울속에 각각 숨어있다가  투사되어  등장한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본다.

자신의 내면에 칩거하여 호시탐탐 강하게 조정하려고 드는 이들과 치열한 내적다툼을 벌인다. 이것이 살(煞) 이다.

이들과의 다툼에 지친듯 그는 나뭇가지위에 잠자고 있던 나비를 잡은 후 곧 죽음을 맞이하는 데 마치 그것들과 이별하는 유일한 길은 육체의 종말뿐임을 암시한다. 이것은 풀이이다.

1부에서 전통춤 시연을 보였던 문창숙씨가 재등장하며 거울속에서 액 가운데 하나의 모습으로 나타는데 파격적인 현대무용을 선보여 충격적 대비를 준다. 뛰어난 안무와 아방가르드한 컨셉트뮤직, 치밀하게 계획된 조명과 암시적인 무대장치 모두 훌륭하였다.

다만 이와같은 훌륭한 공연이 내국인들 뿐만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 함께 즐기며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오르레앙 허

작곡가 겸 재즈피아니스트 (본명 : 허성우)

1973년생.경남 진주 출생. 국립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모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던 중  재즈음악에  빠져  서른의 나이에 프랑스 파리로 유학 IACP, 파리 빌에반스 피아노 아카데미 디플롬, 파리 에브리 국립음악원 재즈음악과를 수석으로 졸업, 현재 숭실대, 한국국제대에 출강중이며 출시되자마자  화제가 되고 있는 재즈보컬 임미성퀸텟의 1집 ‘프린세스 바리’ 녹음에 깊이 참여하였다( 작곡과 피아노 )

주요경력 : 제6 회  프랑스 파리 컬러즈 국제 재즈 페스티벌 한국대표 참가 ( 임미성퀸텟)
수상경력 : 제 1회 한전아트센터 재즈피아노 콩쿨 일반부 우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