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 “탁상공론을 벗어나 기업현장에서 찾아내야”
비정규직 해법 “탁상공론을 벗어나 기업현장에서 찾아내야”
  • 김기래 서울중구의회 의장
  • 승인 2009.08.1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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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가 비정규직 해법되기를 기대

비정규직은 IMF 경제위기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우리 사회의 불평등,  양극화의 대표적 상징이 된지 오래이다.

이러한 비정규직을 보호하여 건전한 노동환경 정착을 위해 정부는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를 2년 이상 고용할 경우 정규직 전환을 의무화”한 <비정규직법>을 제정하였고, 이는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됐다.

노동부는 이 법이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연말까지 근무기간 2년이 넘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 100만 명 이상이 대량으로 해고될 것이라고 예상, 이러한 혼란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는 방향으로 법률 개정을 추진했다.

하지만 야권과 노동계는 이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으며, 오는 9월 정기국회 이후엔 여·야가 내년 예산안 처리 등으로 바빠져 사실상 연내 처리가 어려울 전망이다

실무부처인 노동부는 지난 7월 27일 "당초 방침을 고집하지 않고 근무기간 2년이 넘은 계약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을 적극 지원하면서 보다 근본적인 비정규직 대책을 관계 부처와 협의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당도 28일 "당내에 노동법 전담팀을 가동해 비정규직을 보호할 근본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최근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537만명으로, 전체 고용시장에서 33.4%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러나 민간연구소인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비정규직 인구는 841만 명이며, 전체의 52.3%라고 발표하였다. 보다시피 300만 명이나 차이가 나는 통계를 가지고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 될 리 만무하다.

한편, 통계의 한계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상태라면 엄청난 사교육비 등의 지출로 자녀들을 뒷바라지해도 정규직으로 취직할 수 있는 확률이 5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2명중에 1명은 비정규직이라는 이야기이다. 비정규직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의 60%정도인 것을 감안할 때 양극화 내지 가난의 대물림이 계속될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누구나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제 이러한 심각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하여, 이전투구 식의 전투태세에서 벗어나 정부·여당, 국회가 원점에서부터 비정규직 근본 대책을 차분히 논의해야 한다.

단, 더 이상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은 말아야 한다. 비정규직 고용기간을 몇 년으로 하느냐에 절대적인 기준을 두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노동부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법 시행 이전까지 비정규직 평균 근속기간은 2년 5개월로 나타난 바 있다. 그만큼 유리한 근로조건 등을 찾아 이동이 잦다는 반증이다.

또한 숙련자 또는 경험자를 우대하는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은 결론적으로 노동의 재생산 측면을 볼 때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자칫 우리 노동시장, 나아가 우리 사회의 체질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안정된 고용과 근로조건 속에서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수 있도록 지원대책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정부와 정치권이 시급히 나서서 해결해야 할 일인 것이다.

아울러, 비정규직 대책이 기업 부담을 늘리는 쪽으로 가지 않도록 노사 상생문화를 정착시켜 나아가야 한다. 즉,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노조에 가입하는 등 단체교섭력이 커지고 성과급 인상, 복지혜택 확대 등 갖가지 요구로 기업과 사회의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큰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정부는 법률에 근거한 일관된 입장을 견지하여 노사가 자율적으로 타협하고 협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는 세계화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무한경쟁, 정글의 법칙을 체험하며 국민적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헤쳐 나아가고 있다. 글로벌 경쟁과 경기 변동 등을 감안한 탄력적 경영을 위해 일정 비율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필요하다.

이를 무시하고 비정규직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는 당연히 무리이다. 정부·여당은 개별 업종과 기업마다 각기 다른 경영 여건과 인력 운용 실태를 면밀히 검토하여 사회의 불평등과 잠재적인 사회 불안 요소를 해소하기 위한 '맞춤형 비정규직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實事求是(실사구시)’라는 말이 비정규직 해법의 출발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서울문화투데이 김기래 서울중구의회 의장 press@s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