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윤동주, 달을 쏘다” 정병욱선생께.
[윤중강의 뮤지컬레터]“윤동주, 달을 쏘다” 정병욱선생께.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6.04.04 2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녕하세요? 정병욱선생님(1922~1982),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올해도 우리는 윤동주(1917~1945)를 만났습니다. 올핸 더욱 특별했어요. 영화 ‘동주’가 새로 만들어졌어요. 신연식 각본, 이준익 연출입니다.

서울예술단의 ‘윤동주, 달을 쏘다’를 다시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한아름 극본, 권호성 연출입니다. 2012년과 2013년의 화제작이었죠.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가장 다시 무대에 올리고 싶은 작품이었답니다. 2016년 봄, 드디어 이 작품을 다시 새롭게 볼 수 있었죠. (3. 20~27.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정병욱선생님, 이 뮤지컬에 당신이 등장하는 걸 알고 계시나요? 당연한 거죠. 당신이 없었다면, 일본으로 떠나는 윤동주의 시집을 당신이 잘 보관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윤동주의 시를 만날 수 없었겠죠.

우리는 영영 일제강점기의 한 지식인청년의 순수와 고뇌를 모르고 지나쳤을 겁니다. 이 땅의 시사(詩史)에서 ‘서시’와 ‘별 헤는 밤’, ‘자화상’과 ‘참회록’이 없다는 걸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윤동주, 달을 쏘다’를 보면서, 당신이 더욱 고마웠습니다. 이 뮤지컬에서 당신이 얼마나 멋지게 나오는지 아세요? 마음으로 살짝 키득거렸는데, 설마 섭섭하진 않으셨겠죠. 정병욱선생님이 요즘 말로 ‘완소남’이더라구요. 지난 공연(2012. 2013)엔 서울예술단의 중견단원 김백현이 맡아 당신을 잘 그려냈습니다. 이번 공연(2016)엔 신예 김용한 배우가 ‘정병욱’이 되었습니다.

김용한이란 배우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본 적이 있었죠. 뮤지컬 ‘화랑’에서 ‘기파랑’이었습니다. 정병욱선생님의 저서 <한국고전시가론>이 떠오르네요. 선생님은 한평생 한국의 고전시가(古典詩歌) 연구에 몰두하셨습니다. ‘찬기파랑가’와 같은 ‘향가'를 수없이 보고 또 보셨겠죠. 행간의 깊은 뜻을 찾아내셨습니다.

뮤지컬 ’화랑‘이 궁금하시죠? 대중적인 뮤지컬입니다. 기파랑은 ’서라벌의 엄친아‘로 그려집니다. 그래도 이 작품을 보며 ‘찬기파랑가’를 떠올린 청중이 있을 겁니다.

‘윤동주, 달을 쏘다’에는 윤동주(박영수), 송몽규(김도빈), 강처중(조풍래)의 세 사람의 모습이 잘 그려집니다. 여기에 후배 정병욱(김용한)이 합류하게 되죠. 뮤지컬 속 정병욱은, 공부엔 열심이지만, 살짝 눈치가 없는 캐릭터로 그려져요. 윤동주가 가상의 인물인 이선화(하선진)와 헤어지려할 때, 정병욱은 ‘시집’얘기만 하면서 거기에 계속 서있는 장면도 있답니다.

‘윤동주, 달을 쏘다’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지금까지 선생님께서 살아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니, 이렇게 좋은 뮤지컬을 1980년대 초에 공연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당신과 함께 객석에서 앉아서 당신이 등장하는 작품을 본 후, 당신께 모두 큰 박수를 보냈을 겁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한국고전시가론>(1976), <한국의 판소리>(1981), 우리의 노래를 연구하는데 지금도 귀중한 자료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도 시간이 있으면 광양 망덕포구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윤동주 유고 보존 정병욱 가옥”으로 많은 분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더라구요. 정병욱 선생님을 통해서 다시금 보존과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새깁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