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브랜드 공모전, 대국민 사기극?
국가브랜드 공모전, 대국민 사기극?
  • 이가온 기자
  • 승인 2016.04.0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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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 없음’, ‘상장은 우편’, ‘상금 개인계좌’,일정 미루다 취소,정부가 이래도 되는 겁니까

세계적인 망신거리 국가브랜드 추락시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내외 국민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펼쳤던 국가브랜드공모전 포스터.

현재 ‘문화융성위원회’의 전신은 ‘국가브랜드위원회’다. 이명박 대통령 때 청와대 직속기관으로 두고 세계에 경제 성장에 비해 저조했던 국가 이미지 제고를 위해 국가도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 해서 신선한 반응을 끌었다.

그러던 것이 정권이 바뀌자 문을 내렸다. 아이템 궁핍에 빠진 문화체육관광부가 다시 지하 창고에 ‘용도폐기’ 시켰던 물건을 꺼내 든 것이 ‘문화융성위원회’였다. 결국은 국가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원점으로 돌아가 얼마전 문체부는 ‘국가브랜드 공모전’을 대대적으로 펼쳤다.

그런데 수상자 선정과 이후의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파행의 연속이었다. 수상자는 선정해 놓고 시상식 일정을 계속 미루다 통보는 우편으로, 시상식은 없음, 상금은 개인 계좌로...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수상자는 이유없이 취소되고...정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걸고 공개적으로 시행한 공모전이 이래도 되는 것인가?

왜 이같은 일이 벌어졌는지 그 속사정을 최근 음악전문지 음악저널 4월호가 짚었다. 강인 음악평론가가 쓴 ‘정부의 국가브랜드 공모전, 이 정도면 국민을 상대로한 사기극 아닌가?’라는 제하의 칼럼 내용을 보면 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최고 기관으로 공신력을 담보로해야할  문체부가 한 일인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에 본지에서는 독자들의 판단과 이해를 돕기 위해 칼럼 내용 전문[全文]을 필자와의 협의 하에 게재한다. -편집자 주-

8,700여 작품 접수, 600여건 외국 응모 등 국내외 국민들 높은 관심 끌어냈으나...

지난 2015년은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뜻 깊은 해였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는 이를 기념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 9월7일부터 11월8일까지 <국가 브랜드 공모전>을 개최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한국다움’을 보여주세요!”라는 슬로건 아래 국내외의 목소리를 다양하게 수렴하고자 국적, 나이, 성별은 물론 개인이나 단체의 제한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

공모전은 크게 영상, 사진(그림), 디자인(로고, 슬로건 등), 글(산문, 시 등), 음악 등 총 5개 분야로 진행되었으며 수상작은 전문가의 심사와 방송 경연 프로그램과 대국민 인기투표 등을 통해 결정하여 대통령상(1팀/2,000만원), 국무총리상(1팀/1,000만원),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2팀/각 500만원), 최우수상(5팀/각 200만원), 우수상(5팀/각 100만원) 등을 뽑아 12월 중에 시상식을 열 것이라고 문체부는 미리 밝혔었다.

두 달여 진행된 국가브랜드 공모전에는 약 8,700여 작품이 접수됐고 그 중 600여건은 외국에서 접수된 작품이었다. 이에 1차 전문가 심사를 거친 97개의 작품들은 국립 중앙박물관에서 실시된 오프라인과 온라인 선호도 조사를 통해 다시 한 번 걸러졌고 최종으로 전문가의 심사를 거쳐 당선작이 선정되었다.

계속 일정 미루다 대통령상, 국무총리 상은 없다, 시상식도 취소

하지만 모든 과정은 항상 끝이 중요한 법인데 여러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국가브랜드 공모전>은 여러 가지 의혹을 남긴 채 마무리되었다. 어떻게 정부에서 국가의 이미지를 걸고 공개적으로 시행한 공모전이 시상식도 없이 흐지부지 넘어가버린다는 것인가? 앞서 언급한 대로 문체부는 지난 해 “12월 중에 시상식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지만 해가 바뀐 2016년 2월이 되어서도 최종 수상작을 발표하지 못한 채 “빠른 시일 내에 발표하겠다.”는 안내문만 띄웠을 뿐이다.

결국 2월 중순이 넘은 시점에서 수상작 발표는 이루어졌지만 주최 측은 ‘각 분야별 저작권조사’ 등으로 지연되었다는 어설픈 핑계를 늘어놓았다. 이상한 점은 이 뿐만 아니다. 100편도 안 되는 작품을 선정하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을 할애 해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은 이유 없이 취소되고 말았다. ‘

문화체육관광부 국제문화과 국가브랜드 공모전 담당 사무관과 함께 일하는 주무관’이라고 밝힌 한 관리는 “1차 심사와 선호도 조사를 거쳐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이 심사 했지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에 준하는 작품을 찾지 못해 선정 되지 못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국가브랜드 공모전을 심사한 모 심사위원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하며 출품 작품들을 심사했지만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확실하게 결정짓지 못했다.”라는 비슷한 답변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이는 음악저널의 취재한 내용과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또한 그 중 더욱 황당했던 것은 수상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하여 “상장은 우편으로, 상금은 개인 계좌로 보내겠다.”고 한 점이다. 이에 수상자들에게 사실을 확인한 결과, 대부분은 “상장은 3월 초 정도 우편으로 받았다. 하지만 일단 대내외적 국가의 품격이 달린 공모전인데, 공신력 없이 시상식조차 진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계속 지연된 결과 발표와 시상식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들었을 때 무척 실망스러웠다. 나라에서 하는 공모전인 만큼 남다른 기대감을 갖고 응모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등의 의견을 내놓으며 아쉬움의 뜻을 내비추었다.

국가브랜드 공모전은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 아닌가? 망신살이 무엇인지 공모?

국가의 브랜드를 뽑는 공모전인데 어떻게 시상식도 없이 처리될 수 있다는 말인가. 이처럼 문화체육관광부가 국가브랜드 공모를 발표한 후 대통령상, 국무총리상이 취소되고 시상식도 없이 수상자들에게 상장을 우편으로 보내겠다고 통보한 것을 보면 사실상 이 공모전은 취소된 것과 다름없다. 이 정도라면 이번 국가브랜드 공모전은 정부의 대국민 사기극이 아닐까?

▲강인 음악평론가.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우승으로 지난 해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쇼팽 콩쿠르는 1990년대 12회와 13회 연속으로 우승자를 발표하지 않은 적이 있다. 해외 유수의 콩쿠르들 역시 그에 합당한 실력이 되지 않으면 ‘1위없는 2위’, ‘1, 2위없는 3위’ 등의 타이틀로 시상을 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한 행사에 대한 형식이나 절차를 생략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번 쇼팽 콩쿠르는 우승자가 없으니 시상식은 없고, 상패는 우편으로, 상금은 개인계좌로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통보한다면 전 세계 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겠는가?

문체부는 이번 국가브랜드 공모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을 통해 다각적으로 홍보했다. 유명 인사들의 릴레이 홍보영상, 특집 방송 등을 통해 공모전을 알렸고 참여자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온라인 포털 등을 통해 공모전의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진정한 ‘한국다움’이 아닌 진정한 ‘망신살’이 무엇인지를 찾고자 한 공모전이 되어버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