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하기]시즌제와 스핀오프의 유혹, 시청자들의 견뎌야할 식상함은?
[대중문화 낯설게하기]시즌제와 스핀오프의 유혹, 시청자들의 견뎌야할 식상함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04.18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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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이제는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다. 대중문화에서 기술 발달의 핵심은 콘텐츠의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것에 있다. 때문에 대중들은 빠르고 정확한 반응에 익숙해졌고 그만큼 특정 콘텐츠에 대한 집중적인 관심도 떨어졌다.

1인 미디어의 발달은 이러한 현상을 더욱 부추겼다. 특정 이슈에 대한 정보 교류 시간이 크게 단축되었고, 하나의 콘텐츠에서만 재미와 여가, 정보를 찾던 시대도 지나버렸다. 이에 TV 프로그램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 재미, 유익, 공익, 정보 등 어느 하나라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외면을 받기 일쑤이다.

방송 프로그램의 전체 시청률은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방송사들의 아이디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그 돌파구로 시즌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비지상파에서 실시되고 있는 시즌제와 스핀오프의 유혹은 오히려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함을 안겨주고 있다.

jtbc는 2013년부터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크게 성공시키며 지상파를 위협하는 종편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케이블 채널 tvN은 나영석PD 등 스타 PD의 영입과 연이은 시즌제 프로그램의 성공으로 시청자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2016년에 들어선 지금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jtbc는 작년 말 유재석, 강호동 등 콧대 높던 국민 MC 두 사람을 종편으로 영입하며 자신들의 입지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현재는 연이은 프로그램 폐지와 식상함으로 대중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프로그램의 폐지에는 복잡한 문제가 얽혀있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역시 시청자들의 외면이다.

jtbc는 “비정상회담”의 성공을 발판 삼아 스핀오프 프로그램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이하 내친집)”를 선보였다. 기존의 프로그램에서 파생된 작품이라는 뜻의 스핀오프는 “비정상회담”의 인기를 “내친집”으로 그대로 끌어왔다. 반응은 성공적이었다. 출연자들에 대한 애정과 익숙함은 시청자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jtbc는 “내친집”의 성공에 너무 자만한 것일까?

올해 초 “냉장고를 부탁해”의 스핀오프격인 “쿡가대표”를 만들내며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 시작했다. 같은 출연자에 비슷한 콘셉트가 식상하다는 것이다. 재기발랄한 아이디어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높지 않다는 이유로 단시간에 폐지하면서 스핀오프와 시즌제로 안전만을 추구하는 모양새이다. tvN의 예능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즌제라는 이름으로 같은 포맷과 비슷한 내용의 나PD식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급기야 시청자들을 위한 보답의 일환으로 시청자 세계 일주 프로젝트까지 펼쳐진다고 하자 시청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시즌제, 스핀오프라는 달콤한 유혹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는 식상함으로 다가오고 있다.  시즌제 형식으로 재정비의 시간을 갖는다고는 하지만 수반되는 변화는 그저 출연진의 교체이다. 또 스핀오프라는 이름으로 같은 출연자의 비슷한 리액션을 봐야하는 것도 결국 시청자들이 참아야 할 진부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달콤한 형식의 도입에 비지상파들은 자축을 넘어 자만하는 분위기이다. 프로그램의 콘셉트라는 큰 틀 안에서 늘 변화를 보여주는 지상파 방송들의 노력이 오히려 가상하게 보일 지경이니 말이다.

식상함을 막으려다 오히려 시청자들을 완전히 잃을 위험도 있다. 새로운 콘텐츠들이 계속해서 빈자리를 채우는 상황에서 흐름이 끊어진 방송에 다시 애정을 갖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자기복제에 빠져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방송 제작진들을 향한 시청자들의 경고와도 같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이야기하며 시즌제와 스핀오프의 달콤함에 빠져있는 방송 제작자들.

같은 형식, 같은 포맷이 주는 진부함은 더 이상 달콤한 매력을 주지 못한다. 쿡방을 인공호흡 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재기발랄했던 참신한 기획에 조금 더 힘을 실어 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재 시청자들의 화두가 콘텐츠의 시즌제나 스핀오프 등 제작 방향에 관한 것인만큼 그들의 눈높이는 한층 높아졌다. 그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선택이 과연 맞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