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이목일, 그 야성의 아우라, ‘창달 그리고 영감’展
화가 이목일, 그 야성의 아우라, ‘창달 그리고 영감’展
  • 조문호 기자
  • 승인 2016.04.2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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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5월3일까지 낙원동 M갤러리
▲이목일 화백의 그림에세이 <나는 영혼을 팔아 그림을 그린다>(어문학사 刊) 책표지.

화가 이목일의 ‘창달 그리고 영감’전이 지난27일부터 5월3일까지 서울 낙원동 “갤러리 M’에서 열리고 있다.

개막식이 열린 27일 오후5시에는 동료 작가를 비롯한 많은 지인들이 몰려 와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작품에 혼을 불어넣는 행위예술가 송마루, 유진규씨의 퍼포먼스도 펼쳐졌다.

‘창달 그리고 영감’이란 제목의 전시작들은 자연의 생명력을 말하지만, 어찌 보면 작가의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다.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혼신을 다한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화려하면서도, 결코 화려하지 않은 짙은 색의 그림들이 아무도 보지 못한 저승의 풍경처럼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마치 ‘지옥의 묵시록’처럼...

화가 이목일하면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게, 그 카리스마의 야성이다.

다부진 그의 모습도 그렇지만, 그는 야수적인 본성을 감추지 않고 스스로 드러내 놓는다. 야수파의 대표적 작가 마티스처럼 그의 작품에도 원시적 야성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한 때는 호랑이에 빠져 삼년동안 일 만 여점의 호랑이를 그리며, 야성을 불태우는 것도 보았다.

▲이목일, “氣 백두산천지” 65.1x 90.9cm / Acrylic on canvas 2015

‘원색은 진실이다’라는 그의 좌우명처럼, 그는 색의 실체를 탐미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작품들에 등장하는 산이나 강, 하늘에 뜬 별이나 달, 이 땅에 피어나는 꽃이나 나비들의 형상들이 거친 붓질과 미세한 붓질로 뒤 섞여 표현되고 있었다.

▲이목일,“백두산 천지2” 72.7x 90.9cm / Acrylic on canvas 2015

 최근에는 백두산과 연꽃에 매료되어 영적 에너지를 몰입하고 있다. 때로는 현실적이면서, 때로는 몽환적인 그의 그림들은 마치 이승과 저승을 오가는 듯하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어 쉽게 판독하기 힘든 생명의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이목일,“야성, 그 위대한 본능” 72.7x 90.9cm / Acrylic on canvas 2015

작가 이목일은 이렇게 말했다. “내 그림의 궁극적 목적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어 함께하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이는 것을 움직이게 하고, 또 원색이 진실이며 진실이 원색이라고 늘 가슴에 새기며 살아왔다. 혼을 팔아 그리는 내 그림은 나의 생존 그 자체다.”

이번 전시와 함께 ‘어문학사’에서 펴낸 그림에세이 ‘나는 영혼을 팔아 그림을 그린다’는 제목처럼 그는 혼신을 다하는 작가다.

▲이목일,“지리산 별빛” 90.9x 60.6cm / Acrylic on canvas 2015

몇 년 전에는 느닷없는 뇌경색으로 쓰러져 왼팔과 다리가 마비된 적도 있었으나, 다시 재기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는 창작에 대한 욕구 때문이었다. 얼마나 악착같이 그렸던지, 중풍마저 손을 들고 만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 영혼을 내다 파는 작가들이 들끓는 세상에, 아슬아슬한 곡예의 삶을 살면서도, 작업에만 혼신을 쏟는 작가들도 더러 있다. 바로 이목일이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목일, “생명의 잎” 72.7x 90.9cm / Acrylic on canvas 2015

돈이 가치기준을 바꾸는 이 자본주의 세상에, 돈 없으면 가족에게도 버림받는 세상이다. 그 막강한 힘에 대부분 무릎 꿇지만, 일단 작가는 돈 맛에 물들면 끝장이다. 풍요가 나태를 이끌기도 하지만, 작가에게는 삶의 절박성과 아픔이 없다면 결코 그의 영혼을 작품에 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목일은 죽어도 영혼을 팔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가 영혼을 바쳐야 할 곳은 그림뿐이니까.

▲ 작가 이목일

이목일은 경남 함양출신으로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서양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창형 미술학교 판화과와 뉴욕 아트스튜던트리그에서 공부했다. 그동안 개인전 서른여섯 차례와 수많은 그룹전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창작활동을 해 왔다. 빨래판을 화폭삼아 작품을 그리는 등 많은 일탈과 일화의 족적을 남긴 화제의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