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박병문, 『아버지의 그늘』사진집 출간과 전시회 열어
사진가 박병문, 『아버지의 그늘』사진집 출간과 전시회 열어
  • 조문호 기자
  • 승인 2016.05.0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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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1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

어버이의 날에 즈음하여 다큐사진가 박병문의 『아버지의 그늘』 사진집(눈빛출판사) 출간과 전시회가 열려 애잔한 가족애를 일깨우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오는 21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는 <박병문 사진전>은 검은 분진으로 휩싸인 탄광촌 철암의 오늘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진가 박병문 사진집 ‘아버지의 그늘’ (눈빛출판사刊) 책표지

사진들은 쇠퇴해가는 탄광촌의 현실에 앞서 광부였던 아버지를 그리는 사진가의 애틋한 마음이 곳곳에 배어있어 사진들을 보면 슬퍼진다. 그 삭막한 폐광에서 인간애를 느낄 수 있는 것은, 사진들이 주는 잔잔한 울림 때문이다.

▲삼방동, 2014년

사진가가 보여주려 한 것도 사라져가는 탄광의 빛바랜 풍경이 아니라 아버지가 힘겹게 살아 온 공간과, 그 안타까운 시간이었다. 숨을 몰아쉬며 올랐던 삼방동 언덕길, 빛바랜 월급봉투, 칠흑의 냉기에 휩싸인 지하막장,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까치발 건물과 분진이 날리는 저탄장 등 아버지가 살아 온 자취들이 마치 한 편의 흑백영화처럼 나른하게 펼쳐지고 있다.

▲퇴근하는 선탄부, 2007년

사진가 박병문이 유년시절의 기억까지 들추어내며 추억 속 아버지의 발자취를 기록해 온지도 어언 십여 년이 넘었다. 꾸준히 아버지의 흔적들을 추적해 온 것은 아버지의 자취를 통해 탄광촌의 아픔을 세상에 드러내놓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 편으론 사진가의 기억을 통해, 보는 이의 아버지와 고향, 그리고 슬픈 기억들을 떠 올리게 하는 것이다.

▲선술집, 2007년

여지껏 탄광을 촬영한 사진가들이 여럿 있었으나 대개 한차례의 작업으로 끝냈지만, 박병문씨는 달랐다. 탄광 바깥에서 들여다 본 사진가의 시선이 아니라, 탄광은 그가 살아온 추억의 공간이고 아버지의 혼이 박힌 곳이었다. 선탄부(여자광부)에 이어 진폐에 대한 기록으로 이어갈 것이라는 그의 다짐은 한 개인의 가족사기 전에 우리 탄광의 소중한 역사로 길이 남을 것이다.

▲철거 중인 철암시장, 2014년

박병문은 2010년 강원도사진대전 대상과 2013년 제1회 최민식사진상 특별상 대상을 받으며 알려졌다. 2014년에는 “아버지는 광부였다”란 사진전을 열어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사라져가는 탄광의 아픔을 슬픈 가족애로 이끌어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새까만 얼굴에 맺힌 아버지의 눈물은 한 개인의 슬픔을 넘어 우리의 시대적 아픔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눈 속의 광부 동상, 2015년

아버지를 기억하는 작업은 그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지난 해 '검은 땅 우금에 서다'에 이어 또 다시 ‘아버지의 그늘’을 펼쳐 보이는 등, 아버지에게 바치는 세권의 사진집을 연이어 펴낸 것이다.

▲사진가 박명문

사진비평가 이광수교수는 ‘기록으로 불러들인 기억 그리고 광부 아버지’란 서평에서 “박병문의 사진은 아버지께 바치는 헌시”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