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문화재청은 낙안읍성 훼손 이대로 둘 것인가?
[단독]문화재청은 낙안읍성 훼손 이대로 둘 것인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5.13 0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벽옆 대나무숲 훼손, 대대로 피고지던 야생화밭 갈아엎고 외래종으로 교체,자전거보관소 대형 창고건물 설치, 문화재청이 유지 독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사적 제302호인 순천 낙안읍성에 대한 문화재청의 관리감독이 소홀한 가운데 고유의 정체성이 훼손될 위기에 처했다. 본지에서는 이 전에도 여러 차례 낙안읍성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기사화 한 바 있다. 그럼에도 훼손은 점점 더 강도가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낙안읍성 전경. 사진 왼쪽의 대나무숲의 대나무를 베어내 현재는 휑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중심에는 문화재를 관리감독 해야 할 문화재청과 순천시 산하의 낙안읍성관리사무소가 있다. 특히 행정기관인 낙안읍성관리사무소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낙안읍성의 고유한 자연풍광 등을 파괴하는데 앞장서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순천 낙안읍성은 현존하는 조선시대의 읍성들 가운데 원형이 가장 잘 보존된 곳으로 특히 성 안에는 전통적인 가옥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성곽 길이는 1410m이고 전체 면적은 223.108㎡에 달하는 대한민국 3대 읍성 중 하나로 연간 12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주요 관광지다.  현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 및 CNN선정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16위로 선정됐다. 낙안읍성은 1983년 6월 14일 사적 제302호로 지정됐고 현재는 총 13점의 문화재(국가지정 10, 도지정 3)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잠정 목록 등재돼 있다. 읍성안에는 90여 가구에 250 여명의 주민들이 실제 생활하며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자가 취재에 나서 만난 주민들에 따르면 현재 낙안읍성관리사무소가 낙안읍성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주민들 간의 갈등을 야기시키고 있다고 성토했다.

▲낙안읍성의 담장을 가리는 자전거보관소.

주민들이 꼽는 문제점은 대략 10여 가지에 이른다.▲성벽 옆 대형 자전거보관소 설치로 성벽미관 저해 ▲대대로 내려오던 야생화밭을 갈아엎고 외래종 정원조성 ▲마을의 수호신 역할과 방풍역할을 하고 있는 대나무숲 훼손 ▲낙안읍성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체험장 운영 ▲읍성내의 모든 영리사업을 하는 마을기업 ‘큰샘’의 운영실태, 외부인 영입, 공무원개입, 특혜의혹 ▲관리사무소가 집행하고 있는 ‘노인일자리 창출’ 사업 등 여러 사업들을 놓고 주민들의 편가르기 등을 꼽았다.

이 중 일자리 창출사업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말을 듣는 주민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고 관리사무소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행정집행에 반대하는 주민은 배제시키는 등 보복성 행정처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낙안읍성과는 어울리지 않는 ‘세계전통의상 체험장’이 운영되고 있어 낙안읍성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각 체험장 가옥의 마루에는 ‘복전함’이라는 절이나 유사한 종교시설에서나 볼 수 있는 ‘돈통’을 놔두고 체험객들이 얼마간의 ‘성의’를 넣도록 하고 있어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낙안읍성의 정체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세계전통복장체험장을 운영하고, 마루에는 '복전함'이라는 우스꽝스러운 '성금함'을 놓아두고 있다.(좌측) ▲읍성내 방문객들을 위해 개방된 가옥의 부엌은 바닥을 시멘트로 덮어서 원형은 찾을 길이 없게 해놓고 시멘트로 아궁이를 만들어 '전통'이라는 시늉만 내고 있다.(우측)

낙안읍성 관리사무소는 최근 자전거 대여를 목적으로 자전거 보관소를 성 옆 담 벽에 일정부분 담을 가리는 크기의 금속외관의 건물을 짓는가 하면 장터운영을 위해 성 입구에 담장 높이를 훌쩍 넘는 몽골텐트를 20개 동을 쳤다.

또한 성내에 존치돼 있는 기존 장터 두 동은 사용하지 않고 있으면서 성문앞 주차장 몽골텐트를 설치해 사용하고 이 텐트로 인해 성입구에서 보이는 성곽의 아름다움을 가리고 있었다.

‘자전거보관소’ 설치도 문제지만 성안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해서 보행자 중심의 성안 산책을 즐기던 관광객들에게도 방해를 일으키고 있어 이중의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낙안읍성 자전거 안내소. 지도를 보면 원래 성 외곽 주변을 도는 코스로 짜여졌다. 그러나 현재는 낙안읍성 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수 있게 해, 천천히 읍성내 산책을 즐기던 관광객들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토종 야생화를 뽑아낸 자리에 순천만의 현대식 정원을 낙안읍성 화단에까지 끌어들여 전통 민가의 원형을 잘 보여주고 있는 낙안읍성의 정체성마저도 모호하게 만들어 가고 있다. 여기에 분수형 돌탑을 쌓는가 하면 멀쩡한 야생화(할미꽃.작약,난초, 상사화 등)를 갈아엎고, 외래종 꽃을 심으면서 중장비를 동원해 오랫동안 마을주민들과 함께 해왔던 토종 야생화를 뿌리째 뽑아버렸다.

주민들은 이같은 행정으로 낙안읍성만의 소박한 미를 잃어갈 것을 걱정했다. 비록 그 범위가 현재까지는 성내 전체까지는 확산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계속적으로 이런 행정을 편다면 낙안읍성의 이미지는 전통의 모습과 유리될 것이라는 점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낙안읍성에는 이렇게 야생화들이 곳곳에서 방문객들을 맞았다.(좌측)그러나 관리사무소는 읍성 초가집과 어우러지는 소박한 야생화는 뿌리채 뽑아버리고 외래종 꽃으로 화려한 인공정원을 만들고 있다.(우측)

주민들은 순천만정원 뿐만 아니라 봄이면 전국 어느 도로 화단이나 일반적인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외래종 꽃들을 굳이 낙안읍성까지 들여올 필요는 없다는 주장이다. 읍성은 읍성에 맞는, 저절로 자라나서 피고지는 소박한 꽃들이 있을 때 더 가치를 발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몇 백년을 그 자리에서 계절 따라 피고지고한 야생화들을 포크레인까지 동원해 걷어내는 것은 내 몸의 한 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 같은 아픔과 같다”며 안타까움을 호소했다.

여기에 더해 읍성을 지켜주는 수호신과 같은 역할로 방풍벽을 이루고 있던 대나무숲의 대나무를 무참하게 잘라내 주민들의 원성은 더해가고 있다.

몇 년 전 공사를 위한 길을 내면서 대나무숲의 가운데를 뭉텅 베어낸 자리 옆을 또 다시 대량으로 베어내면서 주민들은 태풍이나 바람으로 인해 초가지붕이 날아가거나 손상을 입을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이 기사의 첫 사진에서 볼 수 있는 울창한 숲을 이루던 대나무가 베어져 숲이 휑하다.

기자는 낙안읍성을 찾아 현장을 둘러보고 낙안읍성장을 만나서 주민들이 현재 가장 안타까워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관리사무소 측의 입장을 들어봤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낙안읍성장은 이러한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 대해 나름의 고민은 한다고 말했지만 크게 문제의식을 가지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주민들이 제기한 ‘인공정원’ 조성문제는 “정원이라고 까지 하기에는 너무 과하다. 이전에 '잡풀'들이 있는 곳에 오히려 화사한 꽃들로 화단을 가꿔놓은 것이 훨씬 보기에 낫지 않느냐” 고 반문한 후 “일부에서는 새로 조성된 화단이 좋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며 별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말하자면 뚝배기의 ‘된장’보다는 깔끔한 포장지로 싼 ‘햄버거’가 더 먹기도 좋고 편리하지 않느냐는 논리다.

대나무숲 훼손 문제에 대해서는 “사진작가들이 사진을 찍는데 성곽이 잘 안보여서 그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쳐내게 됐다”며 “‘우후준순’이라고 하지 않나. 대나무는 금방 자라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자가 조사해 본 바에 따르면 대나무가 다른 나무에 비해 생육기간이 짧지만 이전의 크기로 자라려면 적어도 5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주민들은 이런 모든 문제는 낙안읍성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이 승진을 위해 잠시 거쳐가는 곳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라고 강조한다. 눈에 반짝 뜨이는 것으로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를 발판으로 더 나은 자리로 나가기 위해 낙안읍성은 그저 관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인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수십년 동안 낙안읍성을 거쳐간 공무원들이(전부는 아니겠지만)보여준 행태들로 인해 주민들에게 각인된 공무원들의 실상이었다.

 “화단 조성의 한 예를 보더라도 연초에 시장 순시 때 시장이 ‘낙안읍성도 언제까지 전통만을 고수한다고 할 것이 아니라 순천만정원을 위해 포식한 여러 꽃들을 이곳에도 갖다 심으면 좋겠다’고 한 시장의 한 마디에 관리사무소가 즉각적으로 실행에 옮긴, 과잉 충성의 결과물”이라고 인식 한다.

▲낙안읍성 입구를 가리고 있는 몽골텐트. 문화재청이 허가를 내줘, 오히려 읍성의 미관을 가리는데 일조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낙안읍성에 시가 과다한 예산을 책정해 예산을 소진하기 위해 정작 전통가옥의 내부 복원이나 주민들의 민원인 하수도 사업 등은 외면한 채 눈에 띄는 사업들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문화재청도 제대로 된 감시감독을 하지 않고 오히려 훼손을 부추기는 일에 동조하고 있어 낙안읍성의 원형은 점점 훼손돼 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성 입구의 몽골텐트의 경우 문화재청쪽에서 나서서 오히려 권장하는 셈이된 사례다. 관리사무소에서는 텐트 대신 초가로 건물을 세우겠다고 했지만 문화재청에서 유네스코 실사 전까지 현재의 몽골텐트를 그대로 사용하라고 ‘허가’까지 해 준 것이다. 여기에 더해 자전거보관소도 허가를 버젓이 내줬다.

순천에서 인공적으로 잘 가꿔진 화단은 순천만정원에서 얼마든지 만끽할 수 있다. 또 외래종꽃들은 전국 어느 도시의 작은 공원 등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굳이 옛 정취를 느끼기 위해 낙안읍성을 찾는 이들에게까지 인공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줄 이유가 있을까. 도시인들은 일부러 야생화 군락지를 찾아서 우리 고유의 자생종들이 피워내는 꽃들을 보고 감동받고 힐링을 하고 온다.

낙안읍성의 한 뜰을 지키며 한 자리에서 몇 백 년을 계절에 따라 피고 자라온 토종꽃들을 아무런 고민없이 마구 파내버리는 행위는 지금 낙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여러 일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우리 고유의 전통마저 굴절시키는 것과 같은 행태다.

한 문화재 전문가는 “문화재청이 낙안읍성을 유네스코에 등재시키려면 제대로 관리감독해서 원형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고,오히려 복원에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며 “지금처럼 자꾸 훼손이 일어난다면 유네스코 등재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고유한 전통자산마저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문화재청은 더 이상 낙안읍성에 대한 직무유기와 태만을 거둘 것”을 주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