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노인 간병비를 착취하지 마라.
[조문호의 빼딱한 세상 바로보기]노인 간병비를 착취하지 마라.
  • 조문호 사진가
  • 승인 2016.05.1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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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호 사진가

어버이날이 부끄럽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처럼, 장모님께서는 이런 저런 병으로 십 여 년을 병상에 계신다. 올해로 아흔 다섯인 장모님은 폐암 말기에다 양쪽 골반이 무너져 내려 오랜 세월 고생스럽게 연명하고 있다. 두 번씩이나 산소공급기를 차단하자는 병원 측 제안에도 지극정성으로 살려 낸 아내의 효심이야 갸륵하지만, 옆에서 지켜보는 나로서는 안쓰럽기 짝이 없었다. 장기간 환자를 돌보다보면 정신적, 육체적 나아가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병원비를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쩔쩔매며 병원으로 일터로 쫓아다니는 아내의 모습을 보면 가끔은 장모님이 원망스럽기도 해, 그냥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으면 하는 불효를 저지르지만, 사람 목숨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긴 세월 병원비를 내다보니 환자가족들에게 가장 큰 부담으로 닥아 오는 게 간병비였다. 직접 간병하면 되겠으나, 한 푼이라도 벌기위해 일터로 나서야하니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문제는 그 간병비를 악덕 병원 업자들이 착복한 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처음 알았을 때는 너무 분통이 터져 병원 측에 항의도 했다. 그래도 시정되지 않아 언론사의 지인에게 하소연했더니 오래 된 관행이라 했다.

“노인복지 노인복지” 노래를 부르는 이 대명천지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가? 문둥이 코 구멍에 마늘을 빼 먹지, 벼랑에서 허덕이는 가난한 노인들의 등을 치다니...그렇게 더럽게 축재해, 돈 되는 노인 병원 확장에 혈안 되어있다. 문제는 보건 복지부에서 이러한 부정을 방치하며 등짐 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건 공무원들의 직무유기다.

장모님이 입원하신 서울 녹번동의 노인병원에는 한 병실에 다섯 명의 환자들이 오늘 내일 하직할 날만 기다리며 연명하고 계시다. 병원비만 보내며 거들떠보지 않는 자식들에 대한 원망마저 지쳐버려, 다들 말을 잊고 사신다.

이 분들의 간병비 부담은 하루 37,000원이다. 다섯 분이니 185,000원이 된다. 다섯 환자를 한 사람의 간병인이 돌보는데, 하루 60,000원을 받는단다. 나머지 125,000원은 어디로 갔는가? 수많은 병실이 있으니 그 착복하는 돈은 엄청나다.

환자들의 피해도 커지만, 간병인들의 대우도 엉망이다. 간병비를 적게 주려고, 약점 있는 조선족 여인네를 고용하는가 하면, 칠순이 된 할머니까지 간병인으로 쓴다. 대부분이 중증 환자인데, 그분들의 대소변을 혼자서 제대로 받아내겠는가? 그들이 병원에서 지내는 현실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교대할 사람이 없어 밥도 간신히 짬을 내어, 서서 먹는다. 그리고 탈의실이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가 하면, 잠은 쪽잠을 잔다.

병원 측에서는 간병업체(소개소)에서 소개비뿐만 아니라 월 회비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뜯어가기 때문이라지만, 그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것을 정부에서 보조하고 관리하여, 모든 운영시스템을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인간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가장 기본적인 욕망인 애정과 더불어 안전 및 사회적 공감의 욕구를 가진다. 이중 애정에 대한 욕구는 식욕, 수면욕과 같은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다. 그런데 고령사회가 급속도로 진행 중인 우리의 현실은 노인들의 상위욕구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욕구마저 보장돼 있지 않다. 가정과 돈에서 소외된 노인들의 급증은 인간적 도리마저 짓밟는 비정한 사회로 만든다. 노인 문제라는 시한폭탄을 해결하지 않으면 사회는 물론 국가 전체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외로움으로 치닫는 한국 노인들의 이 암울한 현실을 어찌해야 할까?

환자는 간병비 부담 덜어 편하게 간병 받고, 간병사도 병원에 직접 고용되어 환자들이 더 좋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만 있다면, 환자는 물론 간병인에게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겠는가? 법적 제도적 장치를 하루속히 마련해 가난한 서민들의 시름을 덜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