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국의 국악담론]왜 국악의 발전이 이리 더딜까?
[김승국의 국악담론]왜 국악의 발전이 이리 더딜까?
  • 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 승인 2016.05.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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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국 수원문화재단 대표이사

바쁜 일정 속에 쫓기듯 하루하루를 보내다 오늘은 모처럼 한가로운 시간을 갖게 되었다. 시간이 나서 책장에 아무렇게나 꽂아 둔 책들을 유형별로 정리하다가 국악의 발전 방안을 모색해 보는 관련 세미나 및 학술회의 책자들이 눈에 띄어 이것, 저것 꺼내어 훑어 읽어 보았다.

오래된 것들은 10년이 훨씬 넘은 것들도 있고, 비교적 최근의 것도 있었다. 제기된 문제점이나 개선 및 발전 방안들도 오래된 것이나 최근의 것이나 내용면에서 거의 대동소이하였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끊임없이 문제 제기를 하고 발전 방안을 제시하였지만 예나 지금이나 거의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간 20여 년간 각종 세미나나 학술회의에서 제시된 발전방안 중 눈에 띄는 것은 대략 이러하다.

“국악을 생활 속에 살아있는 음악이 되도록 해야 한다.”
“유능한 작곡가의 양성이 필요하다.”
“무대 전문인력을 양성해야한다.”
“서양음악이나 대중음악적인 어법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보편적인 한국정서와 부합되는 것이라면 신중하게 한국음악이나 한국악기 속에 수용해야한다.”

“사물놀이의 진화, 판소리와 산조의 공연 형태 변용, 대중음악인들이 시도하였던 전통음악적 접근의 사례들이 대중화에 완벽하게 도달하지 못한 원인을 규명하여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웰빙산업이나 실버산업의 추세에 따라 생활음악으로서의 전통음악 활용방안이 필요하다.”
“젊은 세대와 다양한 음악적 체험을 원하는 층에게 국악기를 이용한 퓨전음악과 월드뮤직을 제작하여 공급해야한다.”

“전통음악을 모든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방송, 영화, 뮤지컬, 광고, 인터넷 등의 미디어 활용을 위한 효과 음악으로 활용해야한다.”
“한국의 전통음악도 월드뮤직 외국 전통음악과의 교류와 벤치마킹을 통해 발전되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산조와 리듬이 세계 사람들의 가슴 속에 진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으려면 먼저 우리가 변해야 한다.”

“대중음악의 전통적 접근이 필요하다.”
“전통과 현대라는 두 긴장의 축을 바탕으로 새로운 음악적 질서를 창출해 내야한다.”
“다양한 한국음악을 전략적으로 제공해야 차별화된 대중화, 세계화가 가능하다.”

모두 백 번 천 번 지당한 말씀이다. 그러면 왜 이 지당한 말씀이 실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정부에서도 전통예술 진흥 정책을 수립하여 한 해도 빠짐없이 막대한 재원을 쏟아 붓고 있는데 왜 이렇게 변화가 더딘 것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사람이다. 다시 말해 국악의 발전을 견인해 나갈 전문인력의 양성에 고질적인 문제가 있어서이다. 전문인력 양성의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할 대학이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대학의 국악과가 변화를 모색 혹은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의 국악과가 요지부동으로 변화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음악 평론가 윤중강은 어느 한 세미나에서 “대학의 국악과가 바뀌어야, 국악이 산다.”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했을까? 그는 발제문에서 “국악과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그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교수진이 달라져야 한다.”라고 하며, “교수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나에게 익숙한 것을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으며, 학생이 원하는 것과 그들에게 필요한 것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좋은 교수라고 생각한다.”고 했는데 나는 그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을 하며 동의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했다. 결국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것이며, 사람을 변화시키는 것은 교육이다. 평론가 윤중강의 15년 전의 발제문을 인용하면서 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굳이 그의 발제문을 인용하는 이유는, 그가 15년 전에 문제제기를 하였을 때의 상황이나 지금이나 크게 상황이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더 답답하다.

“이렇게 변화될 음악환경 속에서, 국악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21세기야말로 지식이 모든 산업의 기반이며, 대학은 이를 추진할 중심 센터가 될 것이 틀림이 없는데, 지금과 같은 ‘닫혀 있는’ 국악과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악과는 이제 전통에서 현대로, 전승에서 창조로, 한국에서 아시아로, 민족에서 세계로, 그 음악적 개념을 확대할 때가 왔다. 이제, 국악과는 한국음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