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Issue]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억울한 퇴진, 논란
[Hot Issue]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억울한 퇴진, 논란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5.31 13: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급여반납까지, 초유 사태 벌어져, 천안시, 20년간 예술감독 연가서 미제출, 제재 없었다.
▲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임기가 남아 있는 합창단 상임지휘자가 일반단원들의 출퇴근 복무규정 잣대로 재단해 조기 사퇴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천안시립합창단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를 맡고 있던 강기성 지휘자는 누군가의 음해성 투서로 징계에 직면하고, 그와 관련해 벌금과도 유사한 급여를 반납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강 상임지휘자의 일정을 관리하던 단무장도 시에 보고 누락 등 행정처리를 잘못했다는 사유로 천안시로부터 ‘견책’ 징계를 받았다.

합창계에서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강 지휘자이지만 1년 4개월 만에 사실상 찍어내기식 압박을 받으며 지난 2월 강제 퇴진 당한 것이라는 말들이 돌고 있다.

문화계에서는 몇 개월간 쉬쉬하면 넘어간 이 사건의 전모를 살펴보면 공무원의 어처구니없는 일방적 행정 조치로 향후 파장을 예고했다.

강기성 지휘자는 합창계에서 실력을 평가 받는 손에 꼽히는 지휘자라고 말들 한다. 단원들과 화합하며 합창단을 잘 이끌고 있던 강 지휘자를 어느 날 천안시 감사실에서 부른다. 지휘자가 출근을 정상적으로 지키지 않았고, 외부 출연, 개인 합창단 운영 등의 복무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했다.

대외 활동해야하는 예술감독과 일반단원 복무 규정 일률적 적용

이번 사태를 들여다 보면 문화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합창 지휘자뿐만 아니라 오케스트라 지휘자에게는 관행적으로 외부활동이 용인돼 왔던 일인데, 천안시가 타 예술단체나 심지어 천안시 예술단 소속의 다른 단체와도 형평성에 맞지 않게 강 지휘자를 표적 감사한 것이라는 의혹을 떨칠 수 없다.

강기성 지휘자는 “지휘자에 대한 복무규정은 별도로 된 게 없다. 한 도시의 예술적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지휘자에게 단원 복무규정을 억지로 적용시킨 것으로 대한민국 전체 합창단, 무용단 등 예술감독들이 다 그렇게 하고 있다. 누군가 나을 지목해 조사를 벌이게 하고, 그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해 시장 면담 요청을 했지만 전혀 들어주지도 않았다” 고 했다.

합창계는 이번 사건에 누군가 영화 ‘내부자’처럼 자리를 노려 음해성 밀고를 한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강 지휘자는 관리감독 기관인 천안시 문화관광과 담당공무원은 어떤 이야기도 듣지 않겠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곧 징계위원회를 구성해 징계절차에 돌입하자, 이처럼 항의가 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징계까지 받을 수 없다 생각했다.

앞으로 다른 지휘자 공모에도 불리하기에 이중의 피해를 볼 수 없어 사표를 내고 말았다. 설성가상 천안시는 외부 활동으로 근무에서 빠지거나한 날짜를 합산해 450여 만 원이나 되는 벌금을 부과해 징계에 준하는 조치를 내렸다.

▲천안시립합창단의 공연 모습. 강기성 전 상임지휘자가 지휘를 하고 있다.

20년간 용인돼 왔던 일, 누군가 숨은 의도로 표적 의혹 짙어

합창단 전체 단원이 가지 않아도 되는 중창단 규모의 찾아가는 음악회에도 지휘자가 나오지 않았다고 결근 처리했다. 합창 심사 등 외부 심사는 어느 시립합창단에서 모두들 하고 있는 것이고 또 개인 사설 합창단 운영은 실력 향상을 위해 자기 돈을 써가면서 하는 활동이다.

천안시합창단원들이 시 행정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지만 소용이 없었다. 좋은 지휘자와 함께 합창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진정서 제출과 피켓을 드는 등 간곡한 호소를 했지만 천안시는 시장은 물론 공무원들이 한결같은 입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누가 봐도 숨은 의도가 있지 않고서는 이런 상황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게 합창계의 시각이다.

단원들은 이 사건 당시 ‘시에 징계위원회 소집과 사유에 대하여 그 부당함을 알리고자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통해 “시가 출처도 알 수 없는 무책임한 투서로 인해 예술감독과 단무장에 대한 경력을 크게 훼손시키려 하는 것은 명백한 잘못이다” 며 “오히려 그동안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한 천안시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고 두 사람에 대한 징계철회를 강력히 주장했다.

일반적으로 시립합창단의 지휘자는 단원들과는 전혀 다른 대우를 받는다. 근무조건도 다르다. 천안시립합창단의 역대 지휘자 어느 누구도 이런 출퇴근과 관련해서 외부활동에 제한을 받은 적도 없고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출퇴근도 지휘자의 재량에 맡겼다.

천안시청은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시립합창단을 운영해 오면서 상임지휘자의 겸직과 출강을 허용해왔다.현재도 해오고 있으며 외부활동 시 연가제출을 낸 사람은 다섯명 중 단 한명에 불과했다.(PDF자료 참조)

▲강기성 전 상임지휘자에 대한 '찍어내기'표적이 의심되는 천안시립 소속 각 예술단 감독들의 연가 제출 유무 현황.

단원들은 천안시립예술단의 다른 단체 -교향악단, 국악단, 무용단, 풍물단 등- 지휘자와 안무자들도 겸직과 출강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단원들은 또 “천안시가 지금까지 다른 시립합창단의 평정이나 신입단원 심사 시, 지휘자들에게 연가를 요구한 적이 없다. 천안시를 대표해서 나가는 외부 심사가 지휘자의 징계 사유일 수는 없다”고 강변했다.

또한 “타 시도 시립합창단의 상임지휘자들 다수가 겸직을 하고 있으며 출강 또한 빈번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인해 징계나 불이익을 받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며 “오히려 지휘자와 단원들의 기량 향상과 시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 외부 활동을 적극 장려하는 곳도 있다” 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강감독과 단무장의 징계시도는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천안시, “공무원복무규정에 따른 것일 뿐”

현재 시립합창단의 관리감독 업무를 맡고 있는 천안시 이승우 예술진흥팀장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내가 이 자리에 있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강 지휘자에 대해 제보가 들어와 조사를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며 “다른 곳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상세한 정보를 받았다.알아보고 확인을 해보고 본인도 시인했기에 징계절차를 진행중이었다”고 밝혔다.

그런데 “강 지휘자가 만약 징계를 받게 되면 다른 근무처를 갔을 때 영향을 받기에 징계를 받을 수 없다며 스스로 사표를 냈다”고 덧붙였다.

외부출연이나 심사 등은 지휘자이기에 그런 일이 종종 있는데 그런 것을 복무규정 위반이라고 하는 것은 무리가 아닌가라는 기자의 물음에 “자율건은 어느 정도 필요한 부분은 있기에 우리도 그런 부분을 다 개방했다”며 “단지 승인 받는 절차를 거치지 않고 무단으로 나갔다는 것이 문제다. 이 부분에 대해 외부에서는 잘 이해 못하는 것 같더라”며 천안시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에 오히려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천안시 공직자라면 외부의 일이 있으면 누구든 승인을 받고 나가야하는 공무원 복무규정을 예술감독만 지키지 않는 것은 형평에 어긋나기에 취한 조치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벌금 부분 또한 1년 4개월 가량 근무하는 동안 외부 활동으로 빠진 일수를 계산해 벌금 형태의 급여반납은 강 지휘자가 무단으로 근무하지 않은 날수를 인지해 내 산출한 것이라고 대답했다.

고위직 예술가 독식 현실, 공기관 겸직규정 등 되짚어 봐야

이와는 별개로 고위직 예술가에겐 독식구조가 된 공공기관의 복무규정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부분도 있다.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의 모 교수는 경기 지역의 한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피아노과 교수 역시 지휘자가 주 3~ 4일은 나가야하는 오케스트라 지휘 자리를 겸업하고 있는 것들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뿐만 아니라 한 예술학교 교장은 학교에 얼굴만 비치고 전국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문화예술계에 전방위로 퍼져 있는 고위직 예술가의 교수 겸직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있지만 해당 감독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부단히 힘을 쓰고는 있지만 예술계에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기득권층 예술가에겐 독식구조가 고착화돼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는 신인이나 해외에서 갓 돌아온 예술가들은 때문에 이중, 삼중의 고통을 받고 있고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다시 유학지로 돌아가는 사태마저 빚어지고 있다.

정부가 아무리 문화융성을 외쳐도 예술 생태계가 이토록 불합리하게 되어 있어 이를 개선하지 않는한 혼돈은 가중될 뿐이라고 예술계는 말한다.

'힘 없는' 예술가들에게는 '갑질'하는 공무원들

이번 강 지휘자 사태에서 보여지듯이 ‘힘없는’ 예술가에 대한 공무원의 갑질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몇 개월 전 제주도립합창단의 조지웅 지휘자 역시 억울하게 퇴진한데는 현지 제주도 고위공직자 딸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와 관련해 탁계석 음악평론가는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기까지 했다.

최근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이에 대해 감사를 벌인 결과 제주시는 도립 제주합창단의 조지웅 전 지휘자에 대한 실적평가를 부당하게 진행하는 등 실적평가 지침도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않는 등 제멋대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사실로 밝혀냈다. 이 같은 조사결과 도 감사위는 당시 7급 담당자에겐 경징계를, 제주시 문화예술과는 부서 경고, 담당부서 6급(계장)과 5급(과장) 공무원에 대해선 훈계 처분토록 요구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도립 제주합창단 지휘자 재위촉과 실적평가 등 업무 처리가 부적정하게 처리됐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조례에 근거해 위촉기간 만료를 통보한 만큼 문제가 없다"고 밝힌 제주시의 주장을 뒤 엎은 것이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공무원의 갑질이 도를 넘고 있다는 하나의 방증이다. 조 지휘자의 경우는 복귀 가능성은 열려 있어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

지휘자 면담도 거부한 천안시의 주요 키워드는 ‘소통’

▲천안시가 시정의 기본 키워드로 내세운 '소통'. 홈페이지를 가득 덮은 이 '소통'은 정작 억울하다 항변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외면하는, 한낮 구호와 홍보에 불과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다시 강 지휘자 사건으로 돌아가면, 천안시는 강 지휘자가 자신의 억울한 입장을 임명권자인 천안시장의 면담을 요청했으나 전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천안시 홈페이지 메인화면을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소통’이 주요 키워드다.

천안시는 모든 일에 소통을 통해 서로간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홈페이지를 통해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억울하다고 항변하는 사람의 목소리는 외면해 버린 것이다. 결국 ‘소통’을 내걸은 것은 단지 보여주기 식의 ‘구호’에 지나지 않은 셈이다.

한편 현재 천안시립합창단 지휘자는 공석으로 지난 4월4일에 지휘자 모집공고를 내고 1차 심사를 통과한 다섯 명의 후보자에 대해 이달 18일에 2차 심사까지 마쳤다. 최종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런 예술가에 대한 갑질 문제나 이중 겸업 문제를 파악하고 ,이에 대한 해법을 내 놓기 위해 하루속히 머리를 맞대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강기성 전 천안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인터뷰]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722

이은영 기자press@sctoday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