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복고문화의 인기, 대중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
[대중문화 낯설게 하기]복고문화의 인기, 대중을 향한 위로의 메시지
  • 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
  • 승인 2016.06.2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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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민 대중문화칼럼니스트/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경계는 실상 사회적인 현상이 빚어낸 보편적인 결과물이다. 사람들은 실제의 삶에서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문화를 고급과 저급으로 분리한다.

고급문화를 소비하는 것은 사회적 계층의 분리와 사회적 위치의 공고화를 위한 대중문화와의 간극을 벌리는 행위로 간주되기도 한다. 하지만 두 계층 혹은 두 문화를 분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고급문화의 향유 계층도 실제 삶에서는 대중문화의 소비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계층의 분리는 소외된 욕망에 대한 개성의 목소리를 유발한다. 현대 산업사회에서 대중은 전통적인 계급의 억눌림이나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영역을 새로이 만들어 내고 있다. 대중문화라는 이름의 동질화된 문화 덩어리는 이제 더 이상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다가 설 수 없다.

대상을 실제로 소비하는 대중의 물리적 욕구뿐만 아니라 문화적 욕구까지 더해져 남과는 다른 자기 것, 구별 짓기, 차별성 등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분출한다. 이는 대중문화 속 B급 문화라는 새로운 영역의 하위문화를 발전시키기에 이르렀다.

솔직함을 무기로한 B급 문화는 대중들 안에 감춰진 욕구와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여 카타르시스를 일으킨다. 이러한 문화적 양상은 고급문화라고 생각되었던 순수 예술(문학, 음악, 미술) 및 패션과 문화 전반에 영향을 미쳐, 즉각적이고 즉물적으로 인간의 욕망을 달래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B급코드는 새로운 문화트렌드로 급부상하며 대중문화를 강타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복고문화는 촌스러움을 가장한 추억의 요소들로 중무장하여 대중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때 그 시절의 모습을 비교적 상세히 고증한 문화콘텐츠는 대중들이 과거로 추억 여행할 수 있도록 매개체적 역할을 한다. 복고열풍은 끊임없이 매무새를 다듬어 대중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있다. 좀더 '그럴듯해' 보이려는 A급 문화에 염증을 느끼고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또 지친 어른아이들을 위한 위로, 나이도 먹고, 어른으로 성장했지만 여전히 사회에서 부딪히고 성장해가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대중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속에서 발생하는 공감대는 이 모든 요소들을 연결시키는 핵심이 되는 것이다.

대중들이 원하는 향수는 복고라는 트렌드로 소비된다. 복고는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꿰뚫는 트렌드이자 불안감을 해소하고자하는 욕구를 대변한다. 그 예로 70년대-90년대 문화를 되돌아보는 영화와 드라마, 2000년대 이전의 대중가요의 리메이크 열풍이 복고를 향한 대중적 인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88년도 “응팔”열풍이나 아시아 전역에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영화 <나의 소녀시대>의 국내 인기, 또 전인권의 곡 <걱정말아요 그대>가 이적의 목소리로 리메이크되며 큰 반향을 일으킨 것까지 새로운 문화의 형성은 많은 것을 의미한다.

혹자는 불황과 추억은 늘 붙어다니면서 감성팔이를 조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반드시 힘들어서, 현실의 위로를 위해 과거를 회상하는 것만은 아니다. 즐거운 추억을 통해 위로받고 싶은 욕구가 대중적 호응을 얻으며 하나의 문화메커니즘의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복고문화의 형성은 다양화된 문화의 새로운 축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 막연히 과거를 쫒는 복고가 아니라 현재와의 공존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찾고 그 속에서 대중들은 위로받고 행복을 찾아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