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과 보훈처의 대관 갑질?①
예술의 전당과 보훈처의 대관 갑질?①
  • 이은영 기자
  • 승인 2016.07.0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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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대관 심사과정 논란,국가보훈처 ‘나라사랑 콘서트’ 선정 의혹
▲예술의 전당 홈페이지 대문 캡쳐

음악저널은 “이같은 일은 명백히 음악저널 뿐만이 아닌 전문 기획인들과 모든 예술인들을 무시한 처사이자 비단 오늘에만 국한한 것이 아닌,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적폐(積弊)이자 관행(慣行)을 근절시키고자 목소리를 높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저널은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고, 최상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의 전당, 그리고 국가보훈처에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에 앞서 내용 증명을 통해 부당함을 제기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는 음악저널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했음을 밝혀둡니다. -편집자 주-

 

국가기관, 민간 상대로 갑질? ‘민간 탈락’, 국가기관은 ‘대관 후 취소’
‘보훈처 음악회’ 6월 20일 대관 취소하고, 7월9일로 연기, 공연 여부 여전히 ‘아리송

해마다 6월이면 거리 곳곳에서 호국보훈의 달 표어나 포스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6월에는 현충일을 비롯해 6·25 한국전쟁일 등 나라를 위해 희생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정신을 기리는 날들이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특별하다고 볼 수 있다.

▲국가보훈처 홈페이지 캡쳐

더욱이 올해는 일제강점기 때 일왕의 생일날 행사장에 폭탄을 던져 일본 상하이파견군 대장 등을 즉사시킨 윤봉길 의사의 탄생 108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사단법인 매헌 윤봉길의사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음악저널이 주관하는 <윤봉길 의사 탄생 108주년 맞이 나라사랑 콘서트 ‘칸타타 한강’>을 기획해 예술의 전당 수시대관 신청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이 연주회를 위한 음악저널의 대관 신청은 탈락했다. 물론 대관 경쟁에서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과가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통해 그 상황이 설명되어져야 하는데, 음악저널 측은 석연치 않은 핑계로 밖에 보여 질 수 없는 대답을 들었고, 일방적인 불허 통보를 받은 것과 다름없었다.

추진하고자 했던 <윤봉길 의사 탄생 108주년 맞이 나라사랑 콘서트 ‘칸타타 한강’>의 가장 큰 이목이 집중되는 <칸타타 한강>은 국내 작곡가의 순수 창작 작품으로서, 우리 민족이 가지고 있는 ‘한’의 정서를 잘 담아 표현했으며, 나라의 역사이기도 한 한강의 역사를 음악적으로 친근하게 들려주는 걸작이다.

이 작품은 2007년 이미 유고슬라비아, 체코, 터키, 불가리아, 독일(베를린) 등지의 공연을 통해 국제적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으며, 지난 3월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졌으나 지휘자의 유고로 공연이 중단된 적이 있다.

출연진 또한 클래식계에서 저명한 평가를 받고 있는 음악인들로 구성되었기에 대내외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호국보훈의 달’ 기획 연주회였다. 하지만, 발표된 수시 대관 확정 공연은 아무런 세부적인 계획도 마련되지 않은 보훈처 주최의 <나라사랑 콘서트> 였다. 음악저널 측은 “해당 공연 담당자도 잘 모르는, 타이틀 껍질만 있는 연주회 대관 제안에 힘없이 밀린 것이다.

아무리 잘 짜여진 각본이 있다 한들 그 질(質)과는 관계없이 주최·주관사의 몸집에만 치중해 결과를 내는 것이 횡포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때문에 이번 관련 건은 공기업이 국가기관의 권력과 야합(野合)한 ‘예술의전당의 갑(甲)질’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공분하고 있다.

보훈처 ‘나라사랑 콘서트’ 예당 홈페이지서 사라져
공연 개최를 위해서는 공연장에 대관을 신청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따라서 음악저널은 <윤봉길 의사 탄생 108주년 맞이 나라사랑 콘서트 ‘칸타타 한강’>을 위해 예술의전당 수시대관 공고를 확인한 후 절차에 맞춰 지난 4월 6일 대관을 신청했다. 공연장마다 다르겠지만 예술의전당의 경우 수시대관의 결과 통보는 약 2주 내외로 받게 된다.

음악저널은 이번 공연 대관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답변을 받았고(4월 20일), 아쉬움을 달래며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음악저널은 해당 공연을 신청했던 6월 20일 콘서트홀에서 어떤 공연이 열리는지 궁금해졌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결과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콘서트>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보훈처가 지난 6월 20일<나라사랑 콘서트>를 하겠다고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대관 승인을 받은 후 예술의 전당 공연 안내 페이지에서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좌측 사진 붉은 타원형 공간 부분이 공연안내 끝 부분이다). 처음부터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관 신청을 해서 다른 신청자가 탈락하게 만든 대관 선점 갑질 사례다. 가운데 사진은 예술의 전당으로부터 음악저널에 대관 탈락 통보 문자.

비슷한 주제의 공연이 선정된 것에 한편으로는 더 큰 아쉬움을 느꼈지만, 호국보훈의 달 6월에 어울리는 행사라 생각하고 수긍했다. 다만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콘서트>는 연주 프로그램, 출연자 등의 정확한 공연 정보가 없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음악저널의 수시대관 ‘탈락’ 얼마 뒤,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서 6월 20일 콘서트홀 공연이 사라진 것이다.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콘서트>는 오간데 없고, 콘서트홀을 제외한 나머지 홀의 공연만이 안내돼 있었다. 예술의 전당 대관이 워낙 경쟁률이 치열하고 조건도 까다롭다는 것은 공연계에 익히 알려진 사실이기에 갑자기 공연이 사라진 것에 의문이 생긴 음악저널은 이번 상황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예술의전당 공연 대관 시스템
예술의전당에서는 크게 ‘정기대관’과 ‘수시대관’으로 나누어 대관 공연을 모집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해외 연주자나 비중 있는 작품을 약 2년 전에 미리 신청 받는 ‘우선대관’도 있다.

정기대관의 경우 약 1년~1년 반 전에 대관공고를 발표하며, 보통 한 달 이내로 승인 결과를 통보한다. 여기서 승인이 결정된 작품은 계약금을 먼저 납부해야 공연이 확정되고, 공연 한 달 전에는 대관료를 완납해야 한다. 금액 완납 전인 통상 3개월 전까지는 공연 일정을 취소할 수 있으며, 이때 취소된 자리가 수시대관으로 다시 나오게 되는 형태이다.

따라서 수시대관의 공고는 정해진 발표시기가 없기 때문에 항상 홈페이지를 주시하며 준비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예술의전당이 클래식 공연장의 대표 격인만큼 많은 공연장들이 이곳의 대관 절차를 답습하고 있는데, 어떤 공연장의 경우 ‘대관 관리 시스템’까지 그대로 가져간 곳이 있을 정도이다. 그만큼 예술의전당이 전국 여러 공연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그에 따르는 책임감 또한 적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훈처 ‘나라사랑 콘서트’의 꼬리를 무는 의문에 의문
예술의전당을 포함한 많은 공연장에서는 대부분 해당 공연의 제목, 연주 프로그램, 출연진, 공연 의도, 포스터 등을 홈페이지에 기재하고 있다. 관객들이 공연을 선택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최소한의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다. 관객들은 이러한 정보를 통해 어떤 공연에 갈 것인지 보다 쉽게 결정할 수 있다.

이는음악회뿐 아니라 연극,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공연 상세 정보는 대관 신청을 할 때에 작성해 제출하도록 돼있다. 행사명, 장르, 기획의도, 공연프로그램, 공연 내용, 출연자 프로필 등을 각 300자 내외로 서술하는 일종의 ‘신청 서류’를 작성하는데, 이것을 토대로 심사가 진행된다.

▲음악저널이 예술의 전당에 대관 신청을 위해 작성한 서류. 공연 내용에 대해 상세하게 적어 넣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상세 내용이 전혀 없는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콘서트>는 대관에서 통과되고 내용이 충실한 음악저널의 대관신청은 탈락했다.

때문에 공연기획사들은 이 과정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음악저널은 6월 20일 콘서트홀에 결정된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콘서트>를 지켜보던 중,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해당 공연의 상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필수 정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사항이 밝혀지지않은 것에 의문을 가지고 국가보훈처에 직접 문의했다. 공연 정보가 언제 올라오는지도 궁금했고, 무엇보다 상세정보의 작성 없이 어떻게 대관 심사에 통과했는지 알고 싶었다.

공연 담당자인 서울지방보훈청 연혜주 팀장과의 통화 결과, 전화 당시(2016년 4월 26일) 이미 6월 공연이 취소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자세한 공연정보가 나오지 않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행사 준비가 미흡해서 자연히 취소 수순을 밟을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을 제시해본다면 다음과 같다.

취소예정 공연 대관신청 납득키 어려워, 공연정보 없이 경쟁 통과도 의문
우선 호국보훈의 달인 6월에 <나라사랑 콘서트>라는 제목을 붙인 공연이라면 이미 오래전부터 충분히 계획된 사항일 텐데, 작은 규모의 공연기획사도 아닌 ‘국가보훈처’가 상세한 공연 정보도 준비하지 않고 대관 신청을 했다는 점이다.

국가보훈처는 국무총리 산하의 중앙행정기관이다. 이런 국가보훈처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는 시기 중 하나인 6월에 기획된 <나라사랑 콘서트>가 이토록 허술하게 준비, 아니 전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채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 대관 신청부터 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쉽지 않다.

둘째로 이미 취소가 예정된 공연을 신청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음악저널과의 통화에
서 국가보훈처 공연 담당자는 “행사 준비가 미흡해서 예술의전당 공연은 연기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가장 바쁜 시기일 6월에 기획된 행사가 하루 이틀 사이에 준비된 것도 아니었을 텐데, 취소가 예정된 공연을 굳이 대관 신청한 이유가 무엇인가? 게다가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심사에 통과한 국가보훈처의 공연은 실제로 취소됐다. 반면 앞서 심사에 탈락한 다른 후보들은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국가보훈처가 취소한 해당 날짜의 콘서트홀 일정은 여전히 비워진 상태였다. (2016년 6월 17일 현재)

▲국가보훈처가 취소한 해당 날짜의 콘서트홀 일정은 여전히 비워진 상태였다. (2016년 6월 17일 현재)

셋째로 대관 신청 과정에서 필수로 작성하게끔 되어있는 ‘공연 상세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예술의전당 측이 어떤 기준으로 심사를 진행했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 무대를 보지 않은 이상 공연의 적합함을 판단하는 것은 각 기획사가 제출하는 ‘신청 서류’로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

예술의전당의 대관 신청 시스템에서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여러 공연 정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국가보훈처는 공연 프로그램도, 연주자 정보도 없이 대관이 승인된 것이 의아하다. 만약 ‘대관 신청 과정에서는 정보를 모두 작성하였으나 홈페이지에는 기재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해온다면 더욱 이상하다. 이미 결정된 공연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국가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의 상세 사항이 수시로 바뀔만한 가벼운 일은 아닐 텐데 말이다.

일단 대관부터 신청해놓고 추후에 공연을 기획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상황에 따라 공연 내용을 바꿔가며 주먹구구식으로 진행하겠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음악저널의 여러 질문에 국가보훈처 공연담당자는 “우리도 대관을 어렵게 잡았다”는 이야기를 반복했다. 이번 국가보훈처 공연은 관련 기관이나 단체를 전석 초대한다는 답변도 들을 수 있었다. 아마도 각 기관 공무원들이나 보훈단체가 초대되는 모양이다. 국가보훈처 또한 국가기관인지라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행사에 국민의 자리는 오간데 없고 ‘그들만의 잔치’가 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예술의전당 수시대관 심사과정
이쯤에서 음악저널은 예술의전당의 입장이 궁금해졌다. 지난 6월 초,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관 담당자인 음악부 박상훈 차장과의 통화를 통해 수시대관 심사과정에 대한 다음과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Q. 대관 심사 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A. 대관 날짜가 정해지면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에 공고를 하고, 여러 단체가 대관 신청을 해서 경합을 한다. 심사위원의 심사에 의해 최종 결정된 공연이 각 공연홀에 오른다.
Q. 심사위원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는가?
A. 각 분야의 전문가와 예술의전당 내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외부 전문가에는 연주자, 지휘자, 평론가 등이 포함되어 있다.
Q. 공연 선정 방식은 무엇인가?
A. 심사위원 일인당 한 표의 투표권을 행사한다. 한 자리에 모여서 투표하는 것이 아니고, 개별 투표한 표를 예술의전당에서 취합해 집계한다. 최다 득표수를 얻은 공연이 최종 선정된다.
Q. 심사가 점수제가 아닌 이유는?
A. 공연은 예술작품이다 보니 점수를 매겨서 순위를 낼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예술의전당 대관 심사는 심사위원의 1인 1투표 제도로 진행하고 있다.
Q. 심사 과정을 홈페이지에 공개할 것인가?
A. 지금까지도 공개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공개 예정은 없다.
Q. 6월 20일 콘서트홀 공연에 최종 선정된 ‘국가보훈처’ 공연이 취소된 이유는 무엇인가?
A.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 국가보훈처의 <나라사랑 음악회>가 선정되었지만, 공연 승인 후 주최 측에서 계약을 하지 않아서 공연이 자동 취소된 것이
다.

위의 문답을 통해 여러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첫째로 심사위원의 구성이다. 내부 직원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어있다는 심사위원이 공개되지 않는 이상 그들의 자격이 타당한지 알 수 없다. 둘째로 투표 방식이다. 1인 1투표 제도는 각 작품에 점수를 매겨 평가하는 심사 방식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심사 과정과 점수를 공개하지 않는 예술의 전당의 방침 상 공연 선정에 있어 만에 하나 일종의 ‘담합’이 일어난다 해도 이를 막기 어렵다는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셋째로 심사 내용이다. 앞서 언급했듯 예술의 전당은 대관 필수 요건인 공연 정보도 제출하지 않은 국가보훈처 공연의 무엇을 보고 심사를 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6월 20일 콘서트홀에 최종 선정된 국가보훈처의 공연이 취소된 이유이다. 공연 승인 후 계약금을 내지 않아 자동 취소가 됐다는 설명인데, 그렇다면 국가보훈처는 애초에 할 생각도 없는 행사를 위해 대관을 신청했다는 것인지 의아해진다. [2편에 이어집니다]http://www.sc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