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강의 뮤지컬레터]뮤지컬 <비스티> 작곡가 홍정의에게
[윤중강의 뮤지컬레터]뮤지컬 <비스티> 작곡가 홍정의에게
  • 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 승인 2016.07.1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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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중강 / 평론가, 연출가

영화 <비스티 보이즈>(2008)가 나름 재밌었죠.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2014)가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좀 의아했습니다.

청담동의 호스트바를 배경으로 한 뮤지컬이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 무엇보다도 영화 <비스티 보이즈>는 그 또래의 남자가 관심을 갖게 되는 내용인데, 여성들이 주된 관객인 뮤지컬에선 어떻게 그려질까?

2년 전에 만들어진 뮤지컬 <비스티 보이즈>가 좀 다듬어져서, 뮤지컬 <비스티>(2016)란 이름으로 대학로에서 공연을 했습니다. 객석에 입장해서 좀 깜짝 놀랐습니다. 일반관객의 거의 대부분이 여자였습니다. 뮤지컬 관객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다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습니다.

뮤지컬 <비스트 보이즈>도 밑에 깔려있는 건 정서는 르와르 영화적인데, 이런 작품을 여성들이 좋아하더군요. 작품을 보면서, 조금씩 더 왜 여성들이 좋아하는지 알게 됩니다. 이 뮤지컬무대는 전혀 변화하지 않습니다. 청담동 호스트바 ‘개스비’가 무대입니다. 거기서의 모든 얘깁니다.

여성관객들이 지금 마치 호스트바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주죠. 초반부에 등장하는 ‘누나송’이 아주 그런 분위기를 확실하게 만들어주죠. 더불어 뮤지컬 ‘비스티’는 호스트바의 ‘이면’까지 보여줍니다. 좀처럼 여성고객 앞에서는 말하기 꺼려질 것 같은 용어들, 마이낑, 공사, 지명, 티씨, 텐프로 등을 등장시키면서 리얼리티를 살립니다.

결정적으로 이 뮤지컬에는 오직 다섯 명의 남자배우만 등장합니다. 재현(마담)과 주노(에이스) 사이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지원’이라는 여성을 설정했지만, 무대에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여성관객을 살짝 호스트바에 온 것 같은 기분도 충족시켜줍니다. 하지만 남성이 상품화하는 공연은 절대 아니죠. 여성관객만을 타켓으로 하는 퍼포먼스형 공연처럼, 상체를 노출하거나 섹스어필에 비중을 두지 않습니다. 이야기가 나름 진지하고, 캐릭터가 확실합니다.  밑에 깔려 있는 르와르적인 정서를 음악이 잘 이끌어가더군요.

이 뮤지컬을 통해서 홍정의라는 작곡가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주로 국악분야에서 활동을 많이 하셨지요. 순수한 연주곡도 좋았지만, 창극 ‘장화홍련’의 음악을 기억합니다. 기존의 창극음악과는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어냈습니다. 아울러 홍정희 작곡가와 젊은 아티스트들이 함께 활동하고 있는 AUX에서의 홍정의도 참 매력적이었습니다. 이번 뮤지컬에선 당신의 또 다른 모습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밤이여”는 이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잡아주고, 음악적인 방향을 알게 해주더군요. 극 중의 승우가 부르는 “돈 만 벌수 있다면”은 가사와 곡조가 무척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배우의 꿈을 갖고 있는 민력이 부르는 ’굿바이 개츠비‘도 괜찮았습니다.

그런데 진정성이 느껴지는 가사와 곡조에 빠져들면서도, 한 편 아쉬움이 들었습니다. 당신의 음악이 좋은데, 참 좋은데, “한방”이 없었습니다. 재현이든, 주노이든, 아니면 승우가 돼서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서 한번 시원하게 폭발해주길 바랐습니다. 아쉽게도 그렇지 못했습니다.

음악이 너무도 ‘착한’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 당신의 성품처럼 말이죠. 넘버도, 배우도, ‘사악한’ 기분이 부족한 것 같았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습니다. “마담은 알아”라는 노래가 그렇고, 또 “신이여”라는 넘버가 그렇습니다. 의리와 배신, 현실과 욕망 사이에서, 이도저도 하기 어려운 방황하는 청춘을 음악을 통해서 아주 절절하게 그려냈으면 어떠했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당신의 출중한 음악성이 분명 그렇게 해주리라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이 이렇게 좀 짧은 건, 앞으로 다시 공연할거라는 예고탄 같은 생각이 듭니다.

대학로 뮤지컬에서 그간 다루지 않았던 소재로 여심을 공략하고 있는 뮤지컬 ‘비스티’가, 앞으로 음악이나 연출에서 더 다듬어져서,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스펙트럼을 넓혀주길 바랍니다.

* 창작뮤지컬 ‘비스티’ (7. 1.~ 7. 10.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