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오페라연극의 편안함, 긴장감이 없다는 아쉬움
[공연리뷰] 오페라연극의 편안함, 긴장감이 없다는 아쉬움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7.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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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성악가의 조화, 소극장이 주는 매력 인상적... 극의 흐름 좀 더 따랐다면

세익스피어의 연극으로, 베르디의 오페라로 잘 알려진 <멕베스>가 '오페라연극'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왔다. 오페라라고 하면 쉽게 다가가기가 어려울 것 같고 그렇다고 연극이라고 하면 원작이 주는 부담감이 있기에 선택이 망설여질 수는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맥베스>는 두 장르의 강점을 살린 구성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멕베스>와는 다르게 이번 공연은 시간을 일단 90분으로 단축시키고, 오페라라기보다는 뮤지컬에 가까운 모습으로 선을 보였다. 대극장이 아닌 소극장 공연이 주는 아기자기함, 그리고 오페라 가수들과 배우들이 번갈아 선보이는 노래의 향연이 공연의 무거움을 풀어준다.

▲ 젊은 맥베스 부부로 출연한 김재만과 서지유 (사진제공=아트플래닝창)

<멕베스>는 주인공 멕베스와 맥베스 부인아 과도한 욕망으로 파멸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젊은 맥베스 부부와 나이 든 맥베스 부부의 모습이 번갈아 나오고 이들의 행적, 그리고 이들의 최후가 잘 그려진다.

시적이고 난해한 대사, 어려운 음악 등을 과감하게 치는 대신 쉬운 대사와 분위기에 맞춘 노래로 <맥베스>에 대해 전혀 모르는 이들도 아무 부담없이 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사실 이런 공연은 고전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불만 사항이 될 수도 있지만 손쉽게 오페라와 고전 연극을 선택하기를 주저하는 이들에게는 가장 편하게 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실제로 공연을 보러 갔을 때 분위기는 오페라의 엄숙함보다는 그저 한 편의 작은 뮤지컬을 보러온 듯한 편안한 분위기가 극장 안을 감싸고 있었다. 여기에 극이 시작되기 전 극중에 나오는 마녀들이 관중석에 숨어있는 모습도 친근함을 더한다.

▲ 나이 든 멕베스를 연기한 바리톤 권한준 (사진제공=아트플래닝창)

<멕베스>에서 주목할 부분은 젊은 멕베스 부부를 배우가 맡고 나이 든 맥베스 부부를 바리톤과 소프라노가 맡는다는 것이다. 배우가 전하는 노래가 신선함과 친숙함을 준다면 성악가가 전달하는 노래는 깊이있는 목소리와 함께 인생을 반추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멕베스 부부의 변화를 한눈에 알 수 있게 만든다. 절묘한 캐스팅이 극의 분위기를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멕베스>의 가장 큰 아쉬움은 극의 긴장감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히 클라이막스에서 갈등이 최고조에 오르는 대목을 아리아로만 구성한 것은 이 극의 패착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형식을 쉽게 하고 시간을 짧게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클라이막스의 긴장감을 포기하면서까지 극의 내용을 빨리 넘긴 것은 보완해야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 <맥베스>의 엔딩. 긴장감이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사진제공=아트플래닝창)

연기와 음악, 배우와 성악가의 조화, 여기에 소극장이 주는 매력은 <맥베스>를 쉽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다. 하지만 이런 공연도 결국 극의 흐름을 따라가야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공연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그래도 일단은, 모처럼 편안한 마음으로 고전 연극, 고전 오페라를 만났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야겠다. 이번 공연의 보완점을 잘 생각해 다음에는 쉬우면서도 극의 긴장감을 놓지 않는, 더 멋진 오페라연극의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해본다.


오페라연극 <멕베스>, 7월 2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꼭두소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