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허수아비/차윤옥 시인
[시인이 읽어주는 아름다운 우리 詩]허수아비/차윤옥 시인
  • 공광규 시인
  • 승인 2016.08.1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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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차윤옥 시인(1959~)

 

두 팔 벌리고 서 있지만

널찍한 들판이 그 안에 들어 있네요

 

참새 한 마리

무심코 그 품에 안겨있네요

 

쫓을 생각도 하지않고

아무 생각 없이 그져 웃기만 하네요

 

▲공광규 시인 /1986년 등단. 시집 <담장을 허물다> 등 다수 시집 출간. 2009년 윤동주문학상, 2011년 현대불교문학상 수상 등.

지금도 시골에 가면 들판에서 허수아비를 볼 수 있다. 이 허허로운 허수아비는 아무것도 가지지 않고 빈 몸에 달린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서 들판이 다 허수아비의 것이다.

허수아비는 바람과 햇빛을 가리지 않는다. 허수아비를 허수아비로 알고 곤충이나 새들도 마냥 허수아비 품으로 날아든다. 욕심이 없는 허수아비는 새를 쫓을 생각도 없다.

우리도 이렇게 아무 생각없는 무욕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겠다. 단, 세상을 다 갖고 싶다면.(공광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