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다큐사진가 신동필, 누가 그를 좌절케 했는가?
[전시리뷰]다큐사진가 신동필, 누가 그를 좌절케 했는가?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8.23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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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필론, 부르지 못한 노래“, 갤러리 ‘브레송’에서 30일까지 열려
▲'교토40번지'사진집표지

’사진가를 찾아서‘ 여덟 번째 브레송 기획전 ‘신동필론, 부르지 못한 노래“가 지난 22일부터 30일까지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린다.

거리의 투사로 역사의 증인으로 온 몸을 내던지며 기록해 낸 그의 작업들은 새로운 형식이나 창의력보다 모두가 힘들게 살아 왔던 그 시대 상황 자체만으로 감동을 준다.

이번 전시와 함께 징용인들의 한을 담은 ‘교토40번지’ 사진집이 눈빛사진가선 30호로 출간되기도 했다.

여태껏 사진가 신동필의 사진을 아는 것은 2005년도 ‘강원다큐멘터리 사진사업’에 내놓은 사진이 전부였다.

그 당시 난 ‘두메산골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었고, 그는 “탄광촌을 지키는 막장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 사진들이 강원다큐멘터리 사진 사업에 선정되며 알게 되었는데, 그 때 그의 사진을 처음 보았던 것이다.

▲명동성당앞 (1991)

그의 작품은 잿빛 탄광촌이 카지노의 화려한 불빛에 묻혀가는 아픈 시대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죽지 못해 살아가는 탄광노동자들의 처절한 삶은 인간 존재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줄기차게 민족으로서의 핏줄을 내세워 온 그의 작업이 인간의 노동에 대한 문제로 옮겨 간 시점인 것 같았다.

▲교토40번지

그리고는 한동안 사진판에 비켜 서 있던 그가 10여년 만에 사진을 내놓은 것이다. 처음 보여 주었던 “탄광촌을 지키는 막장 사람들”과는 달리 광부 이춘하 개인의 삶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한 막장 노동자를 통해 노동자들의 위기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초창기 작업이었던 민주화운동에 대한 기록에서부터 비전향장기수문제, 입양아문제, 강제징용 일세대인 ‘교토 40번지“, 위안부문제, 원폭피해자문제 등 한 민족의 아픔을 골고루 다루고 있었다.

▲교토40번지

사실 말은 쉽지만, 돈 안 되고 힘만 드는 이 같은 작업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아픔을 지켜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함께 아파하지 않고 찍을 수도 없지만, 찍더라도 금방 본색이 드러난다.

▲ '교토40번지' 중 재일동포 윤상현씨

그런데, 그가 초창기에 작업한 민주화운동은 나도 기록했는데, 왜 신동필을 그 당시엔 몰랐을까? 모두 민주화를 열망하며 분노한 것은 같았지만, 그는 민주화운동의 주체인 학생 측 입장이었고, 난 한 걸음 물러난 일반인의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자 완장 없이 현장을 어슬렁거렸으니, 그의 눈에는 경찰 프락치로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미전향장기수(2000)

그는 한국외대에서 철학을 전공한 후, 일본으로 건너가 권 철, 양승우와 함께 각각 정치, 사회, 민족 문제들을 일본에서 기록한 삼대 다큐멘터리 사진가다. 특히 그가 작업했던 강제징용자 일세대의 삶을 다룬 ‘교토40번지’를 유배된 조선인을 가둔 유형지로 해석하고 있었다.

▲입양아, 한국방송공사별관,(2001)

일본인도 조선인도 아닌 채 버려 진 그들이 겪는 가난과 질병, 정신분열증 등을 보여주며 파렴치한 일본인들의 염치와 치욕의 역사를 눈감은 대한민국 정부를 나무라고 있었다.

▲광부 이춘하

그런데, 사진전을 열며 그가 사진을 그만 두겠다는 말을 다시 끄집어냈다. 왜 사진에 대한 미련을 떨치려는지, 그를 좌절케 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가난하게 살아 갈 수밖에 없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설음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건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의 암담한 현실이나 끼리끼리 나눠 먹어 온 사진판의 오래된 갑질 권력에 대한 환멸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촛불시위 (2002)

그래서인지 이번에 전시한 사진들을 조건 없이 관련 사회단체에 기부하기로 했단다. 정신대할머니들의 사진을 비롯하여 민주화운동을 기록한 자료를 모두 내놓겠다는 것이다. 그 사진이란 결국 당사자들의 몫이기는 하지만, 사진을 그만 두겠다는 그의 말에 구체성을 띈 것이라 더 가슴 아프다.

 

예술은 신동필의 사진처럼 인간의 존엄, 진리, 정의 등을 담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의 사진들은 어두웠던 터널을 함께 뚫고 왔던 우리 모두로 하여금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 우리 시민 공동체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그리고 그 위에서 전율하도록 하는 작품이다.

작품이란 이처럼 심장을 열어젖히는 것이지, 눈을 즐겁게 하는 것은 아니다.” 라고 사진비평가 이광수씨가 말했다.

 문의:갤러리 브레송(02-2269-2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