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계 원로들 "역사 항로, 친일 독재로 나아가지 말라"
역사학계 원로들 "역사 항로, 친일 독재로 나아가지 말라"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8.25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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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역사 인식 없고 무책임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호' 다시 끌어올려야"
▲이지원 역사학회 회장

역사학계 원로들과 한국역사연구회 등 역사 단체들이 현 정부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친일, 독재로 나아가는 역사 항로를 자주독립, 민주, 평화통일을 향한 항로로 바꾸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프레스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을 발표하면서 "오늘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밑바탕에는 역사의 수레바퀴를 한 세기 전으로 되돌리려는 퇴행적 역사인식이 똬리를 틀고 있다"면서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정권 차원에서 노골화된 독립운동 폄훼, 친일 독재 찬양이 박근혜 정부의 '역사 쿠데타'로 그 정점을 찍고 있다"며 정부가 올바른 역사관을 가져야한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광복 71주년이자 건국 68주년"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그 며칠 전 원로 독립투사가 면전에서 건국절 제정 움직임을 멈추어달라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이 독립운동과는 무관하다고 하는 뉴라이트의 손을 계속 들어주고 있다. 건국절의 논리대로라면 친일파라도 건국 공로자가 되고 정부 수립에 참여하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은 모두 반국가사범이 된다. 헌법에 명시된 선열들의 독립운동을 부정하고 친일파를 건국의 주역으로 탈바꿈시키려는 '역사세탁'이 건국절 주장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대통령의 퇴행적 역사 인식으로 인해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에서 순국했다'는 실언이 나왔고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에 한국군 관계자가 축하사절로 파견됐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 위안부 합의 문제, 사드 배치 논란 등이 일어났다고 밝히면서 "현 정부는 새로운 변화를 능동적으로 이끌어갈 만한 비전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무책임하기까지 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부의 왜곡된 역사인식의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존엄성의 상실과 인간을 국가와 권력의 도구로 인식하는 반인간주의가 자리잡고 있다"면서 "2016년 8월, 세월호의 뒤를 따라 침몰하고 있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호'를 다시 끌어올려야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친일, 독재, 분단, 냉전으로 치닫는 지금의 항로를 자주독립, 민주, 인권, 평화통일을 향한 항로로 바꾸어야한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역사학계의 고언을 나라와 미래 세대를 위한 충정으로 받아들여주시고, 선택의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현 정권의 탈선을 막아내는 데 함께 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에는 이만열 숙명여대 명예교수,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 안병욱 가톨릭대 명예교수 등 역사학계 원로 20명과 한국역사연구회 등 학회 및 연구소 20개 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