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부산비엔날레 개막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2016 부산비엔날레 개막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
  • 이은영 기자/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04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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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아방가르드 작품 한 자리에서 만나, 11월 30일까지 다양한 작품들 선보여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성의 공론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2016 부산비엔날레가 3일 개막했다.

이번 부산비엔날레는 23개국 121명(팀) 316점이 출품되었으며 오는 11월 30일까지 부산시립미술관과 고려제강 수영공장을 문화 공간으로 개조한 F1963에서 열리고 있다.

▲ 3일 열린 부산비엔날레 개막식

특히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와 특별전으로 구성된 기존의 형식을 탈피해 'Project 1,2,3'으로 나누어 역사상 최초로 한국, 중국, 일본의 아방가르드 미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프로젝트 1과 1990년대 이후에 대두된 글로벌 비엔날레 시스템을 다루는 프로젝트 2, 그리고 다양한 예술인들과 학자들이 모여 이 두 프로젝트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프로젝트 3으로 구성됐다.

또한 고려제강 공장을 문화 공간으로 개조한 F1963이 새롭게 선을 보였다. 지난 2014년 부산비엔날레 특별 전시 장소로 전체 면적의 일부를 사용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체 부지를 리모델링해 공장 본연의 모습을 살린 복합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임동락 집행위원장은 3일 F1963에서 열린 개막식에서 "격년제로 치러지는 부산비엔날레가 이제 10회를 맞이한다. 그 기간은 비엔날레가 세계로 도약하는 준비 기간이라 생각한다"면서 "(슬로건처럼) 다중지성의 공론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부산비엔날레 참여 작가들이 서병수 부산시장, 임동락 집행위원장 등과 무대에 섰다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 한 자리에서 만나다

이번 비엔날레는 한중일 아방가르드 미술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아왔다. 프로젝트 1 작품들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만날 수 있다.

중국은 1976년 문화대혁명 이후부터 1995년까지의 대표적인 아방가르드 작품들을 선보였다. 특히 문화대혁명이 끝난 뒤 독립적 예술을 원했던 젊은 작가들이 구성한 것으로 중국 현대미술의 시발점이기도 한 '성성화회(星星畵會)' 회원들이 각각의 의견들을 교환한 서신과 사진 등도 전시됐으며 전 중국을 아우르는 아방가르드 운동이었던 '85미술운동' 시절의 대표 작품들도 전시가 됐다.

구어샤오엔 중국 큐레이터는 "중국 정부가 전시를 금지해 '민주의 벽' 밖에서 작품을 전시했던 때가 있었다"고 말하면서 "'85미술운동'은 봉건적인 전통에 반발하며 '이성 회화'로 중국의 문화 재건을 강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 쉬빙의 <사례의 전환연구>

정부의 전시 금지 상황을 브론즈로 나타낸 왕커핑의 <침묵>과 영어와 중국어 문신이 새겨진 돼지들의 모습을 담은 쉬빙의 <사례의 전환연구>, 1987년에 나온 구원다의 <두 문화 교배의 희극성> 등이 대표 전시작이다.

한국은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제도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제도를 넘어서기 위해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작가들을 조명한다. 특히 1967년 아방가르드 운동을 일으킨 '청년작가연립전' 해프닝(퍼포먼스) 기록자료와 제4집단의 '기성문화 장례행렬'을 재현한 영상 등이 선을 보였다.

'한국 최초의 실험 영화'인 김구림 작가의 <24분의 1초의 의미>도 공개됐다. 이 작품은 김구림 작가가 1969년에 찍은 영상으로 한 실업자의 눈에 비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 김구림 작가의 <24분의 1초의 의미>

김구림 작가는 "최초의 실험 영화가 맞는데 영화 쪽에서 화가가 영화를 만들었다면서 좋아하지 않았다"고 회상하면서 "그 당시의 서울의 모습이 이 안에 다 들어가있다"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아방가르드를 대표하는 작가들인 이강소의 <사과>, 성능경의 <8면의 신문>, 육근병의 <풍경의 소리+대지를 위한 눈>, 박석원의 <손잡이> 등이 선을 보였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의 패배와 원자폭탄의 피해, 그리고 전쟁 후에도 과거를 청산하지 않고 이전의 양식으로 돌아가려했던 일본 화단에 도전장을 던진 작품들이 전시가 됐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 피해자들을 기리며 종이학과 각종 추모 글로 만든 <파빌리온>과 '더 이상 전쟁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본 헌법 제9조를 네온으로 형상화한 야나기 유키노리의 <헌법 제9조> 등과 함께 호리 코세이의 강렬한 퍼포먼스 <Revolution>도 선보였다.

▲ 야나기 유키노리의 <헌법 제9조>

다양한 작가의 개성있는 작품이 전시되는 프로젝트 2

F1963에 전시된 프로젝트 2에서는 다양한 국가에서 온 작가들의 개성있는 작품을 통해 '혼혈하는 지구, 다중지서의 공론장'이라는 슬로건을 확인시키는 전시다. 

특히 이이남 작가의 <혼혈하는 지구>는 구글의 새로운 기술인 '틸트 브러시(Tilt Brush)'를 활용한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대형 스크린에서 특수 장비를 활용해 입체 그림을 그리면 그것을 바로 프린팅해 관람객에게 주는 새로운 형식의 전시로 관람객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 이이남 작가의 <혼혈하는 지구> (사진제공=부산비엔날레)

프랑스의 대표적인 퍼포먼스 작가인 오를랑의 <Beijing Opera Self Hybridization>, 인도 작가 리나 칼랏의 <Hyphenated lives>, 이스라엘 작가 아야 벤 론의 <Sisters>, 중국 작가 진양핑의 <Balloon Hit>, 네덜란드 작가 폴케르트 드 융의 <The Tower> 등이 프로젝트 2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프로젝트 3은 학술, 공연, 교육 등의 프로그램들이 기획되어 전시 주제를 장르 복합적인 접근으로 조망하며 특히 미술을 비롯해 장르를 아우르는 학자, 예술인 및 단체들이 참여해 예년보다 한층 더 큰 틀의 문화에 대해 논의하는 '다중지성의 공론장'이 만들어진다. 

▲ 부산비엔날레에 전시된 오를랑의 작품들. 모바일 어플 Agument 어플을 내려받아 작가의 작품을 화면에 작품 속에 숨겨진 QR코드에 접속되면서 작가가 페인팅 마스크를 쓰고 덤블링을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역동적인 화면이 3D로 띄워진다. 가상 증강현실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일에는 한중일 3국의 큐레이터와 윤재갑 전시감독이 기획 의도 및 전시 배경을 밝혔고 3일에는 프랑스 작가 오를랑의 특별 강연이 F1963에서 열렸으며 앞으로 한국 아방가르드에 대한 심포지움, 프로젝트 1 작가와의 대화 등이 마련되어 있다.

또한 어린이 프로그램으로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어린이 활동지를 인쇄해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어린이 활동지', 청소년 워크시트를 인쇄해 비엔날레를 관람하는 프로그램으로 청소년들의 관람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인 '청소년 워크시트', 주말에 가족 단위로 진행되는 '가족 워크샵'이 있다.

▲ 아야 벤론의 'Sisters 1~3'

이와 함께 9월 11일에는 F1963에서 금난새의 연주회가, 9월 30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재즈 아티스트 대니정의 연주회가 열린다.

윤재갑 예술감독은 "다양한 종교, 인종, 국적의 예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류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토론하는 의미"라면서 한중일 3개국의 아방가르드 미술과 비엔날레라는 글로벌 시스템을 비교하며 비엔날레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져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