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의 사진가 성남훈, 시리아난민 기록한 ‘불완한 직선’전 열어
유민의 사진가 성남훈, 시리아난민 기록한 ‘불완한 직선’전 열어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09.08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갤러리 류가헌’에서 25일까지
▲성남훈 '불완한 직선' 사진집 표지

‘서울 루나포토페스티벌’에 초대된 성남훈의 ‘불완한 직선’사진전이 지난 7일 ‘류가헌’갤러리에서 열렸다. 사진전과 함께 ‘눈빛사진가선’ ’불완한 직선‘ 사진집도 출판되었다.

전시된 사진은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에서 발칸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들을 기록하고 있다. 정처 없이 낯선 땅을 떠돌아야 하는 난민들의 험난한 고행 길에 따라 나선 사진이다.

그는 20여년에 걸쳐 수많은 분쟁지역과 소외지역을 찾아다니며, 유민들의 부유하는 삶을 기록해 왔다.

보스니아,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우즈베기스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 우간다, 페루, 발칸반도 등 세계의 분쟁지역을 찾아다닌 것이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극한의 상황에서 난민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말처럼 싶지 않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난민들의 고통을 온 몸으로 껴안으며 작업해 온 것이다.

유민의 사진가 성남훈을 보면 마치 전쟁터에 투입되는 용병이 연상된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주도면밀하게 일을 추진하는 그의 용맹스러움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한 것 같다. 오죽하면 사진가 김문호씨가 전시 개막 인사에서 “다큐멘터리 사진하는 선배 입장으로서, 늘 귀감이 되는 후배”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을까?

▲성남훈, Bosnia Civil War, Sarajevo, Bosnia-Herzegovina,1996

그는 사진 찍는 일만이 아니라, 전시 기획이나 후진들 지도에도 열성이다. 프랑스 에이전시 라포와 니콘리얼리티 리더스 클럽 소속작가로 활동하며 ‘꿈 꽃 팩토리’에서 어린이 사진교실을 운영하는 등 잠시도 쉴 틈 없다. 지난 8월에는 초창기 작업들을 모은 빈티지시리즈 ‘꿈은 시간을 모른다“전을 펼쳐 좋은 성과를 거두지 않았던가?

▲성남훈,European Refugee Crisis, Botovo, Croatia, 2015.

다큐멘터리사진 자체가 약자의 편에서 불의와 싸우는 기록이긴 하나, 말만 번지레하게 하며 몸을 사리는 사진가도 많고, 몸 따로 마음 따로 노는 사진가가 더 많다.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살아남기 힘든 세태인지라 그의 투지가 더 돋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다큐멘터리 사진을 궤도에 올린 첫 세대로서, 핵심 역할을 한 사람도 그다.

▲성남훈,European Refugee Crisis, Botovo, Croatia, 2015

그는 파리 사진대학인 이카르 포토에서 다큐멘터리사진을 제대로 배웠으며 학창시절부터 그의 사진 적 재능은 주목받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보도사진 콘테스트인 '월드 프레스 포토'에서 두 번이나 수상했고, 재학 중에 '집시' 사진으로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르 살롱'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성남훈,European Refugee Crisis, Lesvos Island, Greece, 2016

오래 전 ‘눈빛출판사’에서 펴낸 사진집 ‘유민의 땅1’이 세계의 분쟁지역을 기록한 사진집이라면, 이번에 펴낸 ‘불완한 직선’은 시리아 난민들의 삶을 담고 있다 올 해 초 페이스북에 실시간의 긴박한 현장 상황을 알려주며 마음 조리게 만들기도 했다.

▲성남훈,European Refugee Crisis, Presvo, Serbia, 2016.

유민들의 삶을 기록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기에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 간의 힘의 논리에 의한 자원전쟁으로 불평등한 가난에 내 몰리며 이국을 떠도는 난민들은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그들의 삶은 결국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성남훈,European Refugee Crisis, Presvo-sid, Serbia, 2016.

그의 사진들을 보면 설명이나 부언이 필요 없다. 난민들의 역경을 기록한 사진들을 보면 한숨과 탄성만 날 뿐이다. 때로는 서정적이고 시적인 느낌도 들지만, 오로지 따뜻한 인간애에 휩싸여 있다. 그래서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아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세계 난민들의 지도를 그리고, 그들의 삶의 역사를 증명한 성남훈의 사진들은 인류사에 영원히 남아 인간의 존재가치가 무엇인지를 되묻게 될 것이다.

▲성남훈,European Refugee Crisis, Presvo-sid, Serbia, 2016

성남훈의 사진집 서문에 독립큐레이트 최연하씨는 이렇게 적어 놓았다.

▲성남훈,Presvo, Serbia, 2016

"사진의 본질적 요소가 과거 시간이 박제화 된 이미지가 아니라, 그 자체로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면, 사진을 보는 이는 그 가능성을 발현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 편에서는 부가 넘치고 있고, 한 편에서는 가난이 부처럼 축적되고 있고, 또 한 편에서는 국경을 떠도는 별들이 있고, 떠도는 별들의 수많은 이야기를 통해서도 밝힐 수 없는 빈 공간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은 도래할 시간의 지도이다. 아니, 그 옛날 유목민의 텐트에 맺혔던, 그리고 성남훈이 계속 이동하며 꿈꾸는 ‘꿈의 이미지’이기에 레스보스섬의 ‘사포’시인처럼 그 속에서 끝없는 사랑을 계속 길어 올려야 한다."

▲전시오프닝에서 작업에 대한 설명을 하는 작가 성남훈

효자동에 있는 ‘갤러리 류가헌’(02-720-2010) 1관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오는 25일까지 이어진다. 2관에서는 이재갑의 사진전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도 함께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