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들의 진실한 모습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에 빠진 사람들의 진실한 모습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09.2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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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 절절한 사랑이야기보다 혁명의 솔직한 모습에 주목해보라

라벨라 오페라단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선보인 오페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시인으로 활동했지만 귀족이라는 오해를 받고 사형을 받게 되는 안드레아 셰니에와 그를 사랑하는 막달레나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낸다.

특히 이번 공연은 지난해 <안나볼레나>로 오페라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긴 예술감독 이강호, 연출 이회수, 지휘자 양진모가 다시 뭉쳤다는 점에서 새로운 오페라의 탄생을 예고했다.

▲ 감옥에서 부르는 안드레아 셰니에와 막달리나의 이중창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안드레아 셰니에>는 우선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끈다. 귀족들의 잔치, 마라의 흉상이 선 곳 등 무대 자체가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긴장감을 안긴다. 뜻밖에 사형 대상자로 지목된 셰니에의 갈등과 혁명을 이루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맹목적인 믿음이 대조를 이루는 모습은 프랑스 혁명 당시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 귀족들의 파티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왕정을 뒤엎었지만 프랑스 혁명가들의 다툼이 계속되고 귀족에 대한 반감이 깊어진 국민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그저 귀족과 가깝다는 이유로 그 사람마저 단두대에 올리려한다. 안드레아 셰니에가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이유도 바로 귀족들의 파티에서 시를 읊었기 때문이었다.

귀족의 딸인 막달레나가 결국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사랑을 이루려는 모습은 사랑의 결실과 더불어 귀족이 민중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속죄를 의미하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 극의 긴장감을 더하는 것은 혁명의 상태와 함께 이와 맞물린 인물들의 갈등이다. 막달리나 집의 하인이었던 제라르는 주인과의 갈등으로 해고된 후 혁명의 지도자로 부각되지만 사모하던 막달리나가 안드레아 셰니에와 같이 있는 것을 보자 안드레아 셰니에를 귀족으로 몰기도 하지만 셰니에의 칼에 찔린 후에는 조심할 것을 경고한다. 혁명과 사랑, 질투 등이 맞물린 극적 이야기가 이 오페라의 가장 핵심이다.

또한 아들을 잃고 손자마저 전쟁터로 내보내는 눈 먼 여인 마데롱의 아리아는 이 작품에서 가장 숙연함을 느끼게하는 장면인데 혁명의 그 날을 기리며 손자의 목숨마저도 국가에 내놓으려는 그의 모습은 혁명을 고대하고 혁명의 완수를 이루려는 민중의 감정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이처럼 <안드레아 셰니에>는 프랑스 혁명과 그 상황을 헤쳐나가려는 인간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들이 부르는 아리아가 울림을 주는 것은 바로 그 상황에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기 때문이다.

▲ 마라의 흉상을 형상화한 무대. 혁명의 중심을 담아낸 무대가 인상적이다 (사진제공=라벨라오페라단)

이번 공연이 왜 무대에 공을 들였는지가 여기에 나온다. 혁명.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안드레아 셰니에> 작품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안드레아 셰니에와 막달리나의 절절한 사랑도 귀족을 무조건 죽이고 싶어하는 민중들의 분노를 이해해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혁명이라는 극적인 상황, 그 속에서 벌어지는 더 극적인 인간 군상들의 모습. <안드레아 셰니에>는 단순하게 보면 두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지만 진정한 핵심은 바로 '혁명'의 소용돌이에서 엄청난 운명을 맞이해야하는 이들의 비극적인 삶이다.

<안드레아 셰니에>의 감동은 절절한 음악도 물론 한몫을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혁명 속 순간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