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격정의 화가 김진열의 ‘모심’전에서 민중의 분노를 읽다.
[전시리뷰]격정의 화가 김진열의 ‘모심’전에서 민중의 분노를 읽다.
  • 조문호 기자/사진가
  • 승인 2016.10.0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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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까지 인사동‘나무화랑’에서 열려

형상미술가 김진열씨의 '모심‘전이 오는 12일까지 인사동 ‘나무화랑’에서 열린다.

김동화씨는 ‘격정에서 경건’이라는 제목의 서문에 이렇게 썼다. “그의 예술은 이성이나 사유가 아닌 본질적 감성의 촉수를 자극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김진열, 땅과 하늘을 이어가니 91cmX116cm, 2016

그렇다. 그래서인지, 내눈에는 우리민족의 한과 분노로 읽힌 것이다. 한민족의 한과 설음을 토해내는 강렬함이 엿보였던 것이다.

필자는 화가 이청운, 황재형, 권순철씨처럼 거칠고 암울한 붓 길을 좋아한다. 김진열씨 작품 또한 거칠고 투박함을 좋아하지만, 그만의 또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

▲김진열,  숨겨진 숨결 156X10cm, 2016

얼핏 보면 조각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조각이 아니다. 여수에 있는‘연도’라는 섬에서 떠내려 온 철판이나 양철 등 폐기물을 주워와 작업의 질료로 이용하는데, 소금기에 절은 철판들은 시뻘건 녹물을 드러낸다고 했다. 그걸 자르고, 버려진 마분지를 여러 겹으로 덧붙여 덩어리를 만든 것이다.

▲김진열, 뿌리와 더불어 78X109cm, 2016

김진열씨의 형상미술은 우리 민중들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가 제작한 철판이나 양철을 덧붙여 칠한 거친 작품들은 외세에 의해 찢기고 분열되어 온 우리민족의 상처 같았다.

▲김진열,  불휘 깊은 91X116,5cm, 2015

그리고 소나무의 투박한 결에서 강인한 민족적 정체성도 느껴졌다. 또한, 우리 민초들과 함께 해 온 장승같기도 하고...김진열씨의 생김생김은, 마치 임꺽정을 연상시킨다. 임꺽정을 보진 못했지만, 수염만 깍지 않았다면, 꼭 산적 같은 모습이다. 임꺽정은 가난한 사람들 편이고, 나쁜 놈들을 힘들게 했다. 좌절하지 않고 분노를 삭여가며, 싸우는 정신도 같다.

▲김진열,  땅과 하늘을 이어가니 91X116,5cm,  2016

작가의 조형적 감수성으로 빚어 진, 투박한 노동의 힘, 거기에서 버려진 사물을 새롭게 태어나게 하는 힘이 꿈틀거렸다. 말보다 강한, 상징의 힘에서 우레 같은 폭발력도 엿 보인다.

▲김진열, 껴안고 109X78cm, 2016

작가는 우리 민중들이 섬겨왔던 거대한 나무들을 모셨다고 했다. 김진열씨의 '모심'전이 우리에게 암시하는 바가 크다.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하나의 메시지였다. 민중들의 분노를 다독이며 위안하는 무속적 주술 같은 것도 읽혔다.

▲김진열, 잘린 이후 78X 109cm, 2016

김진열씨가 보여 준, 질기고 강인한 힘은 결국, 우리 사회와 정치를 겨냥하고 있었다.

▲작품을 말하는 김진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