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정재 오양선, 우리가 발전시킨 순수한 우리 문화"
"궁중정재 오양선, 우리가 발전시킨 순수한 우리 문화"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0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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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종 무용원 부설 세계민속무용연구소 주최 심포지엄 열려, 재연 및 현대적 계승 방법 논의

궁중정재 '오양선' 재연과 현대적 계승을 논의하는 학술심포지엄이 지난달 30일 국립국악원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부설 세계민족무용연구소(소장 허영일)가 주최한 이번 심포지엄은 궁중정재인 오양선이 그동안 어떻게 재현되었고 이를 어떻게 현대적으로 계승할지, 그리고 오양선을 일반인들에게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 지난달 30일 열린 심포지엄 모습

오양선은 고려시대부터 전승되어 조선시대까지 계속된 당악정재로 다섯 명의 신선이 양이 끄는 수레를 타고 인간 세상에 내려와 한줄기에 여섯 개의 이삭이 담긴 '육수거'를 전해주며 풍년 및 무병장수의 축복을 내려준 후 다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담은 정재로 무용수를 인도하는 죽간자 2인과 왕모(선모) 1인, 협무 4인이 춤을 추고, 무대 좌우에는 18개의 의물과 후면에 다섯 개의 개(蓋)를 배설한다.

오양선은 지난 1980년 김천홍이 <정재무도흘기>를 기반으로 재현한 이후 인기 종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재연이 이루어졌고 이를 통해 오늘날 궁중정재 재연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당시 김천홍은 원전에 충실하되 문헌이 상세하지 못한 경우에는 어린 시절 배운 것을 바탕으로 했고 불필요한 부분은 대폭 축소했다고 변을 밝혔다.

최경자 국립국악원 무용단 안무자는 1980년부터 2015년까지 재현된 13편의 공연을 열거하며 "자주 연행된 인기 종목은 아니었지만 어느 한 문헌에 의거하지 않고 공연의 기획에 따라 시대별로 다양하게 재연된 종목"이라며 오양선이 국악에서 가지는 위치를 설명했다.

최 안무자는 "오양선의 재연을 위해서는 문헌의 심도 깊은 연구가 필요하고 시간적, 공간적, 물적, 인적 제약들의 해결점을 찾아야한다"면서 "정재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 변화를 위해 학교 방문 공연 등 교육적 시도를 통해 일반인들도 정재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은영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무용과 교수는 "일반인을 상대로 한 교육의 기회는 매우 제한적이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르는 게 현실"이라면서 구체적인 교육 내용이 있어야한다는 점을 주장했고 이에 최경자 안무자는 "조기 교육이 중요하고 한 번이라도 많이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역사 교육과 연계한 공연을 펼치자는 입장을 밝혔다.

▲ 토론에 나선 최경자 안무가와 박은영 교수

허동성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중국과 베트남, 그리고 우리나라의 '오양선 설화'를 들어준 뒤 "중국과 베트남은 설화를 전제로 한 춤의 문헌이 보이지 않는 대신 우리나라는 고려 때부터 현재까지 전통을 이어져왔다"면서 오양선이 우리만의 전통 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허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당송대에 창제, 연행됐다고는 하지만 현재 그 전승은 완전히 단절됐다. 이는 오양선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 궁중춤이 그렇다"면서 "최근 복원과 재창작 시도가 이뤄졌다고는 하지만 문헌에 의한 것보다는 사회주의 정신에 부응하는 안무로 바뀌었고 우리의 악무사료를 참고했다하나 이는 고증자료가 아닌 단편적 참고자료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이 전통문화콘텐츠 구축의 필수 전제는 아니다"라고 단언하면서 동반 공연, 프로젝트 상설 레퍼토리화 등 공연예술 본연의 특징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콘텐츠 구축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황희정 세계민속무용연구소 연구교수는 "융복합 공연물은 의미는 깊지만 대중에게 다가갈 콘텐츠로 가기는 어렵다. 일방적으로 대중의 이해를 강요하는 것"이라면서 "전통의 변형 및 모바일, 게임 등 타매체로의 변형 등을 통해 오양선을 콘텐츠화하는 방안도 필요할 듯 하다"고 밝혔다.

▲ 황희정 교수와 허동성 연구원의 토론

최미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강사는 오양선 무용서사의 시대별 변천을 설명하면서 "오양선은 중국의 고사에서 시작됐지만 한국인의 문화에 맞게 변화되어 정착됐다. 중국 도교사상뿐 아니라 천신사상과 여무 전통이 교차하고, 왕을 송축하고 수명과 장수를 빌어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의례의 기능을 했다"고 밝혔다.

최 강사는 "이로 인해 예로부터 천신을 섬기던 우리 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으며 현대인에게 인간 관계의 갈등과 대립을 조화와 화합의 춤동작을 통해 화해로 풀어내는 지혜를 환기시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정노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상임연구원은 "오양선의 춤동작을 '인간의 서사'라는 틀로 해석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시대별 무용서사를 드러내려면 몇 가지 비교의 틀(춤동작, 창사, 연행 공간, 사회적 배경 등)을 통해 단계별로 비교 과정을 거쳐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심포지엄에서는 오양선의 음악과 복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에 대한 더 자세한 고증이 필요하다는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신태영 세계민족무용연구소 전임연구원은 "오양선은 우리가 계승 발전시킨 순수한 우리의 문화"라며 오양선 계승의 당위성을 밝히고 "다양한 방법들을 통해 오양선이 재현되었고 하나하나 색다르면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앞으로 어떻게 계승하고 어떻게 보여줄지를 논의하는 기회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