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가족사랑 담긴 유물,'하피첩의 귀향(歸鄕)'
다산 정약용의가족사랑 담긴 유물,'하피첩의 귀향(歸鄕)'
  •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 승인 2016.10.20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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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서 내년 3월 26일까지 전시

붉은 치마에 애틋한 가족 사랑이 담긴 다산(茶山)의 편지를 담은 하피첩이 206년 만에 다산이 살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지난 17일, 화창한 날씨의 남양주는 가슴 설레이는 역사적 의미의 행사로 다소 흥분된 듯 했다. 그러나 오후 2시 다산을 모신 문도(文度)사당에서 6대 종손이 잔을 올리며 하피첩을 영전에 바치는 것으로 제례는 시작되었다.

▲돌아온 하피첩을 다산 정약용을 모신 사당인 문도사에 먼저 인사를 드리는 예를 올리고 있다.

‘문도’는 정조 임금이 다산 선생에게 내린 호(號)다.

제관은 “단기 4339년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주실 것을 바라오며 하피첩 유물을 고향의 영전에 바치오니 실학을 계승하고 널리 펼치소서라며” 제문(祭文)을 읽어 나갔다.

▲하피첩과 다산의 저서인 목민심서

강진 유배지에 노을 빛 치마를 보낸 부인 홍씨의 마음에 아버지 다산이 아내와 아들, 딸에게 애틋한 가족사랑을 담은 것은 오늘의 핵가족 시대, 가정의 위기 속에 참가정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하피첩은 다산 선생께서 유배간지 10년 째 되던 해인 1810년 부인 홍씨에게서 온 치맛자락에 쓴 편지로 다산 집안의 가보(家寶)다.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하피첩의 귀환' 전시 개막에 참석한 인사들이 테이프커팅을 하고 있다.

1950년 한국 전쟁 때 분실되어 유전의 과정을 거쳤고, 이제사 다산의 사당 문도사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 온 것이다. 이 날의 기쁨을 아는 듯 소나무 숲에 둘러싸인 사당의 뜨락은 가을빛 맑은 햇살로 가득했다.

이 자리에서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축사를 통해 “붉은 치마이니 홍군첩이라 할 수도 있지만 ‘기생’이란 뜻도 있어 이를 피해 붉을 하(瑕), 치마 피(披) ‘하피’라고 한 것을 보면 다산의 감성과 아내 홍씨의 아이디어가 절묘하게 결합된 작품”이라며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지아비에게 요즈음 말로 하자면 ”나를 잊지 말아 다오“의 사랑의 표현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축하공연으로 국악연주가 펼쳐졌다.

그간 하피첩은 70년대 처음 알려졌다가, 1986년에 다시 이야기가 나왔고, 2006년 3월 한 고물상에 의해 발견되어 개인 소유로 있다가 이번에 경기도 민속박물관이 사들여 공공기관이 소유하게 된 것인데 4첩 중 3첩을 전시회에서 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을 모신 사당인 문도사

그간 수많은 고관대작, 정치가, 학자들이 유배를 살았지만 치마를 보내고 그곳에 시(詩)를 써 보낸 것은 아마도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며 박이사장은 부인 홍씨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부부애에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다산 정약용 묘소

천진기국립민속박물관장, 경기도의회 송낙영의원, 정윤경의원, 조선시대 실학자 후손들, 정호영 증손 등 200여명이 참가했고, 산새공방 손영희 작가가 하피첩의 캘라그리피를 쓰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내년 3월 26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