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단 30년' 공광규 시인 첫 산문집 '맑은 슬픔' 출간
'등단 30년' 공광규 시인 첫 산문집 '맑은 슬픔' 출간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25 14: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인의 삶을 산문과 대표시 통해 표출, 담백하고 잔잔하게 털어놓는 시 이야기

올해로 등단 30년을 맞은 공광규 시인이 첫 산문집 <맑은 슬픔>을 내놓았다.

이 책은 1986년 월간 <동서문학>을 통해 등단한 뒤 <대학일기>, <마른 잎 다시 살아나>, <담장을 허물다> 등의 시집으로 당대 사회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소외된 이웃과 더불어 고향과 가족에 대한 서정적 시편들로 사랑받은 공광규 시인의 등단 30년을 정리하는 첫 산문집으로 유년시절의 추억, 도회지에서의 삶 등을 자신의 대표시와 함께 41편의 산문으로 담백하고 잔잔하게 그려낸다.

▲ 공광규 선생의 산문집 <맑은 슬픔> (사진제공=교유서가)

제1부 '모텔에서 울다'는 시인의 어린 시절과 부모님과의 추억을 담고 있다. 고향의 아름다운 추억과 풍경, 한 가계를 안간힘으로 받치다가 결국 쓰러진 아버지, 어머니가 차려준 건더기 없는 멀건 국에 뜬 별, 그리고 오로지 자식의 무탈만을 기원한 어머니 등 시인이 아버지가 된 후 더 깊이 알게 된 부모님의 각별한 정, 그리고 이제는 고향에 가도 마음편히 묵을 곳 없는 쓸쓸한 심정을 풀어냈다.

제2부 '양생의 시학'은 시인이 시를 처음 만나고 쓴 과정이 나온다. 중학교 3학년 때 도서관 바닥에 떨어져 있던 시집 한 권을 주우면서 시인이 된 사연을 밝히고, 공업고등학교를 나와 제철소에서 일하다가 뒤늦게 대학에 들어가 시를 썼던 소회와 함께 자신만의 창작방법, 시론을 펼친다.

제3부 '운명'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애착이 담긴 글과 이를 영문으로 번역한 글이 실렸다. 은행나무와 절밥, 정이 오가는 먹을거리, 경쟁과 속도에 매몰된 사회 속에서 큰길이 아닌 자신만의 오솔길로 가는 것이 마음도 편하고 진정한 경쟁력이라는 시인의 따뜻한 목소리를 담았다.

제4부 '얼굴반찬이 되자'는 현대인의 각박한 삶에 대한 시선과 자본이 아닌 사람이 중심인 사회를 위한 실천의 길을 담았다.

시인은 독거노인의 고독사, '혼밥(나 혼자 먹는 밥)'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는 사회는 나쁜 사회라고 말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온 식구가 밥상에 둘러앉아 서로의 얼굴반찬이 되어주자고 한다. 또 현실과 맞닿은 문학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는 '행동주의 문학'을 주장한다.

공광규 시인은 "시를 아무리 뜯어보아도 시가 무슨 내용인지 모른다는 것은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 창작자의 표현 미숙이라고 보면 된다. 창작자조차 무엇을 써야하는지 의도를 모르는 데서 오는 것이다"('나라를 근심하면서 쓴 시')라며 창작자의 잘못된 생각을 꾸짖고 "혼자 밥먹는 사람이 많은 사회는 나쁜 사회다. 사람 중심이 아니라 돈 중심의 사회가 혼자 밥먹는 사람을 많이 만들고 있다(중략). 대부분의 사람이 외롭다. 인생이 쓸쓸하다"('얼굴반찬이 되자')라며 현대인의 고독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또 "시를 담은 단지를 회사 정문이나 건물 현관에 놓고 하루에 한 편씩 뽑아보게 하면 어떨까. 직원들이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면서 마음과 인격이 고양된다면 직장 분위기도 훨씬 좋아질 것이다"('시의 도시, 시의 직장을 선언하자')라며 시를 통한 마음의 전환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와 더불어 "오일장이 서면 어머니는 걸음이 느린 나를 앞세우고 시장에 데리고 다니면서 막과자를 사주셨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아파서 걸음이 느린 어머니에게 막과자 봉지를 사서 들리고 집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슬픔이 밀려왔다"('맑은 슬픔'), "세상의 아버지들은 누구나 다 잘살고 싶어한다(중략).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그래서 아버지들은 늘 실패의 삶을 산다. 늘 결핍의 삶을 살다가 죽는 존재가 아버지다"('아버지의 일생이 담긴 소주병') 등 부모의 모습을 담아낸 글들이 애잔함을 안긴다.

문정희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공광규 시인은 진정으로 삶을 살아낸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운 기둥'을 가진 시인"이라면서 "지적 허세와 난해함으로 포장하지 않아도 시대에 대한 고투와 내면의 상처를 깊고 넓은 풍경 속으로 이끌 줄 아는 그의 '맑은 슬픔'이 뭉클하다"고 평했다.

교유서가. 308쪽. 정가 13,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