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오페라단 '맥베드' "지금 우리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은 작품"
서울시오페라단 '맥베드' "지금 우리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은 작품"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0.31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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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2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라, 구자범 지휘자와 고선웅 연출가의 조합 기대돼

서울시오페라단이 초연 20년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는 베르디 오페라 <맥베드>가 31일 오후 연습실 공개 및 작품 설명회를 가졌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 기념으로 무대에 오르는 <맥베드>는 특히 구자범 지휘자와 고선웅 연출가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다.

▲ 맥베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바리톤 양준모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만나지 못했던 구자범 지휘자가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 사퇴 후 본격적으로 지휘에 복귀하며 <변강쇠 점찍고 옹녀>, <칼로 막베스>, <홍도> 등 연극과 뮤지컬, 창극에서 두각을 나타낸 고선웅 연출가가 처음으로 오페라 연출에 나선다.

이날 연습실 공개에서는 맥베드와 맥베드 부인으로 출연하는 바리톤 양준모-소프라노 오미선, 바리톤 김태현-소프라노 정주희가 각각 똑같은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양준모-오미선 팀은 노련하면서도 세련된 음색으로 극의 긴장감을 잠시나마 보여주었고 김태현-정주희 조는 자연스런 고음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이 음악에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 맥베드와 부인 역으로 한 팀을 이룬 바리톤 김태현-소프라노 정주희

이건용 서울오페라단 단장은 "요즘 시대가 욕심을 자랑하고 탐욕을 미덕이라고 자랑하는 시대가 되다보니 악함에 대한 불감증이 생긴 것 같다. 탐욕과 악의 중독은 결국 파멸로 간다는 것을 셰익스피어는 통렬하게 우리에게 경고했고 400년이 지난 지금의 우리도 그 경고를 들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20년만에 오페라 <맥베드>를 선보인 이유를 밝혔다.

구자범 지휘자는 "베르디가 바라본 셰익스피어를 표현하려고 한다"면서 "베르디가 첫 장면부터 마녀들을 합창단으로 만들고 마지막까지 합창단의 시선을 살렸는지를 이해하려했다. 베르디에게 합창단은 민중의 시선을 의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구자범 지휘자, 바리톤 양준모

그는 "마녀들이 첫 장면부터 '누군가를 죽이겠다'는 대사를 하고 이들이 멕베드에게 왕이 되도록 부추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지금의 상황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맥베드와 마녀의 관계가 지금의 상황과 너무나 똑같고 결국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민중의 모습이다. 셰익스피어의 소설을 베르디의 눈으로는 그렇게 보였던 것이고 이것이 지금 우리의 거울이라고 본다. 그의 시선을 표현하려고 한 것"이라는 의미있는 말을 남겼다.

이어 "사실 <멕베드>는 테너가 아닌 바리톤이 주인공이고 베르디가 욕심을 부려 직접 대본을 쓰다보니 드라마적 구조의 탄탄함이 부족해 당시에도 실패했던 작품"이라면서 "극적으로 만들기에 어려움이 있었고 이로 인해 한때 <맥베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지만 고심 끝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오페라 연출을 맡은 고선웅 연출가는 "시, 희곡, 소설 모두 다 똑같다고 생각한다. 연출가는 어떤 역할을 맡을 때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고 자기 생각이나 시선이 따라가서 보이면 서로 이야기하면 된다. 노래는 완성도가 있지만 시각적으로는 지루할 수도 있다고 보기에 드라마틱하게 연출하고 배우도 연기 동선에서 자유를 느끼며 강약 안배를 보강하면 강한 <멕베드>가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저는 구자범 지휘자의 요구대로 가고 있다. 워낙 탁월하게 분석하셔서 거기에 따르고 있다. 성악가분들도 참 대단한 분들이라 생각한다"면서 "조금이라도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 연출의 변을 밝히는 고선웅 연출가(가운데)

한편 구자범 지휘자는 공연에 출연하는 두 팀을 비교해달라는 질문에  "공연을 보셔야 두 팀이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고 고선웅 연출가는 "사람은 나무라고 생각한다. 나무도 서로 다르듯 사람도 그렇다"라는 말로 거들기도 했다.

<맥베드>에는 유럽 무대에서 '맥베드'로 인정받은 바리톤 양준모를 비롯해 소프라노 오미선, 베이스바리톤 최웅조 등 국내 정상급 제작진과 출연진이 함께 하며, 출연자를 비롯해 80명의 합창단원과 70명의 오케스트라 단원이 함께 웅장한 무대를 펼치게 된다. 공연은 오는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다.

이건용 단장은 "이번 공연은 역시 구자범-고선웅의 합작이 가장 큰 관심사"라면서 "성악가들의 노래와 연기는 물론 화려한 무대 연출과 합창단의 구성 등에서 각자의 색깔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공연계가 많이 어려운 만큼 많은 관심 가져주시고 이들의 합작을 기대해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