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인도' 진품 결론, '진실 감추기' 비난 피하기 어려울 듯
檢 '미인도' 진품 결론, '진실 감추기' 비난 피하기 어려울 듯
  • 임동현 기자
  • 승인 2016.12.19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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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감정 결과 뒤집고 90년대와 비슷한 논리로 '진품' 주장, 미술계 '후진성' 이미 드러나

검찰이 19일 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이날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천 화백의 자녀인 김정희씨가 고소 고발한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5명을 무혐의 처리하고 수사를 종결한다고 밝혔다.

▲ 천경자 작가(오른쪽)와 위작 논란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미인도'라 불리는 작품. 천 화백은 생전에 이 그림을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절필선언까지 했다.

검찰은 진위 확인을 위해 안목감정과 X선, 원적외선, 컴퓨터 영상분석, DNA 분석 등 과학감정 기법을 총동원한 결과 천 화백 특유의 작품 제작 방법이 그대로 작품에 구현됐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육안으로는 관찰되지 않는 압인선(날카로운 필기구 등으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린 자국)이 천 화박의 다른 작품과 똑같이 나타났으며 수업이 수정과 덧칠을 반복하는 천 화백의 독특한 체삭기법도 같다고 판단했다.

또한 김씨와 피고소인측, 미술계 전문가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선정된 9명의 감정위원 대부분이 석채 사용과 두터운 덧칠, 붓터치, 선의 묘사, 밑그림 위에 수정한 흔적 등을 토대로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결론을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 측은 "1991년 이후 25년간 지속된 대표적인 미술품 위작 논란 사건임을 고려해 미술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가능한 모든 감정방법을 동원해 진실을 규명하려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검찰 결과가 나온 후 "전부터 진품이라고 믿었기에 담담한 느낌이다. 앞으로 투명한 감정이 이뤄지도록 해야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대 여론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로는 이 말밖에 드릴 말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0월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연구소가 '확실한 위작'이러고 판정한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이를 무시하고 진품이라고 결론지은 것은 결국 '진실 감추기'라는 비난 또한 존재하고 있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검찰 결과 발표 후 "미술계 유력 인사들과 화랑들, 그리고 검찰이 한통속이 되어 사실상 이미 세상을 떠난 천경자 화백에 대해 '부관참시'를 했다"면서 "프랑스의 전문적인 결과를 무시하고 90년대 진품이 맞다고 밝혔던 주장 그대로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은 결국 국제적인 망신을 자초한 셈"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실제로 본지는 지난 11월 <미인도> 논란에 대해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한국 미술계의 후진성을 드러내는 결과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는 기사를 낸 바 있다. 만약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결론이 날 경우 한국 미술계가 완전히 신용을 잃기 때문에 결국 <미인도>가 위작이라는 결론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본지의 예상이었다.

이번 검찰의 발표로 <미인도> 논란에 종지부가 찍혔다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미 논란 과정을 통해 드러난 한국 미술계의 갑질과 국제 감정결과조차 받아들이지 않는 한국 미술계의 담합이 고스란히 드러나면서 오히려 미술계의 문제들이 더 드러날 가능성이 생기고 있다.